[1]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그리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다. 노래의 전반적인 느낌이 좋다면 계속 듣고, 아니라면 과감하게 넘기는 편인데 가사가 잘 꽂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날의 기분이나 그 당시를 지배하는 여러가지 상황 등 나를 민감하게 만드는 요소가 여러가지 있기 때문에 '무엇때문에 그렇다' 라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가사가 꽂혀서 찾아듣는 노래'를 앞으로 생각나는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구구절절 이유는 달지 않고, 심플하게 노래별로 '꽂히는 구절'만 정리할 예정이다. 가사 전체가 거를 타선이 없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럴땐 좀 길어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읽어보고 듣는다면 또 다른 듣는 재미가 있다.
[2] QM-중앙차선
가족을 주제로 다룬 QM의 2집 'HANNAH' 수록곡이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가족의 의미, 물질적인 가치는 상대적이고, 상업예술은 그런 '상대적인 가치' 를 많은 사람들에게 부각시켜서 본인의 철학을 전달하고 돈으로 환산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HANNAH'를 관통하는 철학은 좀 다르다. '상대적인 가치' 와 나의 '절대적 가치', 나아가서 '내 가족의 절대적 위치'를 가사의 몇가지 구절로 메타포 화 해버린다.
아래 음원 링크와 가사를 첨부했다.
(생략)
...
상진아 오랜만이야 얼마 전 딸 가졌단 소식
들었어 한 10년 만인가 너가 고딩 때 이건희
뺨치겠다던 말 어제 가사에 적었었는데
세상 진짜 좁다 딸 사진 봐봐 이름이 뭔데?
딸 이름은 보통 찾은 행복은 평범한 거여서
중앙차선 도로 위에 발도 구르면서
내 똥차 거울에 빛나는 딸도 이제 걸었어
넌 어때 빨간 불에도 계속 밟아
난 앰뷸런스 같아 조급함 태우고서
백미러에 죽이는 차 흘려 보내면서
맞다 랩 하는 건 할만해?
회사 들어간 거 어제 들었어 그 회사 사람들이 알만해
그래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진 못하더라도
자랑스럽게 V를 걸고 다녀 음악으론 못 벌어도
막힌 도로 위 내가 갈 방향을 알아
차 없어도 이런 내가 자랑스러워져
예전엔 너도 같이 앰뷸런스 위 SM58을 잡고 싶어했잖아
왜 널 똥차라고 말해 난 면허도 없어
꽤나 날카롭네 너 가족을 이루는 거
내 꿈이야 가슴을 펴 넌 내 꿈에 살고 있어
준용아 우리 나이처럼 들어선 차들 저기 보여?
깜빡이 키고 끼워달라 해도 똥차는 못 껴
노란 불 같은 신호 떠도 술은 계속 달리네
느리게 보이는 세상에서 음주운전 딱지 떼
바퀴같이 굴러 가는 삶
쇳덩이 돼도 이제 안전벨트 같은 날, 돈이 최고지
이건희는 개뿔 낮은 방지 턱에도
거울에 달려있는 우리 가족사진은 흔들려 계속
난 목숨 걸어
넌 왜 이건희가 되는 게
불가능하다는 듯이 말해 우린 젊은데
난 앨범 한 장으로 이 세상의 썩은 걸 다 바꿀 거야
그리고 나서 손 내밀어 줄 거야
돈보다 중요한 건 신념, 확고한 믿음
촛불 같은 의지지 넌 핑계를 대고
핑계? 헛소리 하지마 돈 있는 놈들이나 꿈 타령
넌 진짜 가난해 본 적도 없잖아
우리 엄만 지금 알바 해 난 알바 두 개 뛰어서
앨범 내고 잠 못 자도
번 돈을 널 위해서 쓰는 게 부자인 거야
난 나한테 한 푼도 쓴 적 없어
야 원래 남의 팔이 잘려도
내 손끝 베인 게 제일 아파 내 기준에선 가난
넌 ㅅㅂ 원래도 살았잖아 삼성아파트
도대체 그게 뭔 상관
면허증 없이 이 길에 선 적 없는 새끼가 바꿔?
소망 같은 건 닥쳐 촛불 같은 의지는 깎여
중요한 건 신념? 그딴 게 내 세상을 바꿔?
고층 아파트에 켜 있는 불 보고 달린 적 있어
허름한 집에 똥개는 배고파야 늘 집을 지켰으니까
근데 준용아 층수 올리면서 사는 게 아니야 인생은
늘 아파트 높이에서 내려다봤던 너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차선이 없는 기분 많은 길을 가지고 태어난 너는
출발이 다른 우리는 아니 너는 모르는 거
내 딸의 웃음 내 딸의 눈물
아내의 웃음 아내의 눈물
아내의 꿈들 내 딸의 옷들
이 모든 것을 지키는 건 돈이야
내 세상 함부로 바꾸려 하지마
내가 지키는 것들 무너뜨리려고 하지마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