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대, 그리고 20대의 나는 과거의 음악도, 그 당시의 음악도 필사적으로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들을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한번 흘러간 음악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듣기는 어려웠다. 어쩌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은 음악은 그 음악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디제이가 가수와 제목을 말해줄 때를 기다렸다가 어딘가에 메모해두고 찾아들어야 했다. 테이프도, 씨디도 '기억하고 싶다' 는 이유 때문에 필사적으로 모았다.
귀하게 여기고 귀하게 듣던, 결핍이라는 환경에서의 경험은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군대에서 시간 쪼개가며 읽은 책, 들은 음악, 씨디 한장을 사기 위한 많은 고민을 하던 시절이 가장 음악을 치열하고 행복하게 즐긴 때가 아닌가 싶다.
[2]
그래서 나는 소위 말하는 '요즘 음악' 에 대해 잘 알진 못한다. 내가 좋든 싫든 공급 과잉이라는 환경에 강제로 놓여진 처지다. 기억할 필요가 없지만, 기억하곳 싶은 것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편하지만 불편하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고 음악은 3분대에서 보통 마무리된다. (요즘 세대는 radio edit. 이라는 말을 아마 모를 것 같다.
) 어떤 악기가 쓰였는지, 세션은 누구인지 서사는 어떻게 되는지 비슷한 곡은 뭔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을 강제당하고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잘려나갔다고 생각한다. 기억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즐겨야만 하는 음악이 대부분이다.
[3]
여느때처럼 의식 없이 음악을 듣다가 오랜만에 '검색' 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음악을 몇가지 들었다. 당장 어제 뭘 먹었는지,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할 수 없지만, 누구나 힘들었던(?) 시절은 잘 기억해낸다. 그렇게 알게되고 기억하게된 것 몇가지만 간단한 스토리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박화요비-어떤가요
이정봉 원곡의 '어떤가요' 를 박화요비가 리메이크한 버전이다. 나도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이정봉의 어떤가요 보다는 이 버전이 익숙하다. 이 곡 덕분에 이정봉이라는 가수를 알게 되고, 그당시 1짱 스트리밍 서비스였던 벅스로 이것저것 디깅했었던 기억이 난다.
페퍼톤스-Ready, Get Set, Go!
오히려 요즘 더 유명해진 페퍼톤스의 1집. 당시엔 미디어 노출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2인조 남성 밴드라는걸 알았을 때 충격이 컷다. 아직도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던 때가 생생한데 처음 들었을 땐 곡 제목을 알지 못해서 다음에 나오면 절대 제목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거미-그대 돌아오면
거미 1집 수록곡이다. 그 당시 YG와의 합작사인 엠보트 소속으로서의 앨범이었고, 그당시 엠보트라 하면 거미..휘성..소울스타 .. 뭐 두말하면 입아픈 라인업이다. YG 싱어 1세대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노래 자체로도 지금 들어도 옛날 느낌이 나지 않고 새롭기만 하다(아마 내가 이제 나이를 좀 먹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노래도 좋았지만 그당시 거미 누나의 레게 머리 역시 충격적이기도 했지.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