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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스트리밍에 사육당했다😭

[1]
일할때를 제외하곤 주로 듣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다. 물론 유튜브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요즘은 보기>듣기지만, 그래도 듣기는 빠지지 않고 매일 하고 있다.
멜론/지니/벅스 시절부터 외세의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제공되는 요즘, 내가 어떤 서비스들을 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여러 서비스를 쓰고있지만 굳이 이래야하나 + 나의 기준에 명확한 이유가 있는지 자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2]
용도에 따라 스트리밍서비스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용도 분류 기준에 대해선 다른 사람들의 기준은 잘 모르겠고.. 나 조차도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이렇게 쓰는 놈도 있구나' 정도로 재미로 읽어주길 바란다.
최근 5년 내 경험해본 스트리밍 서비스를 쭉 리스트업 해보니 7가지나 되더라.
지금은 4개를 사용하고 있으니, 서비스당 일반적으로 10,000원 언저리 + 무료 서비스를 포함하면 한달에 3만원 정도를 쓰는 셈이다. 3만원이면 CD를 두장 정도 살 수 있다.
서비스
사용기간
현재 사용여부
용도
가격
5+년
O
디깅(팔로우 계정,좋아요 음원)/ 미공개음원 검색
무료
1년 미만
O
디깅(플레이리스트)
10,900원(부가세 별도)
3년
O
미공개라이브음원/뮤비음원
10,450원(부가세 포함)
3년
X
검색을 통한 스트리밍
7,900원(부가세 포함)
3년
X
애플라디오/ 아티스트 큐레이션
8,900원(부가세 포함)
3년
X
검색을 통한 스트리밍
10,600원(부가세 포함)
COUNT7
[3]
금액부터 들여다보자. 한달 총액 약 3만원, 1년이면 36만원이다. 1년으로 생각해보니 꽤 큰 금액이다. CD로 환산하면 장당 1.5만원이니 연간 24장의 앨범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한달에 두장씩 full length 앨범 소장하고 들을 수 있다. 단순히 듣고 소장하는 용도라면, 스트리밍 서비스가 너무 비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용하는 서비스 중, 2개가 '디깅'이 목적이었다. 내 3만원 가격의 스트리밍의 가치는 음악을 듣는 것 이외에도 '디깅' 이 포함되어 있어야만 한다.
[4]
몇년전까지의 서비스들은 단순히 음악을 검색하여 찾아듣거나, 차트를 소비하는 형식이었다. 과거 멜론, 지니, 사운드클라우드를 쓰던 난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셋 중 그나마 사운드클라우드를 좋아했다. 쉽게 들을 수 없었던 미공개 음원이나 top-100에 가려진 음악들을 디깅하기 좋았다.
디깅은 실로 많은 집중과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요즘은 세상도 좋아지고 기술이 좋아져서 디깅할 필요가 없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바이브가 충분히 그 역할을 대신해준다. 등가교환인지는 모르겠으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 것들 중 꽤 좋은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내가 하고싶은 일 중 귀찮은 일을 대신 돈받고 해주는 셈이다. 결론만 보자면 이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고 생각한다.
[5]
디깅은 '시간'과 '지식'의 맞바꿈이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천 기능은 '시간'과 '돈', 그리고 순간의 '만족감'이 약간 포함된 등가교환이다. '지식' 은 교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디깅에 시간을 쏟은 만큼 집중해서 들어야만 나에게 맞는 음악을 스스로 구분하고 선별할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돈은 내가 쓰고, 주는대로 받아먹기만 했다. 나의 발전보다는 스포티파이의, 유튜브 뮤직의 추천 알고리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예전만큼 누구의 음악을 기다리지도 않고, 라디오에서 가수를, 노래 제목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기울이지도 않고 좋은 음악이나 뮤직비디오를 찾으려고 mtv, channel[v]를 찾지도 않는다. 손 닿을만한 거리에 더 가까워졌는데 오히려 찾지 않는다.
헬스장에 돈을 쏟는다고 무조건 건강해지진 않고, 나에게 맞는 운동법을 터득하진 않는다. 같은 돈과 시간을 가지더라도 누구는 발전을, 다른 누구는 퇴보한다. 좋은 음악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집중해서 듣지 않고 스스로 깊게 고민해서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나 조차도 3분짜리 음악을 10초만 듣고 넘겨버리고 있다. 돈을 쓴 만큼 좋은 가치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퇴보하고 있다.
[6]
최근 몇년간 발매된 음원 중, 어떤게 좋았냐고 물어보면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기억이 나진 않는다. 전화번호도 기억못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설명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한다. 디지털치매 외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와중에 디지털 치매로 사업하면 10년 내에 잘 될 것 같다는 생각하는 답없는 나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