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연습하고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글의 길이가 들쑥날쑥하다. 마음의 여유가 쉬이 나지 않아, 이번달 내내 가끔 쓰고 싶은 것들이 생각날 때 짧게 써왔던 것들을 한 페이지에 엮었다. 내 상황은 사실 그리 나쁘지 않고 나는 잘 살고 있지만, 보통은 쓰고 싶은 때가 생각이 많을 때라 5월은 전반적으로 어둡다. 5월은 날씨와 달리 좀 어두웠으니, 6월엔 오늘 날씨처럼 더 잘 살아보고 싶다.
[1]
독립한지 어언 두달 가까이 되었다. 짐이 있긴 했지만 같은 단지라 몇번 왔다갔다 하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이삿짐 센터를 따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달째 절반도 옮기지 못했다. 1인 가구인데 짐은 왜이리 많은지. 여튼 본가에 들를 때마다 큰 짐 하나씩은 가져오자는 대단한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새 오디오를 살 참이었다. 돈 벌고 처음 사서 아까워 버리지 못한 오디오와 CD를 최근에 집으로 가져왔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십수년 모아온 CD 대부분을 처분했다. 오래된 먼지를 오디오에서 벗겨내고, 내가 남긴 몇 없는 CD 중 하나를 신중하게 골랐다. 꽤 오랜 시간을 고르고 재생하길 반복했다.
살면서 큰 변곡점을 마주치게 될 땐 내가 가진 뭐라도 버리거나 바꿔서 리셋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상실감을 더 큰 상실감으로 덮어서 내 탓을 해버린다. 내가 기댈 수 있는 무언가를 스스로 없애고 마음을 다잡는데 익숙하다보니 다른 방법은 잘 알지 못했다.
치료제가 필요했는데 완화제만 먹은 꼴이라고 생각했다. 꼭 CD를 없앴어야 했나. 듣고 싶은 음악들 처럼 많은 것들이 아쉽다. 덜 후회할 선택을 하라는 당신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랬으면 어땠을까 때로 생각하게 된다. 묻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이 많다.
성인이 된 후 첫 과외비로 산 sony cmt-cpz1. 양쪽 스피커를 합한 출력이 150w라, GENEVA Model L(180W)에 못미친다. 가격 생각하면 미친 가성비
[2]
2주간 운동을 쉬었다. 작년 코로나에 걸렸을 때에도 일주일밖에 쉬지 않았는데 말이다. 처음으로 긴 시간을 오롯이 내 의지로 쉬었다. 몸도 마음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그냥 결론내버린채 나몰라라 무책임하게 루틴을 깨버렸다. 참 이상하다. 편하려고 쉬었는데 몸도 마음도 더 불편해졌다. 이럴거면 편하려면 쉬는게 맞나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3]
주변은 항상 감사한 분들로 가득했다. 왜 그렇게 괴로워하고 관계를 멀리 했나 떠올려 본다.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항상 한다. 좋은 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참 어렵다. 자존감도 문제고 자신감도 문제다. 좀 묻어가고 싶은데 마음이 그리 쉽게 나를 놓지 않는다. 스스로를 항상 괴롭게 만들고 있다.
[4]
경험하지 않고 잘 배우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요행을 바란다. 그간의 요행 없이 얻은 경험치가 나를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면서도 겪지 않고 싶었던, 않았어도 될 일, 보지 않았어야 할 손해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억울함에 몇달을 괴로워하기도 하고 생각 없는 사람처럼 멍하게 몇달을 지내기도 했다. 기분이 좋았다가도 나빠지고 감정의 폭이 커지면서 점점 역치를 건드리더니 이젠 오히려 큰 일은 그냥 넘어간다. 마음이 깊어진건지 무뎌진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도 무뎌져서 모르는걸지도 모른다.
[5]
가까운 사람일수록 대화하는게 서툴고 어렵다. 단어를 더 고르고 대화게 신중을 기한다. 실수하진 않을지, 상처주진 않을지 두번 세번 생각한다. 당신과의 대화가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가 가까워서인지 아니면 그냥 애당초 어려운 사이인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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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잠에는 쉽게 들지만 악몽을 자주 마주한다. 무의식이 과거의 트라우마들을 다 내려놓지는 못했나보다라고 생각한다. 점점 나의 수면을 자주 방해하고 어지럽힌다. 이거 아주 신경쓰인다. 이럴 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라고 생각한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또 거짓말을 늘어놓고, 괜히 거실에 가서 물한잔 마시고 소파에 누웠다가 앉았다가 다시 침대로 가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오늘 지나가다 우연히 맡은 익숙한 향수에 마음이 괴로워지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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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할 땐 고요하고 싶고, 고요할 땐 복잡하고 싶다. 다의 복잡함에, 고요함을 차분히 이해해줘서 감사하다. 무너진 것은 당신이라고 생각하겠지. 난 무너지지 않은 척 거짓말해서 미안하다. 많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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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살아은 나에게 칭찬이 약일지, 위로가 약일지 나는 잘 모른다. 스스로가 겪어온 모든 것들이 기뻐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달지도 쓰지도 않다. 그냥 무뎌졌다. 이쯤되면 스스로에게 쓸모있는 사람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나? 뭘 해줘야할까? 참 어렵다.
2023년 6월 4일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