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지 않아도 편한 자리가 있고,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자리가 있다. 나는 주로 전자에 가까운 자리에 익숙한 사람인데, 가족이나 정말 친한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딱히 입을 열지 않아도 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편이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관계 유지를 위해 시덥잖은 농담을 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 웃음 짓기 위해서 굳이 취향이나 날씨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영혼 없는 공감이나 눈맞춤을 하지 않아도 괜찮음에 감사하는 사람이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서로의 편안함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를 항상 추구하지만, 고약하고 예민한 성미 때문인지 쉬이 그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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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많이 만나진 않다 보니 깊은 이야기를 할 일도 없고, 특히나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음식 취향, 음악 취향, 소비 취향, 가구 취향, 커피 취향, 책 취향.. 흔하디 흔한 취향의 인간이지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를 찾는다는건 대화 만큼 항상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일생일대의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혼자 여기저길 쏘다니는 것을 선택한지 꽤 되었지만, 가족들과 시간이 맞으면 쏘다니거나 친한 친구들이 모일 일이 있으면 시간과 체력을 끌어모아서 답답함을 해소한다. 그것만으로도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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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다 우연찮게 부모님 연배의 부부와 커피 이야기부터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시간을 훌쩍 넘겼다. 지난주부터는 약의 힘을 빌어 자고 일어난다. 그토록 부정했던 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가끔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즐거움을 마주하고선, 지금까지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 만든다. 난 왜 여태 대화하려하지 않았을까.뭐가 겁났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