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지난 2025.03월의 에세이

[1]
솔직해지고 싶어서 뭐라도 써내려가기 시작한지 2년 정도 지났음에도 애석하게 나는 여전히 잘 쓰지 못하고, 비겁하게 글 뒤에 숨는다. 비겁한덴 이유가 있고, 두려운 것은 많다.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 멍청함이 언제 들통날지 몰라서, 점점 자주 돌아오는 위경련을 참을 수 없어서, 부러지고 비뚤어진 심보의 고약한 냄새가 당신에게 닿을까 두려워서 늘 불안하다. 각자의 방향으로 힘껏 잡아끌다 늘어져버려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 두려워서, 다 숨기고 나도 숨고 싶다. 늦추면 흔들리고 당기면 끊어질 듯한 줄타기는 새벽마다 깨우기도, 숨차게 만들기도 한다. 덜 멍청하고, 덜 아프고, 덜 고약해질 생각은 못하고 그래 보일 생각부터 하는 내 머리에서, 십수개월을 써내려가도 설명하지 못하는 절반의 솔직함에서 모순이 유난히 익숙하고 커 보인다.
그래서 나는 못 본 척 도망갔다. 뒤돌아 뛴다고 해결되지도 않을 모순을 등지고서. <반만 솔직한 사람>
[2]
가능하다면 지우고 싶은 순간들이 꽤 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시간, 사람이 모니터 뒤 한껏 꼬인 전선처럼 풀릴 생각 없이 한데 뭉쳐있는데, 대부분은 지울 수 없어서 주로 숨기는 쪽을 택한다. 한심한 이 짓 마저도 미숙하기 그지 없어서 쉽게 드러나고 황급히 다시 뒤로 던져버리는 짓을 반복한다. 지울 수 있으면 좋겠다. 어제의, 지난달의, 작년의, 10년전의 선택을 지우고 싶고 잊고 싶고 덮을 수가 없어 도망치듯 산다. 가능하면 멀리 도망가려해도, 기울어지고 결국은 꼬인 선에 걸려 넘어져서 다시 숨기고 뛰어서 새벽마다 숨이 차나보다. 매일 먹어야하는 약 덕에 5시에 숨차듯 깨는건 조금 나아졌는데, 눈 뜨는 순간 가득이었던 들숨이 빠져나갈 때 꿈도 같이 지우고선 빠져나간다. 꾹 눌러쓴 자국이, 검은 것이 께름칙하게 남아서, 자꾸 쓰고 지우길 반복해서 너덜해지고 찢어질 것 같아서 신경쓰인다. 지워지지도 않는걸. <연필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