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2025.8월까지 밀린 생각들

[1]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아서, 해질때까지 지내는 방을 5일 아침 저녁으로 미루고는, 주말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며 세 번째 여름을 지나는 중이다. 요즘 출근하면 라디오를 켜는 버릇을 들였더니, 일하지 않는 날 잠깐 들른 잡동사니 앞에서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켰다가 충동적으로 씨디를 찾고, 듣다 보니 쌓였던 것들을 그나마 볼만하게 옮겨두고 있더라. 하면 될 일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룬다. 불안을 팔아 움직이는 나는 뭘 버리고 싶지 않은지, 아직 정리를 끝내진 않았다. 장마는 끝났는데, 더 장마같은 비가 온다. <장마와 비>
[2]
뭘 좋아했었는지 기억하는데 꽤 시간을 쓰고 결론에 다다른 몇가지 중 하나는 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를 좋아했지만 그 시절은 참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 때의 나로만 돌려주십사 하는 마음에, 여러모로 날 것 처럼 비리고 축축한 몇 년을 갈아마시고 모르쇠 묻었다. 그래서 되감기는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모순 가득하게 나를 되감아보고 싶어한다. 갈아서 마셔버린 시간이 내 몸에 잘도 베어들어 축축한 냄새가 쉬이 빠지질 않는다. 어쩌면 나는 시절처럼 나를 싫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되감기>
[3]
그냥 별로인 날도 있고 대부분은 내가 별로인 인간이라 그런데, 별로라서 겁이 많아진건지 겁이 많아져서 별로인건지 모르겠다. 밑천 드러날까 겁나서 비싼 물건 살 때 마냥 꼼꼼히 따져본 적은 없다. 복잡하다고 덮으면 땡이 아닌건 다 알고 있고, 순서를 지킬 뿐인데 어떤 식으로 정해지는지는 여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십년을 해도 거꾸로 뛰는 기분이다. 당신들은 눈알이 뒤에도 달렸거나 무릎이 반대로도 접히는게 아닐까? <다르게 생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