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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2023.6월-2023.8월 주간 기록물!

[1]
매일 글써서 실력을 늘려보겠다는 허황된 꿈도 짧게나마 꿔봤지만, 천성이 게으른 인간이라 금새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2월 부터 매주 조금이라도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글을 짧게라도 쓰려고 노력했고, 이를 인스타그램에 기록했다. 이번 글에선 그간 썼던 초고(에 가까운 글)들을 엮어서 기록해두려고 한다. 언젠가는 이 초고에 살을 붙이고 고치고 또 고쳐서 몇개의 문장으로, 문단으로 늘려보겠다는 허황된 꿈을 한번 더 꿔본다. 처음으로 다시 쓰기로 마음먹은 2-6월엔 한 문장으로 글을 정리했지만, 7-8월로 넘어가며 글의 규모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는 점이 재밌다.
[2]
6월 2주차
주 4일 술먹는 기인열전
6월 3주차
모르겠고 고만 괴롭고 싶읍니다. 괴로움 멈춰. 만고 괴로움을 만드는 것도 나새끼 괴로운것도 나새끼 21세기형 무한동력 나셨다.
6월 4주차
중요한 이벤트가 대부분 먹는일인건 고칠 필요가 있다.
[3]
7월 1주차
월-금은 결론주의자로 살지만 과정주의자가 되고싶고, 토-이리은 과정주의자로 살지만 결론주의자가 되고싶다. = 미친놈
7월 2주차
용서하지 못하고 남탓하는 인간이 되어있는 나를 자주 본다.
7월 3주차
날씨탓인지 저질러놓은 일 수습에 허덕여 그런지, 이번주는 정말 썩은 마음으로 살았다. 덜 후회할 선택을 하라했는데, 해보지도 않고 어찌 알 수 있는것인지 궁금하다. 난 주로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으니 앞으론 반대로 해볼까 싶기도 하다. 나중엔 머리와 반대로 가서 후회하려는 이유를 미리 만들어뒀으니 괜히 마음이 편하다.
7월 4주차
식물이란게 여간 까다로울수가 없다. 더우면 덥다, 목마르면 마르다고 하지도 않는다. 망가져버리는 잎과 줄기로 말을 대신한다. 그 때가 되면 그냥 잘 보내주거나 영양제도 놔보고 인터넷을 뒤져서 건강하게 만들어보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본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잖아”라는 말은 조금은 무책임하다. 나도 말하지 않으면서. 식물한테 말하라고 하지도 못하면서.
[4]
8월 1주차
더위에 워낙 약한 터라 걱정했지만, 어느때보다 좋은 쪽으로 여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일이나 인간관계가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상황이 있었나 싶습니다. 요즘은 오히려 밤잠을 제대로 자는 일이 없다시피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답답한 마음만큼 계절의 긍정적인 면이 피부에 잘 와닿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보아하니 빠르게 포기하는 쪽을 선택한 것 같기도, 이젠 이겨낼 수 있는 요령이 생긴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8월 2주차
주 초부터 이상했다. 이명 증세가 조금씩 보이더니 메니에르 증후군이 다시 고개를 슬슬 드는 듯 했다. 일어나면 심장이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뛴 적이 잦다. 뭐든 외면하고 두면 그 대가는 처음엔 생각으로, 다음엔 말로, 마지막엔 몸으로 날 후려친다. 스트레스 받는 내가 스트레스다. 자가발전 오지네
8월 3주차
주변이 꽤 엮인 일들이라 장고 끝에 결정할 일이 많았다. 그래도 나름 돈받고 하는 일이라고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하고 알아보고 선택한 것들은 선택과 고민에 쏟은 무형의 규모 대비 소소했다. ROI가 드럽게 안나온다. 깐깐하게 재고 생각하는 시간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오래할수록 의미없다. 결국 돌고 돌아 지가 하고싶은 대로 하게 되더라. 머리로는 다 정해놓곤 스스로 설득할 때 까지 시간이나 끌고있다. 하고싶은대로 하자. 시간 아깝다
8월 4주차
하지 않아도 되었을 말 때문에 후회와 반성으로 시간을 보냈다. 감정이 섞여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졌을 때 수습도 쉽지 않을 뿐더러 신경쓰는 내내 몸이 아파서 나에겐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항상 어렵고 후회하는 일이다. 감정제어를 잘 할 수록 손해가 적다라는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주 들어왔다. 돈 버는 일도, 취미로 하는 운동도 그렇듯 행동과 생각이 상대방에게 읽히면 휘둘리기 쉽고, 가끔은 불편한 결과를 초래한다. 주변을 쉽게 믿지 못하는 환경에서의 감정 표출의 호된 대가는 시간이 다시는 잊지 말라며 뼈에 매번 새겨준다. 다들 이런 상황을 미리 방지하고 손해볼 일을 줄이고 싶어하나보다. 조금은 건조할 수 있어도, 가능한 예의를 갖춰 용건만 이야기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지향한다는 말은 때론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에둘러 말하고자 하는, 부끄러운 스스로를 한꺼풀이라도 포장하고 싶음이다. . 누구나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감정의 한 구석이 있다. 밝고 아름다운 희망의 감정은 보이고 싶지만, 어둡고 축축한 부정적인 감정적인 모습은 들키고 싶지 않다. 벽을 사이에 두고 부끄러운 감정을 쉽게 숨길 수 있음에, 나같은 사람은 원격으로, 화상으로, 그리고 정리된 논리와 글 기반으로 일하는 삶은 오히려 행복하다. . 요즘 허물어져버린 벽 사이로 저항 없이 긍정과 부정을 들이밀어버리는 폭력적인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버린 자신이 내내 부끄러웠다.
8월 5주차
몸의 상태도, 마음의 상태도 숨기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좌회전, 우회전 구분하듯 자연스럽게 나를 숨겨야할 때와 숨기지 않아야 할 때를 알아야할텐데 아직도 쉽지 않다. 내가 아직 인간이 덜 됐다는건 자연스럽게 알겠더라. 애들은 원래 왼쪽 오른쪽 구분 못한다. 오히려 구분 못해서 내가 밥먹고 살고있는지도 모르지.
망설이고 후회하고 생각하다 보니 자주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일하는 것도, 쉬는 것도 마음먹은대로 하지 못하면서 계획했던 일들부터 간섭을 받는다.
요 몇년간 해 뜨고 지고 몇시간은 내도록 의자에 앉아있기 때문에 나를 챙길 수 있는 아침시간은 소중하다. 가능하면 몸과 마음을 챙길 수 있는 것들을 하려하는데, 돌팔이 같은 생각으로 지가 어떤 상태인지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누르고만 있다가 큰 댓가를 오래도록 치르고 있다. 웃으면서 걱정말라고 하시면서 내년 이맘때쯤 외래 다시 잡자하시는걸 보면 벗어나긴 글렀다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한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하고, 그럴 수 없는 것이라면 신경쓰지 않는 버릇을 들이고 있다. 웃기지만, 제어할 수 있는 일들은 저 멀리 둬버리면서 내 손 밖의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에 모든 신경이 가있다. 그런 일들은 대게 기쁘고 행복하고 즐겁기보다는 거슬리면서 맘에 안들고, 화까지 돋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경 끄기의 기술로는 안되나보다. 신경을 끊어버리는 기술은 없나.
걱정이고 문제고 숨는다고 사라지진 않고, 숨긴다고 능사는 아니다. 해야할 말은 하고, 보고싶지 않은 것들은 치워야겠다.
숨겨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는 어딘가에 있겠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숨기지 않겠다. 부디 숨지 말아줘라.
2023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