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 BODUM 커피 메이커(프렌치프레스)

[1]
일본에 살면서 카페에 관한 글을 자주 올리고 있는 T입니다. 그런데 사실 카페 가서 사 먹기만 하는게 취미는 아니에요. 맘에 드는 원두가 있으면 카페나 온라인에서 구입해서 직접 내려 먹기도 하거든요. 거의 카페 투어와 맞먹을 정도로 홈카페도 취미입니다. 아마 작년에 원두랑 커피 기구 구입에만 100만원은 넘게 썼을거 같네요. 그런데 아직 커피 기구에 관련한 글은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니... 제 불찰입니다. 그래서 나름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맛있는 커피를 반복적으로 추출하기 쉬운 프렌치프레스라는 기구에 대한 내돈내산 리뷰 + 알아둬도 쓸모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잡설도 함께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2]
매장에서 커피를 사서 마실 경우 기계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희석해서 마시거나, 핸드드립을 취급하는 가게라면 하리오 V60, 칼리타 웨이브 같은 드리퍼를 이용해 추출한 것을 마시는게 대부분일거라 생각합니다. 전자는 제일 간단하고 대량으로 축적해 놓기도 쉬우며 후자는 퍼포먼스도 보여줄 수 있지만 3분 이내에 추출이 가능하고 커피의 맛을 잘 살려주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도 커피 드립팩이나 드리퍼로마실 수 있잖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프렌치프레스를 사용하냐고 물으신다면 몇가지 특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3]
내돈내산으로 설명드리는 프렌치프레스 기구를 만든 BODUM이라는 메이커는 커피/차에 관련한 여러가지 기구를 취급하는 덴마크 기업입니다. 약 80년 가까이 글로벌 사업을 해 오면서 전문가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메이커죠. 반면 하이 엔드급 제품은 아니라 진입 장벽은 높지 않으며, 이번에 제가 리뷰하는 프렌치프렌스도 국내 정발 가격도 3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다른 브랜드의 저가 혹은 고가 모델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추천하고 싶은 장점도 많은데요,
1.
비싼 도구도 복잡한 기술도 필요 없다.
싸게도 몇 십만원 비싼건 천만원도 넘어가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살 필요도 없고 화려한 물줄기 기술을 구사하여 드립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구에 물 넣고 가루 넣고 기다리면 끝나요.
2.
풍부한 풍미의 커피
원두는 그 자체에 유분을 머금고 있는데 일반적인 드리퍼와 여과지를 사용한 추출은 이 유분을 제거해 버립니다. 즉 일반적인 여과 방식으로는 깔끔한 커피를 마실수 있지만, 유분을 제거함으로서 풍미가 일부 사라져버린다는거죠. 프렌치프레스의 금속필터는 유분을 통과시키므로 어떻게 보면 더 풍부한 맛의 커피를 추출 할 수 있습니다.
3.
균일한 추출로 누가 언제 내려도 맛있게
1번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온도와 시간이라는 변수만 맞춰준다면 드립 기술이나 기계의 영점 조절 등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이 동일한 맛의 커피를 매일 내려서 드실수 있다는 거죠.
그럼 단점은 없냐? 물론 있습니다. 종이 필터 같은 촘촘함이 없어서 미분이 추출되고 쉽고, 추출 과정에서 제거를 해 주지 않는다면 텁텁한 맛이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드립커피 보다는 추출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려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줄게 아니라면 별 상관 없겠지만 화려한 기술을 사용하지는 않고 ‘프레스' 즉 압력을 가해 누르는 작접을 할 뿐이라 딱히 멋도 없어요. 하지만 싸고 간편하고 맛나면 장땡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위의 단점이 커다란 장점을 압도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4]
바리스타나 가게에 따라 다양한 추출법이 있는데 참고한 건 센터커피 박상호 대표님의 추출레시피입니다. (선정 이유는 이 분이 알려주신 하리오v60 추출 레시피로 내린 커피가 너무 제 취향이었거든요)
추출법 정리
준비물: 프렌치프레스, 원두 15그램, 물 250그램, 숟가락
1.
프렌치프레스 기구를 예열해 둡니다
2.
원두 15그램을 분쇄(드립용보다 조금 거친정도. 집에 그라인더가 없다면 프렌치프레스용으로 가게에서 갈아옵시다)합니다
3.
예열용 물을 버리고 95도의 물을 250그램을 부어주고 그 위에 커피를 넣고 수저로 다섯번 저어줍니다
4.
온도가 금방 식지 않게 덮개를 얹어주고 대기합니다
5.
3분 30초에 덮개를 열고 위의 막을 깨뜨린 후 위에 뜬 침전물을 숟가락으로 제거해 줍니다
6.
4분이 되었을 때 덮개를 덮은 후 마지막 끼지 천천히 손잡이를 내려 추출을 완료합니다
저는 집에서 갈아먹었습니다. 실버스킨을 좀 제거해 줄 걸 그랬네에요.
[3]
제가 사용한 원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모카 워시드 였는데, 특유의 밸런스 잡힌 단맛과 산미는 물론 깊은 뒷맛도 느낄 수 있게 잘 추출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자주 애용할 겁니다. 다른거 다 필요없이 기구 하나로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는걸 생각하면, 커피를 좋아하고 가끔은 다른 방식으로도 마셔보고 싶다라는 욕구를 가지고 계신 분께는 적극 추천 드리겠습니다.
별 다섯개!!!
추출 후. 솔직히 침천된 커피가루 처리나 기구 뒷 정리도 조금 귀찮긴 한데 이정도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