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골든 글로브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시상식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와도 같았던 골든 글로브가 올해는 비공개 진행에 방송도 타지 않은채 진행되었습니다. 오징어 게임(2021)의 오영수 분께서 한국인 최초로 TV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을 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현재 헐리우드의 골든 글로브 보이콧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Golden Globe Awards.
현재의 사태를 이해하려면 먼저 골든 글로브의 태생을 알아야합니다. 1944년 헐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HFPA, 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의 주관하에 골든 글로브가 시작됐습니다. 이 당시의 외국 기자들은 헐리우드 인사들의 인터뷰를 따내기가 힘들었고, 어떻게 하면 배우와 제작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시상식을 열어서 상을 주기 시작한것입니다. 헐리우드 관계자들은 타이틀을 얻어서 좋고, HFPA는 취재를 손쉽게 할 수 있었죠. 그러다가 1958년부터 시상식이 중계되면서 더욱 더 골든 글로브는 영향력을 더 얻기 시작하고, 동시에 HFPA 소속 기자들의 힘도 같이 커졌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에미 시상식이 업계 사람들이 주는 상이라면, 골든 글로브는 기자들이 뽑은 상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100명도 안되는 사람들에 심지어 기자인지도 확실치 않은 사람도 포함된 기자단의 투표가 공정성을 가지는 지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기에, 시상식을 재미와 화제성으로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며 그들의 영향력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던 중 1982년에 피아 자도라 사건이 터집니다.
Focus Features.
1982년 피아 자도라는 버터플라이(1982)라는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당시 개봉을 안 했을 뿐더러, 개봉 후에는 많은 영화 비평가들로부터 그녀의 연기는 영화에 적절하지 못 했다고 혹평을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피아 자도라의 억만장자 남편이 HFPA를 라스베가스의 본인 소유 카지노에서 놀게 하고, 호텔에서 호화롭게 지내게 해주는, 소위 풀코스로 대접 해준것이 밝혀지게 됩니다. 피아 자도라는 같은해 같은 영화로 골든 라즈베링에서 최악의 여우상을 수상합니다. 이와 같은 사건은 골든 글로브는 살 수 있는 상이라고 알려지게 됩니다. 이 외에도 2000년의 샤론스톤의 여우 주연상 후보 등록의 댓가로 고급시계를 받은 정황, 2011년 드라마 장르 후보에 올라야했을 조니 뎁,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투어리스트(2010)를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올리는 등 논란을 계속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2020년, 노르웨이의 한 기자가 HFPA 가입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며 HFPA를 고소하면서 본격적인 대중의 관심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21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앞두고 LA타임즈가 HFPA에 흑인 멤버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것이 본격적인 보이콧의 시작이 됩니다. 2020년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인종과 관련된 부패, 특히 흑인이 관련된 문제는 사람들이 쉽게 넘어가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스칼렛 요한슨을 필두로 성차별적인 질문을 HFPA로부터 받아왔다는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헐리우드 전체가 골든 글로브 보이콧에 시작했습니다. 스타가 없으면 광고가 없고, 광고 없인 방송할 가치도 없으니, 중계 방송사인 NBC도 HFPA가 문제를 고칠때까지 중계를 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결정적인 한방을 먹입니다.
HFPA Members on Golden Globe Awards Website.
HFPA는 상황을 바로 잡겠다면서, 새롭게 기자단을 꾸리고 비회원에게 투표권도 줬습니다. 29%의 흑인 기자들도 가입시켰죠. 참고로 1명의 한국인 기자도 추가로 가입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됐던 인원들은 퇴출되지 않고 투표권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영향력을 내부적으로 감시할 시스템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1년 전 한국계 미국인이 만든 미나리(2020)를 외국어 영화상으로 분류했던 HFPA가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을 연기했던 배우에게 남우 조연상을 안겼습니다. 오영수 분의 수상은 작품의 화제성과는 별개로 그의 연기는 인정받고 축하받음이 마땅하지만, 현 상황에서 애매하게 이용당했다는 느낌은 지우기 힘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수의 인력이 그들의 아집으로만 영화제를 운영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대종상의 추락을 통해 잘 알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종상은 분명 변화하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부패한 영화제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골든 글로브가 사라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변화를 도모하겠죠. 하지만, 헐리우드를 비롯한 대중의 신임을 다시 얻는데에는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