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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러 갔던 어느 날, [B]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IMAX, IMAX하면서 좋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게 일반 영화관보다 더 좋은 지 잘 모르겠다.”. 질문을 받은 [G]는 솔직히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국내에 CGV를 통해 영화관에 IMAX가 보급되면서 영화계의 혁신이라고 불렸던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으며, 최첨단 디지털 시대인 현시점에 IMAX가 일반 영화관보다 화질이 좋다고 할지라도 체감(?)이 되냐라고 묻는다면 갸웃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 과연 IMAX가 더 좋은 게 맞는가? 에 대해, 현시대의 영상 기술과 함께 한 번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깊게 파고들면 너무 깊은 분야가 영상이기에, 최대한 심플하게 가보자.
IMAX COUNTDOWN은 언제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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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디지털 시대의 기술들을 논하기 전에, 그 전의 필름 영화 시대를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먼저 20세기를 풍미한 대부분의 영화와 사진의 기본 필름 규격은 35mm(필름 테두리까지 포함한 높이)이며, 요즘 티비에서 고급 디지털 카메라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풀프레임’과 같은 사이즈라고 보면 되겠다. IMAX는 이러한 35mm 필름이 주름잡던 시대에 더 나은 영상과 음향을 제공하고자 등장한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필름 규격은 70m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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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비율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간단히 설명해서 필름의 가로 세로의 너비가 2배가 되었으니 필름 면적이 4배가 된 것이다. 요즘 기준으로 예를 들면 FHD급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와 UHD급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의 차이라고 보면 되겠다.(FHD의 4배 면적이 UHD) 그럼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이, IMAX 필름으로 촬영한 영상이 훨씬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다. 당시 기준으로 화질은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좋았으나 IMAX 전용 필름과 장비들이 워낙 비싸서 고급 다큐멘터리 정도에 사용되었던 것이며, 따라서 필름 영화 시대에서는 IMAX 영상의 우월성은 독보적이다. (단순 면적 비교로는 4배라고 했으나, 필름이므로 10배 이상의 선명도 차이라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필름 영화를 기준으로 일반 영화 대비 IMAX 영화의 품질이 좋은 게 맞다.
IMAX FILM의 광팬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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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최신 디지털 시대를 기준으로 영상의 품질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하지만 그에 앞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영상의 품질과 관련된 용어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 나는 ‘영상의 품질(화질)’에 대해 다루려고 하는데, 이전부터 FHD와 UHD라는 단어가 화질을 의미하는게 아니냐는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 이에 대해, 우선 단어부터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Pixel | picture element, 이미지/영상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점(화소와 같은 말) |
해상도 | 이미지/영상을 표현하는데 몇 개의 픽셀(pixel)로 이루어 졌는지를 나타냄.
EX) FHD(1K) : 1920X1080, UHD(4K) : 4096X2160 이 최근에 널리 사용됨 |
PPI | pixel per inch - 1인치당 pixel의 개수. – 실질적으로 화질과 같은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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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화질이 좋다, 영상이 깨끗하고 선명하다는 것은 ‘PPI가 높다’ 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TV를 선전할 때 자주 사용하는 ‘최고의 화질과 선명함을 자랑하는 UHD TV’라는 것은 사람들이 인식하기 쉽게 표현한 것이지만, 덕분에 헷갈리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즉, 동일한 60인치 TV를 기준으로 FHD 해상도와 UHD 해상도를 가진 TV를 비교하면, 당연히 UHD의 화질이 훨씬 좋다.(단위 면적당 픽셀 개수가 4배니까) 하지만 30인치 FHD TV와 60인치 UHD TV의 화질을 비교하자면, 화질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비교는 단순히 픽셀의 크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실제로는 TV 패널 제조사(삼성, LG)에 따른 차이나 패널 TYPE(PDP, LCD, LED, OLED), 밝기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에 구매 시에는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비싼 제품일수록 좋은 건…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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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빔프로젝터의 화질에 대한 것은 이해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이제 영화관을 기준으로 돌아와보자. 영화관에는 영사기가 있으며,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꼭 IMAX 영화관이 아니더라도 모두 다 화질이 좋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 과연 가장 무난한 일반적인 영화관의 해상도는 얼마일까? 답은 2K(QHD급)이다.(1K=FHD) 엥? 그렇게 낮아? 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2022년 기준 대부분의 국내 영화관은 2K이며, 4K 상영관이라고 쓰여진 곳들만 최소 4K(UHD급)으로 상영을 하고 가격도 더 비싸다. 일반적인 상영관의 스크린 사이즈는 17Mx7M로, 약 430인치인데 2K라니… 앞서 이야기한 PPI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TV 대비 화질은 최악이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는데, 즉 사람들이 느끼는 화질이 꼭 해상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다.(영상에는 화질뿐만 아니라 명암비, 계조, DR 등 세부적인 내용이 엄청 많기에, 이 글에서는 단순히 화질만 가지고 비교를 했다.)
IMAX Film 영사기의 위엄. / 출처 : red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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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반적인 가정용 제품들과 영화관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서 IMAX는 어떨까? 국내 IMAX 상영관 중 대표적인 용산아이파크몰/광교/동탄/압구정은 모두 IMAX with laser관으로, 4K(UHD)의 해상도를 지원한다. 오? 그래도 일반 상영관보단 화질 좋겠네? 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 ‘라이맥스’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라이맥스’는 IMAX Digital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던 시기에 IMAX 영화관 보급화에 지대한 공을 세운 영사기이지만 실제로 2K밖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 즉, 가격은 더 비싼데 일반 상영관과 화질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면 되고, 기존 필름시대의 IMAX가 기존 필름영화 대비 10배 이상의 화질을 자랑했다는 걸 생각하면 이전 IMAX 아재 팬들이 ‘라이맥스’라고 하면서 욕을 했던 것이 이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IMAX관 중 다수는 IMAX Digital이며, 화질을 좀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IMAX with laser관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간단히 IMAX 영사기의 종류를 구분하면 아래와 같다. (계속 개발 중이라 세부 종류는 더 많다.)
IMAX GT(Grand theater) | 필름 시대 70mm 필름 + 1.43:1 화면비 |
IMAX MPX | 필름 시대 재정난 극복을 위해 일반 상영관용으로 만듬.1.9:1 화면비
(가장 무난한 일반 영화관의 화면비는 1.85:1이다.) |
IMAX DIGITAL(라이맥스) | IMAX의 대중화. 필름에서 디지털로 변경되었으나 2K로 해상도가 떨어짐 |
IMAX LASER Cola(commercial laser) | IMAX DIGITAL에서 부족한 해상도를 4K로 올리고, 싱글레이저에 1.9:1 화면비까지만 지원.(CGV 광교가 대표적) |
IMAX LASER GT(grand theater) | IMAX DIGITAL에서 부족한 해상도를 4K로 올리고 필름시대 고유의 화면 비율 1.43:1을 구현 가능 – 국내에선 용산아이파크몰이 유일하며 설치비용만 6천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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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최근 영상 기술들에 대한 용어 설명과 IMAX에 대해 매우 간략하게 설명해보았다. 파고들기엔 너무나 깊은 분야이며, 용어 하나마다 설명이 몇 페이지는 필요하기에 이 정도로 정리를 해보았는데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해해주기 바란다. 상기 설명들은 IMAX의 ‘해상도’를 기준으로 설명하였지만, 실제로 IMAX 영화관은 12채널 사운드 시스템(기본 영화관은 돌비 5.1~7.1채널이 일반적)을 비롯하여 좌석 배치 기준 등 다양한 부가적인 장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엔 기술 발전에 따라 일반 영화관들도 평균 수준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명확한 목적(영상, 음향 수준 등)을 가지고 핀포인트로 원하는 영화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영화관 자체의 품질을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용산 아이파크몰의 IMAX관의 위엄.(31m X 22.4m의 엄청난 크기) / 사진출처 : naver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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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IMAX 필름이나 디지털로 촬영한 영화를 광고할 때 언급되는 1.43:1의 비율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감독은 IMAX의 양식을 통해 영화에 표현하고자 시각적인 느낌을 1.43:1이라는 비율에 담았는데, 일반 영화관에서 1.85:1로 아래위가 싹둑 잘려진 비율로 영화를 보게 된다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느낌을 완전하게 공유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감독들도 일반 영화관 상영을 고려해서 잘리는 부분까지 감안해서 찍긴 한다.) 따라서 IMAX 영화관을 찾는다면, ‘영화 화질’의 관점보다는 ‘화면 비율’의 관점에서 고려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과연 같은 장면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