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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의 추천으로 김신지 작가의 최근 에세이 를 읽었다. 추천 + 선물까지 해줘서 고맙다. 며칠 걸리지 않아 완독했고, 심신미약(?) 상태의 나에게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이 작가의 다른 책('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를 통해, 매일 혹은 매주 기록하는 삶에 대한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거창하거나 복잡한 것 없이 단순한 일기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내 감정이 어땠는지 기록하는 행위에 대한 예찬론을 담고 있었다. 그 쉬운 일을 매일 하지 않고 미룬 후 매주 일요일 끝자락에 억지로 기록해내려는 지금의 나를 반성하고 있지만, 미약하게나마 몇 주 실천해봤다.
김신지 작가의 신작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교보문고 가니 에세이 베스트셀러 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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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일기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한 줄도 좋고, 긴 줄 글을 써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사용하는 나로서는 사진 + 글의 포맷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실제로 최근 몇주간은 매주 토요일에 그 주를 살면서 찍은 사진과 느낀점을 최대한 있어보이고 싶은 한줄의 글들과 함께 포스팅했다. 지지난주에 쓴 글을 금방 봤는데, 나도 뭔소리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 방법은 실패인 것 같다. 뭐 어때?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면 그만이다.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이 결국 fudio다. 돌돌퓨
이런 습관을 가짐으로써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뭘까? 과거의 나를 통해 배우는 것? 사실 그런 큰 기대는 없다. 단순히 매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복잡하고 빠른 세상이라 하루이틀만 지나면 내가 뭘 먹었는지 그날의 행복했던 일이 뭐였는지, 슬프고 화나는 일이 뭐였는지 기억조차 안난다. 난 뭘 배웠고 무슨 잘못을 했고, 뭐가 좋았고 아쉬웠는지 알고싶다. 단순한 나에 대한 흥미를 기록을 통해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대게 기억은 과장되었던 것 같다. 더 좋게 기억되거나 혹은 더 나쁘게 썩어버렸다.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다. 이게 다 내 재미들일텐데. 나 스스로를 위한 나의 콘텐츠를 즐겨찾기 하는 느낌이면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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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셋째주에 난 이런걸 보고 겪고 느꼈다.
1.
이번주에는 빠지지 않고 복싱장엘 나갔다. 아침 고정 출석하시는 다른 회원분들과 매일 스파링하기로 했다! 스파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가셨지만, 왜 집에만 오면 코피가 나는 것일까.. 헤드기어를 바꿔야 겠다.
2.
네번째 커피 모임을 했다. 매주 느끼지만 참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밝은 분들이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글 못보시겠지만 감사합니다.
3.
이번주도 책 한권을 완독했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라는 책인데, 임종을 가까이 둔 사람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종양내과 교수님의 에세이다. 삶의 마지막에 대해 냉정한 입장이 되어야만 하지만, 인간으로서 감정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마음에 대해서 꾸밈없이 쓴 책이었다. 현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나같은 심신미약자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4.
ChatGPT4에 대해서 아주 조금 알아봤다. 일 때문이지만 살짝 귀찮다. 가능성을 보이는 것과, 가능성을 돈으로 만드는 것의 간극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거.. 돈이 된다 해도 scale이 받쳐줄까?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책임이 늘면서 부담도 함께 늘었다. 권한이 늘었나? 그것도 잘 모르겠다. MS는 왜 이따위걸 만들어서…
5.
술을 두번 마셨다. 첫날은 소주 3병, 둘째날은 소주 한병. 1년새 술이 꽤 늘었다. 복싱 감사합니다. 10년 전의 나를 찾아가는 거 같아요.
셋이서 1차 소주3 + 3차 소주6 막바지 =] 왜 나 빼고 다 죽은건데?
6.
일하며 감정조절을 두세번 정도 하지 못했다. 진짜 뜯어고치고싶다 내 이런 모습..
7.
motivation이라는 앱.. 이거 너무 물건이다. 뼈를 갈긴다 자꾸. 꼭 쓰세요. 두 번 쓰세요.
하루에 몇번씩 아래위로 잘 팬다… motivation
8.
코드쿤스트 새 앨범을 들었다. 2,3번 트랙, 그리고 드비타 피쳐링 곡이 기가 맥히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힙과 외힙 그 사이 어딘가를 듣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9.
이번주 Joey bada$$, sza 많이 들었다. 아이유도 많이 들었는데 우울의 늪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 관두기로 했다.
10.
인테리어 계약을 끝냈다. 결재 그리고 결제 무한 반복의 굴레가 남았다. 잘한일이겠지? 아몰라..
11.
지금 듣는 음악
몇년 전에 내한했을 때 공연보러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이젠 늙어서 스탠딩 공연은 힘들다.
12.
아까 이 글 마무리하러 2차 카페 오면서 오랜만에 빅이슈를 샀다. 다나카 선생님이 메인에 있네
빅이슈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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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여기 쌓인 글들이 다른 글로 맺어질 수도 있고, 2023년의 셋째주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왔을 때 이걸 통해서 다시 한번 행복해질 수도, 혹은 그리워할 수도 있다. 뭐, 아무렴 어떤가!
-2023.03.19 일요일에 마무리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