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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캐나다 무상의료의 명암

캐나다에서 출산을 겪는 동안 병원에 돈을 낸 적이 없다. 원무과 자체가 없다. 캐나다가 자랑하는 무상 의료시스템 덕분이다. 우리가 임신부터 출산까지 지출한 것은 임신 당뇨를 꾸준히 체크하기위한 소모품들이었는데, 이마저도 75%를 환급받았다. 캐나다에 살기 시작한지 5년만에 처음으로 이게 무상 의료시스템이구나라며 감탄하며 병원을 나섰다. 하지만, 그 무상 의료 시스템에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겪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렇지 무료긴하지.
산후조리원이 없는 캐나다에선 병원을 퇴원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알아서 해야한다. 아기를 어떻게 씻겨야하는지, 모유가 처음부터 잘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모유를 더 잘나오게 하는지, 분유를 먹인다면 얼마나 먹일수 있는지, 또 그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유축기를 미리 사두었지만, 모유가 나오지 않을 때 이 유축기는 어떻게 활용을 할 수 있는지 등등 수많은 물음표들에 대한 해답을 시원하게 들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들로부터 듣고, 주변사람들로부터 듣고, 온라인으로 들으며, 우리가 잘 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새도없이 그저 시간을 버텨나가고 있었다.
캐나다의 무상의료는 Most, 대부분을 커버한다는 이야기. canada.ca
그러다 아이가 긴시간 동안 변을 누지 않는 날이 있었다. 신생아 배변 주기, 신생아 대변 몇시간 마다 등을 검색해보고 주변에도 물어봤지만, 뚜렷한 대답을 듣기 힘들었다. 다들 하루에 최소 4-5번은 대변을 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그렇게 6시간이 지나자 아내와 나 둘다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3번, 4번, 5번, 7번… 사실은 정답은 없지만, 기준을 알고 싶었다.
일단 온타리오 주 의료기관에 전화해 답을 얻으려했다. 수화기 너머의 간호사는 분유를 바꿨는지 분유량을 바꿨는지 등 환경이 바뀌었는지를 물어보았다. 아무것도 바뀐것이 없어서 필요한 약이나 그런것들을 처방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는 간호사들이라 처방이 불가능하다였고, 약국같은데서 추천할 만한 제품도 없냐고 했을 때도 같은 대답이었다. 처방전이 필요하면 의사와 약속을 잡고, 진단을 받은 후 약을 받으라는 절차였지만, 또 응급실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으며 그럼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고 생각이 들며 처음으로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이 야속했다.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했지, 어떤 서비스를 준다고는 얘기 안 했다. Ontariohealth.ca
캐나다에서는 패밀리 닥터라고 가족의 건강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주치의 시스템이있다. 보통은 이 패밀리 닥터와 진료 예약을 잡고, 간단한 처방은 이 의사에게서 받고 전문의가 필요하다면 추천서를 받아서 더 큰 병원에 다시 약속을 잡고 진료를 받으러 가야한다. 우리가 패밀리 닥터가 없어서일까. 만약 패밀리 닥터가 있었다고 한들 무엇을 해 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며 할 수 있는 것들만 하던중에 아이가 응가를 했다. 20시간 만이었다. 잠깐의 안도하는 마음을 가진 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와 아내는 몰라도, 아이는 패밀리 닥터가 필요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신생아 상비약들도 받아왔다.
Ontario.ca
사람이 죽지 않을 정도의 병이거나 아픔이면,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은 딱 죽지 않을 정도로 케어해줄 것이다. 느린 의료시스템은 무료라는 이름뒤에 숨는 것 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무료"라고 하기엔 우리는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의료 민영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조금이라도 아프면 언제든 어떤 병원이든 갈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그러기가 힘들다. 더 많은 워크인과 Urgent Care 클리닉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러기위해서 필요한 인력을 캐나다 내에서 혹은 캐나다가 자랑하는 열린 이민 시스템을 더욱 확장함으로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