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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란 무엇인가? 문득 S가 쓴 글을 보며 생각해본다.
아마 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청년들이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서 겪어 온 일이나 쌓아 온 경험](네이버 국어사전)이라고 한다. 커리어를 쌓다 혹은 커리어를 살리다 등의 표현이 자주 사용 되는데, 단절되거나 당장 살리지 못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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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보다 커리어라는 단어와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내가 HR(Human Resources), 즉 인사관련 업무를 계속 해 왔으며 지금도 한 글로벌 스타트업 회사의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꼭 이렇게 말하면 회사 실세겠네! 라며 추켜세우는 듯한 농담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렇지만도 않다
석사 과정에도 있었기에 그렇게 커리어가 쌓이진 않았지만, 헤드헌팅 회사를 거쳐 복수의 성장중인 기업을 경험했고 어학적인 메리트도 있기에, 이직을 할 때 그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쩌다보니 커피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도쿄에 있는 오가와 커피 분점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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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이런 커리어를 쌓을거야! 라고 면밀히 작당하여 지금의 커리어를 쌓아온 것은 아니다.
회사가 상장하지 못하고 인수되어서 퇴직한 적도 있으며, 매 번 연봉과 직위를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이직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들 ‘어떻게 하면 좋은 커리어를 쌓을수 있나요? ‘, ‘어떻게 하면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죠?’ 라는 질문을 나에게 자주 하시는데, 물론 어느정도 답을 드릴수는 있으나 일타강사 처럼 정답을 알려줄 수는 없다.
지금 내가 가진 가치관 중 하나는 이렇다
[커리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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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를 목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고 나도 그랬었다.
직위, 기업의 간판, 연봉 등 모두가 우러러보는 기준을 자기 밖에 두는 분들을.
그리고 커리어 플랜을 위한 수많은 강의가 인터넷 플랫폼에 도배되고 있다.
5년 후 10년 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되물어 보라고 하지만 그게 과연 커리어를 쌓는데 힌트가 될 수 있을까? 마음의 소리로 자신과 면접관을 납득시킬수 있을까?
하루가 급한 분들께는 그런 여유있는 말을 하지마라고 비난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말해본다.
[당신이 이 기업이라고 수긍할 수 있고 당신의 활약상을 믿어 의심치 않는 곳을 찾을때 까지 무수히 많은 대화를 나누고 당신의 100% 납득, 상대방의 100% 납득이 이루어 졌을때 커리어가 이루어진다. ]
밤늦게 로스터리 방문이 끝나고 찍은 사진. 질문에 대한 답은 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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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직을 해서 커피 업계에 들어 온건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결코 전략적인 커리어 체인지가 아니었으며, 그저 취미였던 커피와 맺어지게 된 것은 수많은 자문자답과 수많은 사람들과의 끝없는 대화가 있은 후, 내가 100% 나의 활약상에 대해 납득을 하고 회사의 비전에 100% 공감을 했으며 회사의 경영진도 거기에 100%라고 말해주었기에 맺어졌다고 생각한다.
100% 긍정이란게 있을수 있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말의 의심도 남기고 싶지 않았고 회사도 그에 대해 성실히 답해주었다.
높은 이상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동네 축구팀 같이 안정적이고 평온한 곳이 있을수도 있고, 전 세계 클럽 넘버원을 노리는 야심차고 높은 활동량이 필요한 곳도 있을수 있다.
당신과 구단주가 납득하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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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자기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솔직해 졌으면 좋겠다.
구직 자체가 목적이신 분들과 면접을 할 때면 그들도 힘들고 나도 힘든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곳이 거쳐갈 회사라면 서로 면접을 할 때 부터 어렴풋이 느끼지 않을까.
많은 분들을 봐왔고 가치관도 변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때 그 때의 솔직함과 성실함이 커리어라는 말로 함축되지 않는 어필로 이어진다.
나에게도 내 주위에서도, 없는 포지션을 만들어서라도 채용하고 싶은, 그리고 실제로 채용한 사례도 있기에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국내 출장, 해외 출장도 많아서 체력관리는 필요하지만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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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게 아니라 난이도가 높은 시험을 필요로 하는 구직이라면 조금 더 전략적인 요소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솔직하지 못하다면 그 다음 단계인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취업한다고 해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문자답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나름 인사담당자의 진실된 속마음을 한 번 쯤 참고해 주시면 고마울것 같다.
23.05.03 - 커리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