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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을 처음 시작한지는 어언 10년 가까이 되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간간히 플레이하다가, 요즘은 거의 플레이하지 않는 수준이지만, 최근 경기도집을 정리하면서 디제잉 장비도 함께 정리했는데, 생각난김에 나의 디제잉입문을 함께 한 장비를 소개하고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글쓰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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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당시는 20대 초-중반으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러하겠지만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따라서 간단한 물건을 사더라도 수차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ddj ergo 라는 장비도 나의 많은 고민의 산물이라할 수 있다. 악기나 장비에 돈을 그렇게 아끼지 않던 나지만, 당시 전자악기 구매는 처음이라 낯설었던 것도 한몫했다.(당시엔 밴드를 하고 있어서 기타나 카혼, 봉고같은 타악기를 주로 샀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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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 장비를 사게 된 배경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밴드를 하고 있었고, 전자음악을 듣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하는 것에는 거리가 멀었다. 10여년 전 부산을 포함한 전국에서 소규모 클럽부터 대형 클럽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었고, 소위 말하는 ‘클럽음악' 을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세부 장르에 대해서 나중에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다). 친구들과 곧잘 클럽에 놀러가곤 했으나, 역시 술값이 만만찮았다
돈쓰고 놀다보니 당연히 주머니사정은 여의치 않고, 친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술도 편하게 먹고 노는것도 우리 방식대로 편하게 놀 순 없을까?’ 그렇다.. 우리가 놀기 위해서 파티레이블을 만들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어렵고 복잡하고 진입장벽 높은 이세계에 연줄이 있었냐고? 전혀 없었다. 맨땅부터 시작해야했고, 디제이가 없어서 그나마 악기 좀 다뤄봤다는 내가 디제잉을 하기로 한 것이 디제이 커리어(?) 의 시작이었다. 그당시엔 아카데미도 없었고, 대부분 클럽에 막내로 상주하면서 디제잉을 배워야 하는 견습생이 남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흔한 방법 중 하나였으나, 그 방법보단 해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기본적인 매뉴얼들과 스킬셋을 익혀갔다. (10년전에 유튜브 꿀 빨았으면 그 때 알파벳 주식 좀 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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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을 하려면 당연히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음향사를 통해 장비를 대여해서 파티를 진행할 순 있었으나 ,그건 프로들이나 하는거고 난 걸음마부터 시작해야했다. 장비를 찾기 시작했고,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필터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1. 쉬운 환경세팅 및 조작이 가능한 입문용 장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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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매체에서 봐서 알겠지만, 은근히 장비에 연결되는 선이나 출력이 복잡하다(알고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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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초보인 나에겐 ‘무조건 세팅이 쉬운 장비' 가 필요했다.
2. 최소 홀에서 플레이가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저가형 베드룸 디제잉 전용 장비는 지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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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에서 파티를 할 순 없다. 최소 50인 이상이 놀 수 있는 홀에서 플레잉해야하기 때문에, 장비가 그만큼의 오디오 출력을 받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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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룸 디제이라 함은, 홀 플레이가 아닌 가정에서만 플레이하는 디제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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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베드룸 디제이가 될 생각이 없었고,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아서 장비의 금액대를 어느정도는 올려두고 고려했어야 했다.
3. 가능하면 환경 호환성이 좋아야하므로, 레퍼런스 사(Pioneer)의 장비 위주로 고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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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내 장비만 가지고 플레이할 순 없고, 플레이하는 장소의 환경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장비 교체가 가능해야 했다. 따라서, 레퍼런스 사의 장비를 구매해서 연습 및 플레이한다면 적어도 일반적인 환경에서의 플레이는 문제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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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 장비 및 믹서를 생산하는 다양한 회사가 있지만, 그 중 Pioneer사(이하, 파이오니아)의 장비가 월등하게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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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파티팀 특성상 + 나의 상황 상 장비의 이동이 편리해야한다. 포터블 전용 장비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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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대기업도 아니고 중소도 아니고 소상공인 중 최하위 레벨이다. 당연히 우리를 위한 전용 베뉴는 없고,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하기 때문에 불러주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만 했다. 또한, 연습 장비를 플레이 타임에도 써야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비는 우선 걸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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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파이오니아 사의 cdj / mx 는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예민한 장비라 장비 이동을 위해서는 별도의 하드케이스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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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DJ
1. 쉬운 환경세팅 및 조작이 가능한 입문용 장비여야 한다.
2. 최소 홀에서 플레이가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저가형 베드룸 디제잉 전용 장비는 지양하자.
⇒ 올인원 장비 중 3.5pi만 지원하는 장비(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어폰 전용 소형 단자)들도 많은데, 홀의 고출력을 그나마 견디기 위해서는 + 다양한 환경에서 음향 제어를 위해서는 aux, TRS를 지원하는 장비여야 하고, ddj ergo는 RS 까지 master output으로 지원한다.
3. 가능하면 환경 호환성이 좋아야하므로, 레퍼런스 사(Pioneer)의 장비 위주로 고려하자.
⇒ 완벽히 동일한 셋업은 아니지만, 거의 유사한 셋업 및 버튼 배치로 장비간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필수 기능인 high / mid / low 노브와 크로스페이더, 플레이 버튼, 큐 버튼, bpm 조절을 위한 템포 페이더은 동일한 배치를 가지고 있다.
CDJ-350. Pioneer DJ
CDJ-350. Pioneer DJ
CDJ-3000. Piojeer DJ
DJM-V10. Pioneer DJ
4. 파티팀 특성상 + 나의 상황 상 장비의 이동이 편리해야한다. 포터블 전용 장비로 찾아보자.
⇒ cdj나 djm을 사용할 경우, 각각을 별도의 케이스에 들고다녀야 하고, 그 당시엔 소프트케이스보단 하드케이스 위주로 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또한, Pioneer 정품이 아닌, 써드파티 제품들이라 믿음이 잘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요즘은 Amazon 보니까 소프트케이스도 나오는 것 같은데 앞서 말한대로 손이 두개라 .. 가능하면 백팩 형태가 필요했다. 마침 백팩 형태의 파이오니어 정품 케이스가 있어서 구매 후 잘 사용했다. 물론 디자인은 구리다.
Pioneer DJ
PIoneer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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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처럼 시도하면 끝을 보는 삶을 살고 싶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 디제잉 시작하던 과거의 나처럼 실행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리마인드하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글쓰기 기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참 열심히 살던 시절 만들었던 파티포스터와 ddj ergo와 함께 찍힌 사진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파티 같이하던 형과 나, 그리고 ddj ergo
지금은 사라진 Almost Famous에서 나
(아마도) 타임중에 ddj ergo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