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 75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칸의 모든 경쟁부문에서 상을 받았는데요.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느낄때마다 저는 밑거름이 된 오래된 한국영화들을 생각하곤 합니다. 오늘 다룰 영화는 절망적인 분위기때문에 당시 검열관들로부터 엔딩을 고치는 조건으로 개봉을 허락받았지만 이만희 감독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고치라는 엔딩이 1968년에 남자 주인공이 머리를 깎고 군대에 입대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창고 속에 있던 이 영화는 기적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의 특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며 2005년에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1968년 영화이자 2005년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의 분위기 또한 이상한 이 영화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영화의 스토리가 간단하듯, 영화도 약 7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입니다. 영화는 우울하고 이상한 분위기를 품고있습니다. 이 당시 휴일이라고하면, 일요일 하루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말인즉,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의 끔찍한 노동의 강도를 견뎌낸 몸이 다가올 노동을 위해 회복을 해야하는 날이지만, 동시에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하루종일 느끼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볼 때, 이 영화가 1968년에 개봉을 하려했고, 이는 전태일이 스스로 그의 몸을 태우며, 근로기준법을 부르짖던 1970년, 그 직전의 시대임을 인지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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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보여주며 영화를 시작하지만, 그것은 휴일을 상징하는 이미지일 뿐 다른 종교적 의미는 없습니다. 오히려 세상에 내던져진 노동자들(geworfenheit)을 신이 마치 방관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남자 주인공의 동선은 수평아니면 하강만 있을 뿐 상승의 이미지는 없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애인을 만나기위해 내려가는 장면은 있지만, 이들이 남산으로 올라가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영화 기생충(2019)에서 폭우가 쏟아지며, 주인공가족들이 끝없이 계단을 내려와 반지하집으로 들어가는 이미지처럼, 휴일(1968)에는 추락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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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은 어떻게 행복한 미래를 꾸릴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그것을 듣는 관객들도 그런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있습니다. 어렵게 훔친 돈을 구해서 산부인과에 갔지만,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산부인과는 비명으로 가득 차 있고, 출산을 마친 산모의 눈에는 어떤 기쁨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산모를 기다리는 가족조차 없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밝은 미래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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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사로 스토리를 이동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면을 통해서, 영화의 편집이라는 마법을 통해서 그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하고 있죠. 마치 자신의 묫자리를 보는 듯 오래된 나무에서 쓸쓸히 서있는 남자,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남산의 벼랑 끝자락에 서있는 연인을 그대로 밀어버릴것만 같은 바람을 담아내는 것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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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영화를 편집의 예술이라고 부릅니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시간을 생략하고, 갑자기 공간이 이동해도 말이 되게 만드는 것이 편집이죠. 그리고 이런 편집과정에서 이야기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잘려나가는 시간을 데드타임이라고합니다. 주로 인물들이 이동을 하는 장면들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주로 남자 주인공의 이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돈을 구하러 다니는 이동, 술을 마시는 다니는 이동, 영화의 이야기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알수없을 정도로 영화는 당시 시대의 쳇바퀴도는 듯한 느낌을, 쉬는날의 우울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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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는 마치 영화 안에서 두번 시작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전반부에는 돈을 구해서 산부인과에 가기까지의 영화, 후반부에는 낯선 여자와 시간을 보내는 영화입니다. 이것이 마치 다른 일요일이라도 되는 듯, 남자 주인공은 다른 여자와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있으면,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영화 전반부에 있었던 일들은 어떻게 된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게되죠. 이런 의문들이 계속될때, 영화는 다시 전반부로 이어지며 남자 주인공을 일탈을 해도 벗어 날 수 없는 현실로 끌고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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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는 이상하고 우울한 영화 휴일(1968)을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까다로운 우리나라 관객의 입맛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해온 한국영화인데요. 고전 한국영화들로부터 지금의 위상의 밑거름이 되는 부분들을 발견할 때, 저는 새삼 벅차오르기까지 합니다. 시간을 넘어 37년만에 관객의 품으로 돌아온 영화, 휴일(1968)이었습니다.
2022.06.07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