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전포동은 주변의 대우버스 공장과 자동차 정비업소들에 부품들을 공급하는 부품 가게가 많아, 일명 '부품상가'로 불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우버스 공장도 문을 닫고, 주변의 자동차 정비업소들도 많이 사라지게 되어 현시점에는 많은 곳이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서면 중심가에서 조금씩 세력을 넓혀오던 카페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어느 날 '전포카페거리'로 불리게 되었다.
[2] 서울의 카페거리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느끼기에도 서울의 유명 카페거리들은 훌륭했다. 하지만 이 전포카페거리는 이전 '부품상가'로 불리던 곳들에 카페가 생기다보니 오래된 '부품상가'의 건물에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만 손을 본 곳이 많아 외관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카페 바로 옆에 부품가게가 있거나... 처음 오는 사람들은 재밌을 것이다.
[3] 오늘 내가 쓰는 카페는 '숨은' 이라는 카페로, 지금은 폐점하여 없어졌다. '전포카페거리'가 계속해서 확장할 것을 예상한 것인지, 월세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 '숨은' 이라는 카페는 진짜 '숨어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전포카페거리의 외곽에, 누가 보면 카페인지도 모르는 위치에 있었다.
카페 정문 ( 나도 처음에 '숨은'이라는 카페이름을 못 찾았다.)
[4] 하지만 인테리어는 '엔틱'을 컨셉으로 입구부터 내부까지, 훌륭하게 꾸며놓았다. 카페를 찾는 많은 사람들 중, 물론 좋은 커피맛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어떤 사람은 분위기를 보고 카페를 찾을 것이다. 분위기를 보고 카페를 고르는 사람에게 이 '엔틱'한 카페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었으며,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 SNS에서도 상당히 많은 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커피맛도 기본 이상은 했다.
정문으로 들어오면 마주하는 장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실제로 나무 계단이라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예쁘게 꾸며놓은 테이블 / 그대로 앉아서 음식을 가져와 먹어도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빨간 책' - 여기도 테이블이라 커피를 놓고 마실 수 있다.
가게에서 주문한 라떼와 디저트
[5] 요즘은 위치가 안 좋아도 SNS와 블로그들을 이용해 홍보를 잘 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또한 그렇게 성공한 카페와 음식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유명해지지 않을 경우, 불리한 위치로 인해 손님이 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쉽게 망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크다고 본다. 이 카페는 훌륭한 내부 인테리어와 무난한 커피 맛으로 충분히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홍보도 상당히 잘 된 것 같고, 당시엔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다. 그럼 이 카페는 왜 폐점한 것일까. 너무 '엔틱'에 치중해서 오히려 고객 확보가 되지 않았으려나? 의문은 깊어지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숨은' 카페에 괜히 덧없음과 쓸쓸함을 느끼며, 다른 '엔틱' 카페들은 잘 살아남아 주길 기원해본다.
당시 촬영을 함께한 필름카메라들(2018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