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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라는 도시를 참 좋아한다. 역사 유적과 사찰이 많고 높은 층고의 건물이 없어서 고풍스러우면서도 정돈 되어있다는 인상을 준다. 교토 시내는 전체가 격자무늬로 길이 나 있어서 길을 찾아가기도 쉽다. 맛있는 음식도 많고 교토에서만 취급하는 특산품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유서와 전통이 있는 교토에 자리 잡은 로스터리 카페들도 천편일률 적인 컨셉이나 커피를 취급하지 않고 각각의 개성을 잘 뽐내고 있다. 그 중에도 교토에 오면 매 번 발걸음이 가는 카페 중 하나인 위켄더즈 커피를 소개하려 한다.

출처 : 위켄더스 홈페이지 https://www.weekenderscoff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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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컨셉으로 어떤 커피를 내는 곳인지 홈페이지의 소개글을 잠시 보고 가자.
교토에 남아있는 건물과 가옥. 전승되어 온 관습. 오래 된 다도 문화. 이를 지키고자 하는 의식과 각오를 가져야 앞으로도 보존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문화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생략)
건물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교토라는 도시의 풍경에 녹아있는 카페라는 느낌이 들었다.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식물들과 목조로 된 인테리어. 커피를 오감으로 느낀다고 한다면 마시기 전부터 이미 많은 감각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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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인 카네코씨는 10년 넘게 직접 로스팅과 브루잉을 하고 있고 커피 산지에 직접 가서 다이렉트 트레이드로 커피 원두를 들여올 정도로 의욕적인 분이다. 이 모든 것을 관리 하면서도 거의 매일 바리스타로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다.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규모가 크지않고 오너가 직접 브루잉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좋은 커피가 있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이미 제가 쓴 글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제 최애 카페는 대부분이 이러한 경향성을 갖는다. 커피 한 잔에 담는 열정과 커피의 맛이 비례한다고 해야할까.

보시다시피 아침 7시반부터 영업을 한다. 마침 호텔이 가까워서 조깅 겸 모닝커피.
[T] WEEKENDERS COFFEE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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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가 도쿄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이직이 이유인데 자세한 내용은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에 위치한 카페에 대한 글이 주가 될 예정이며, 여러분이 방문하고 싶어할 카페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오늘 다룰 코스피어는 실은 예전 부산 커피 나들이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땐 첫 방문이라 낯설기도 했고 재방 후 다시 한 번 다루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새로운 게시물을 끄적인다.
이유는 물론 커피가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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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로스터리&카페는 오너가 직접 로스팅&브루잉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예전에 소개한 Sniite나 소개는 아직 못했지만 오사카에 있는 Aoma coffee가 그렇다. 원래 다른 카페에서 일을 하던 경력자들이 독립하여 만든 카페로, 각각 점포는 한 군데 씩 밖에 없으며 로스팅은 100% 오너가, 브루잉도 파트너 한 명을 제외하곤 오너가 직접 한다. 그렇기에 오너가 추구하고 싶은 맛의 발현이나 그 품질 관리가 자연스럽게 까다로워 질 수 밖에 없다.
요리로 치면 원재료의 손질과 요리를 같은 요리사가 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 정보의 공유가 이뤄진 후에는 두 과정의 주체가 달라도 자연스레 연계가 되기도 하지만, 압력이나 보존 기간에 따라 맛이 매일 변화하는 원두를 관리하기는 쉽지않다. 이 과정이 통일되면 자연스레 그 이해도가 높아지며 변수를 조절하기도 쉬워진다. 그러므로 매 번 최상의 요리가 제공될 확률이 높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점포를 확대하며 매상도 높여갈수 있는 가능하면 효율적이라고 하기는 힘들겠다.
코스피어는 코리아 브루어스컵 챔피언인 정형용 바리스타님이 직접 브루잉을 하시고 에스프레소 음료 외에 다른 직원분들이 브루잉을 하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가끔 게스트로 유명 바리스타 분들이 오셔서 시연하시는 이벤트는 있음)

귀국하자 마자 방문했는데 하필 휴일이었다… 아쉬워서 입구에서 사진찍고 추석에 재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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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챔(정형용 바리스타님 애칭)님의 유튜브를 보면, 한 잔 뽑아내려고 이렇게까지 시행착오를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시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초보자를 위한 영상도 있지만 그 것도 지금까지 많은 실험을 한 결과를 토대로 변수 컨트롤을 하기 쉬운 간편한 방법을 도출해 낸 것이다. 이런 분이 직접 내리신 커피가 맛이 없을리가 있을까?
이 날 마신 드립 커피는 PERU LORENZO GEISHA(사진 참조)와 BOLIVIA LOS RODRIGUEZ GEISHA 두 종류 였다. 둘 다 워시드 게이샤라 자스민이나 시트러스 향은 물론 있었지만, 전자는 좀 더 상긋한 라임 과실의 느낌이었고 후자는 워시드 였지만 조금 발효감이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과 같은 풍미가 느껴졌다. 품종과 처리 방식이 같아도 다른 변수로 인해 맛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걸 실감할 수 있는 커피였다.
[T] 코스피어 (부산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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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현재 내 최애 로스터리&카페이자 거의 매일 출석 도장을 찍고 있는 Sniite(스니트)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카페가 위치한 곳은 역에서도 상당히 멀고 차도도 2차선 밖에 안되는 평범한 주택가이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여기가 뭐하는 가게야?’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눈에 띄는 간판이나 카페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도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커피오타쿠인 T가 인정하는 맛있는 커피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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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의 오너, 칸베 와타루씨의 경력은 꽤 흥미롭다. 원래 주방기기를 취급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어떤 이벤트를 통해 예전에 글로도 썼던 Onibus Coffee의 오너인 사카타씨랑 알게 되었고, 사카타씨가 새로운 형태의 커피 스탠드를 전개하려고 할 참에 칸베씨에게 그 곳의 초대 매니저를 부탁한 것으로 커피 업계의 경력이 시작 되었다고 한다.
이 곳, ABOUT LIFE COFFEE BREWERS는 시부야에서 커피 컬쳐를 전파하는데 기여도가 높은 카페이다. Onibus의 원두는 물론 라인업을 바꿔가며 다른 유명 카페의 원두를 취급하고, 호주나 독일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들이 방문하여 게스트 바리스타로 등장하며 커피를 대접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커피애호가들이 모여드는 만남의 광장이기도하다. 칸베씨는 이 곳에서 5년동안 일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의 방향성을 더 명확하게 전파하기 위해 독립하여 Sniite를 오픈했다.


가게 앞에서 찍은 칸베상과 스태프 겐짱의 사진, 출처 : Onibus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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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iite에서 중요시하는 커피의 철학은 뚜렷한 산미와 깔끔한 클린컵을 가진 원두의 포텐셜을 최대한 끌어내는 로스팅과 브루잉이다. 그러기에 워시드 가공을 거쳐 원두 자체의 산미가 비교적 명확하고 로스팅 포인트가 낮은 원두를 주로 취급하고 있다. 산미가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데일리로도 충분히 마실 수 있는 커피이다.
이러한 커피의 방향성은 가게의 이름인 Sniite데서도 알 수 있는데 뭔 뜻인가 싶은 이 알파벳 조합은 칸베씨가 여행지인 밴쿠버에서 보았던 풍경에 기인한다. 아시아에선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캐나다에는 약물중독자들이 갱생을 시도하며 안전하게 약을 투여할 수 있는 공공 시설이 있다고 한다. 그 시설을 보고 인상깊어하던 그의 눈에 띈 시설의 간판에는 [Injection Site]라는 표기가 있었고, 사람들이 커피를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싶다는 취지로, 위 단어를 재조합하여 만든 단어가 [Sniite]라고 한다. 필자인 T도 이 개성있는 상냥한 커피에 몇 번이나 최악의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었기에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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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Sniite (시모우마/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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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T가 드디어 부산에 입성하였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덕에 백신도 맞고 PCR 검사도 몇 번이나 받고 음성증명서도 제출하고 성실하게 공항에서 입국절차를 밟아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코로나 전엔 도쿄와 부산을 잇는 직항 노선도 있었는데 이제는 없어요.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김포공항 찍고 부산까지 내려왔습니다.
소중한 가족들, 그리고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FUDIO 멤버 들을 만나는 것 다음으로 제가 기대하고 있던 그 것. 그렇습니다. 드디어 부산의 자랑, 대한민국의 자랑, 세계최강(?) 로스터리 카페인 모모스 커피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만족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0%이지만 자세한 내용은 사진과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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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카페. 4평 남짓의 작은 커피 스탠드로 시작하여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의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전주연 바리스타를 배출한 카페가 바로 이 모모스 커피입니다. 부산 온천장에서 시작해서 2021년 12월에는 영도에 로스터리&커피바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제가 이 카페를 알게 된 계기는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포스팅 했던 도쿄의 KOFFEE MAMEYA를 통해서 였습니다.
세계 곳곳의 유명한 로스터리의 원두를 들여와 소개하는 컨셉 스토어인 KOFFEE MAMEYA에서도 모모스의 커피는 항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 뿐 아니라 두 가게의 바리스타들이 교류를 통해 각별한 사이인 것도 이유중에 하나 입니다). 원두의 특성을 최대한 발현시키는 로스팅이 인상적이며 극단적인 약배전이나 강배전 보다는 밸런스 잡힌 중배전~중강배전의 매력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국 땅에서 부산의 카페가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10년 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향수병에 걸린듯 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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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FUDIO의 에디터인 B&G와 함께 방문했습니다(그 전에 혼자 온천장점도 방문한 건 안 비밀! 나중에 내용 추가할지도). 좋은건 혼자 즐길수 없죠. 모모스 로스터리 카페가 위치한 영도는 최근 카페의 성지로 발전 중이죠. 다 좋은데 비도 오고 바닷가 근처라 바람이 너무 세서 완전 거지꼴로 도착 저희는 오픈 하자마자 바로 갔고 평일이어서 10명남짓 밖에 없었지만 주말이나 붐비는 시간대에는 2시간 웨이팅도 발생한다고 하니 주의해서 방문해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지금은 조업하지 않아보이는 배들이 있는 선착장 바로 근처에 얼핏 보면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이 바로 모모가 입니다. 입장하면 일직선으로 기다란 카페 카운터가 보이며 양 옆으로 실제 로스팅을 하는 공방이나 로스팅 후의 원두를 보관하거나 포장하는 공정을 하는 것 처럼 보이는 공간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님과 월드 컵테이스터스 챔피언 추경하님(아쉽게도 이 날은 두 분다 안계셨어요)의 챔피언 트로피가 눈 앞에!!
카페 카운터에서는 바리스타 분들이 1대1로 직접 원두나 커피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해 주며 오더를 도와줍니다. 커피의 재배나 발효과정, 그리고 로스팅의 특징과 플레버 등등 알고 마시는거와 그냥 마시는건 많은 차이가 있겠죠? 하나하나의 공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바리스타 분들의 정성이 느껴지는 시스템이라고 느껴졌습니다.
[T] momos coffee (영도・온천장/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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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glen. 푸글렌? 딱 봐도 영어는 아닌거 같다. 노르웨어로 새를 뜻 하는 말이다(현지 발음으로는 풀른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표기상 푸글렌으로 통일). 로고에 있는 역동적인 새는 제비갈매기라고 한다. 이 새는 철새라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살아가는데 철새 중에 최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글렌이란 명명의 유래는 제비갈매기가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그 땅의 좋은 점 들을 흡수하여 또 다른 곳에서 그 좋은 점을 퍼뜨릴 수 있는 가게가 되고 싶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어로 지어진 이유는 이 카페의 기원이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이기 때문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노르웨이는 엄청난 커피 강국이다(옆나라 덴마크도 유명하다). 2000년에 열렸던 세계 최초의 World Barista Championship에서 우승한 Robert Thoresen은 물론, 바리스타들의 바리스타이자 같은 대회의 2004년 챔피언인 Tim Wendelboe도 노르웨이 출신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수준 높은 바리스타들이 있으며, 1인당 커피 소비량도 글로벌 1~2위를 다툴 수준이라 커피와 카페 문화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하네기 공원점에서 촬영. 책자의 사진은 시부야점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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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커피의 도시에서 1963년에 태어난 푸글렌도 현지에서 손 꼽히는 카페이다. 다른 여러 카페와 비교 했을 때 특징을 두가지 들자면 다양한 종류의 에스프레소 음료와 늦은 시간에는 칵테일 바로서 영업하는 영업 방식일 것이다. 아 미안하다 하나 더 있다. IKEA로 대표되는 따뜻함과 빈티지 감성이 어우러진 북유럽 인테리어를 모든 매장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오슬로에서 사랑받던 푸글렌은 제비갈메기 처럼 먼 거리를 날아서 2012년 기념비적인 첫 해외 점포를 도쿄 시부야에 오픈하였다(여러분이 아는 시끌벅적한 시부야에 위치한 것은 아니고 조금 외곽의 주택가에 있다). 그리고 2014년엔 일본에서도 로스팅이 가능하도록 로스터를 가나가와현에 지었고 2018년엔 제일 일본스러운 장소인 아사쿠사에 새 점포를 세웠다. 그리고 제일 최근엔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인 하네기 공원 근처에도 새롭게 생겨서 총 4곳의 카페 및 로스터를 가진 나름 규모 있는 카페 체인이 되겠다(뉴욕에도 있다는데 홈페이지엔 안나온다).

Fuglen Tokyo(시부야)의 인테리어. 출처:Fuglen Coffe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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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글렌은 제공하는 커피의 스타일도 특징적이다. 배전 정도의 분류 중에 Nordic Roasting이라는 용어가 존재 하는데 그 어느 카페보다 이 배전도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커피를 제공한다. Nordic Roasting은 초약배전, 즉 열을 가하는 시간과 강도를 줄여 생두의 본연의 풍미에 가장 가까운 상태의 로스팅 방법으로, 이 상태의 원두로 내린 커피는 배전 과정에서 생기는 탄 맛이나 쓴 맛이 없고 향과 산미가 강하다. 스벅이나 프렌차이즈의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에 익숙한 분들이 드시면 아마 깜짝 놀랄 맛이다. 커피는 과일이다 라는 당연하지만 인정하기 어려운 사실을 그 어느 가게보다 확실하게 실감 할 수 있다.
품종개량과 농장에 따른 차별화된 재배 관리의 발달로 인해 2022년 현재 나라명 만으로 커피 맛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된 커피가 쓴 맛이 강조되는 묵직한 맛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통념에 가깝다. 하지만 Nordic Roasting을 한 원두로 내린 커피는 이러한 상식도 초월한다. 브라질산 원두로 내린 커피에서 잘 익은 오렌지와 같은 산미와 단 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약배전 커피를 싫어하는 분들 중에서는 초약배전이라면 떫은 맛과 혀를 찌르는 신 맛이 느껴질거 같다고 이레 겁을 먹기도 하겠지만 푸글렌의 로스팅은 그렇지 않다. 아마 수 많은 Try & Error를 통해 최상의 맛을 내며 Nordic Roasting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 것이 가능하게 되지 않았을까. 물론 아직 산미가 거의 없는 커피만 드시던 분 들 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어서, 조금 더 나은 커피 체험을 위해서라도 먼저 약한 산미가 있는 커피를 접해본 후 Nordic Roasting에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러한 품질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제공하는 커피는 모두 블렌딩하지 않은 싱글 오리진이며 생산자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생산 농장 이름=커피 메뉴 이름으로 나타내고 있다.

아사쿠사에서 마신 새콤달콤한 라레사. 역시 농장의 이름이다.

역시 아사쿠사점에서. 보기도 좋고 맛난 와플 같은 디저트 메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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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Fuglen Coffee Roasters Tokyo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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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어려울까 쉬울까? 결론을 쉽사리 제시하지는 못할거 같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할 듯 한 애매한 말로 맺어보자면 아마 ‘얼마나 추구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필자도 예전엔 스벅이나 편의점 커피가 충분히 맛있다고 느꼈었고 다른 커피에 대해 더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그 상태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여태껏 내가 올린 글들을 봐 준 분들께서도 느끼듯 이제는 커피 오타쿠의 경지에 이르려 하고 있다. 즉 경험치나 지식도 늘었지만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게이지도 늘었다는 것이다. 아마 2년 전의 내가 ★ 하나에 만족하는 정도 였다면 지금의 나는 ★★★, 즉 3성급이 아니면 만족을 못하는 뇌와 몸이 되어버렸다. 남 탓을 하는건 아니지만 나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이벤트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OGAWA COFFEE LABORATORY라는 카페 혹은 실험실(?)에서의 체험이다.


본점 사진, 출처: 오가와 커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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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커피라는 브랜드는 약 70년 전에 일본 교토에서 탄생했다. 즉 일본에서도 아직 커피 문화라는 것이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을 때에 창업하여 문화를 만들어 온 전통있는 브랜드이다. 지금은 매장은 물론 커피의 수입과 판매 등 업계의 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교토에 있는 본점은 격식있는 호텔의 레스토랑과 같은 느낌을 주며 실제 매장에서의 서비스도 일본특유의 과도하게도 느낄 수 있는 치밀함과 친절함이 느껴지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소개할 도쿄 시모키타자와라는 번화가에 위치한 매장은 LABORATORY라는 명칭이나 [체험형 커피 살롱]이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조금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잠시 그들이 정의한 내용에 대해 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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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매장에서는 1. 볶기 2. 분쇄하기 3.물 붓기 4.드립하기 5. 계량하기 라는 5가지 분야로 분류된 40가지 기구들을 직접 선택하여 커피를 제조할 수 있다. 즉 로스팅기/그라인더/드립 포트/드리퍼/커피 스케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뭐야 직접 로스팅해야 마실 수 있는거야? 귀찮아!”라고 생각하신 분. 물론 자기가 체험하고 싶은 분야만 골라서 할 수도 있고 바리스타에게 부탁하여 대신 커피를 내려달라고 하는 것도 가능하다.
커피 추출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괜찮다. 이 모든 기구들에 숙달한(바리스타 왈 카페 오픈 전에 2달 정도 연수하느라 죽는줄 알았단다)들이 모범적인 사용법과 레시피에 대해 알려주며 추출을 도와준다. 이 정도까지 해주면 추가 요금으로 몇 배는 받아도 이상할게 없을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또 중요한 건 합리적인 가격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서의 한 잔의 가격과 거의 동일한 설정이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원두를 100g 이상을 구매하면 추가 비용 200엔 정도로 커피를 추출해 마실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내 예상이지만 아마 각 기구의 브랜드들과 스폰서쉽 계약을 맺은게 아닐까 싶다. “에이 그게 가치가 있을까?”라고 생각한 여러분께 밑에 사진의 그라인더와 드립 포트를 써 보고 제가 직접 구입했다는 사실을 전해드린다. 가격은 귀엽지 않지만 실제 써 보고 구입했기에 엄청 만족하며 사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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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제일 중요한 취급하는 원두 자체의 질도 상당히 높다. 직접 수입하여 로스팅 후 판매하는 싱글 오리진(단일 품종)이 상시 11종, 시그니쳐 블렌드가 10종 있으며 물론 카페라떼나 카푸치노 같은 드립 커피가 아닌 메뉴도 취급한다. 필자는 이미 1년이상 꼬박꼬박 다니고 있기에 위 21종은 모두 섭렵하였고, 그 외에도 Featured Coffees라고 한정판으로 그때 그때 취급하는 원두도 있는데 21+@로 합계 40종 정도 이 곳에서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원두지만 프로세싱 방법이나 배전 정도가 다른 원두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한 잔에 3천엔 정도(ㄷㄷ)하는 고급 커피에 손을 대 보는 것도 가끔은 자극적인 경험이 된다.
[T] OGAWA COFFEE LABORATORY (시모키타자와/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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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스벅의 친절한 파트너들? 혹은 멋지게 라테아트를 그려주는 사람? 기원을 따라가면 바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사람을 바리스타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지금에서야 체인점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기계 혹은 기구로 커피를 내려주는 모든 이들을 바리스타라고 하지만 꽤나 의미가 넓어졌다고 할 수 잇겠다. 하지만 일단 자격증이라는게 있긴하다. 국제적으로 인증해주는 자격도 있으며 각 국가에서 인증하는 자격도 있으니 그 자격에 합격한 이들은 인증받은 바리스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자격은 아니지만 각종 커피의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은 바리스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평가받는 바리스타 오브 바리스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대부분 그 평판을 이용하여 사업을 하거나 각종 커피관련 기구나 용품등의 앰버서더가 되어 로열티를 받는 등 영향력을 떨치는데 오늘 리뷰라는 가게인 PHILOCOFEA를 운영하는 카스야 테츠라는 분도 WORLD BREWERS CUP이라는 세계 대회 챔피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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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야씨가 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인 건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기 4년 전인 2012년으로 꽤 늦은 편이다. 당뇨병을 앓으며 입원해 있을 때 커피에 빠졌다고 한다. 실제로 바리스타로서 전문적으로 일 하기 시작한건 2013년이었고 3년만에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이다. 카스야씨가 우승한 WORLD BREWERS CUP은 에스프레소 머신 같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힘이나 중력만을 사용한 추출로 자웅을 가리는 대회이다. 즉 핸드 드립, 프렌치프레스, 에어로프레스 등의 기구가 사용되며 그 안에서 얼마나 인간의 스킬로 맛있는 커피를 재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그래서 바리스타들도 각자의 메소드는 하나 둘 씩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한 4:6추출법이 이 카스야 바리스타가 고안한 메소드다.). 물론 그가 경영하는 PHILOCOFEA에서는 이 추출법을 활용해서 맛있는 커피를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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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까지 카페의 경영인인 카스야씨에 대해 상세히 서술한 이유는 그의 철학이 그가 경영하는 카페와 거기에서 파는 커피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해서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세계를 보다 풍요롭게]라는게 그의 철학인데 그가 병을 앓고 있을때 커피를 접하고 인생이 바뀐 것 처럼, 커피의 생산~소비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유명한 농장의 유명한 품종의 커피뿐 아니라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농장의 원두 생산에 투자하고, 다양한 프로세싱을 시험하여 커피 시장의 다양성을 늘려가려는 시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실제 그의 매장이나 온라인샵에서 다루고 있는 원두를 보아도 일반적인 로스터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느낄수 있다.

카스야 테츠 홈페이지 https://tetsukasuy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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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날 매장에서 마신 커피의 원두는 총 세종류인데, 각각 국가와 농원은
1.Ethiopia Gedeb
2.Ethiopia Tamiru Mini Special
3.Colombia Monteblanco 이다.
[T] PHILOCOFFEA (나라시노/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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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가 마냥 세련된 고층 건물들로 채워진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지도 모르겠다. 뉴욕이라고 하면 타임스퀘어와 마천루를 떠올리는 것 처럼.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그런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지진이 잦으니 애초에 고층 건물이 드문것이 첫째고 도시 계획상 경관 보존을 위해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상당히 까다롭게 지정하기 때문이다. 오늘 방문한 카야바 커피라는 카페가 있는 야나카라는 동네도 높은 건물이 거의 없다. 전통이 있는 건축물이 많은 것이 아마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이 가게도 상당히 레트로한 외관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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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돌고 돌아 레트로는 트렌드가 된다. 카야바 커피의 전신이 되는 가게는 1938년에 처음 생겼다고 한다. 지역에서 사랑받던 이 가게는 가업을 이을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에 한 번 폐업을 했었다. 폐업을 한 가게가 부활을 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흔하지 않지만, 카야바 커피는 2009년 NPO의 적극적인 지원을 업고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옛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 1차 목표였고 거기서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습을 기대 받았기에, 레트로를 경쟁력으로 하면서 현대에도 먹히는 메뉴를 가지고 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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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으로 알 수 있듯이 가게는 2층으로 되어있다. 1층은 예전에 리포팅했던 하토와 비슷한 느낌. 즉 킷사텐(끽다/다방) 같은 인테리어다. 아쉽지만 사진은 못 찍었다. 여기서 주문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처음 와 본 김에 건물 전체를 둘러봐야 하지않겠는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무척 가파르고 한 명이 지나가면 꽉 차는 느낌이다. 그리고 도착한 2층은 또 다른 느낌이다. 다다미가 깔려 있고 신발을 벗고 낮은 테이블에서 좌식으로 식사를 하는 스타일이다. 신발 벗을 각오로 오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좋지. 마침 배도 고팠기에 음료랑 식사를 같이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정한 메뉴가 [커피 플로트]와 [에그 샌드위치(일본식으로 말하면 타마고 산도)]다. 딱 보기에도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메뉴지만 실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데, 커피 원두는 노르웨이 거점의 카페인 후그렌 커피의 것을 쓰고 초콜릿 관련 메뉴는 bean-to-bar로 유명한 미니멀 이라는 초콜릿 공방의 것을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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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전체적인 맛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단짠이 주역이 되는 구성이랄까. 유명한 에그 샌드위치는 빵에도 약간 다시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고 타르타르 소스도 들어가 있어서 산미와 짭짤한 맛이 느껴진다. 아마 일반적으로 일본 요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상당히 좋아할 맛인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달걀의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산미가 적은 음식을 선호하기에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커피 플로트는 당연하게도 엄청 달다! 애초에 커피 플로트라는게 아이스 커피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띄운 음료이기에 뻔한 감상이지만, 평소에 커피의 복합적인 맛을 즐기는 커피 오타쿠가 마시기엔 달았다. 옆에 앉은 커플이 ‘오이시이!’를 반복하며 먹고 있었고 일본의 유명 음식점 포털에서도 평가가 높은 곳 이기에 퀄리티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음식보다는 인테리어와 역사,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에 높은 평가를 주고 싶은 카페였다.

[T] 카야바 커피(야나카/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