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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쉽지않다. 20대의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보내서 그런지 한국인데 오히려 더 해외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수많은 차량과 인파, 익숙해 지지 않는 지명 등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 동네가 원래 이런지 약간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걸 알아가고 우연히 일어나는 만남과 인연이 좋기에 그런 면에서는 이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를 여전히 즐기고 있다. 그렇게 서울에서 맺은 인연 중에 하나가 지금부터 소개할 룰커피가 되겠다.
최애 디저트인 치즈 케이크와 브루잉 커피. 조합이 아니 좋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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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맛있고 사람이 좋고 공간이 좋다. 그럼 더할 나위 없다.
예술의 전당 근처 악기거리의 한켠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이 가게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커피를 담당하는 정인성 바리스타는 한국 브루어스컵(핸드드립) 챔피언이자 월드 브루어스컵 준우승을 차지한 실력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의 라인업이 있고 그것을 핸드드립으로 마시러 오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실은 룰커피의 쿠키나 디저트는 아내 분이 직접 만들고 계신다. 시간을 맞춰가지 않으면 이미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케이크과 쿠키는 커피랑 궁합도 찰떡이기에 두 분의 환대를 받으며 커피&디저트를 세트로 즐기기에 너무도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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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분들이 그런건 아니지만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많은 분들의 매장이 트렌디함이나 모던함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것에 비해, 룰커피가 가진 분위기는 따뜻하고 소박하다. 화이트+우드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도 그렇고 부부가 친구처럼(실제 동갑내기 커플이다) 서로 의지하며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멋지게 단상에 장식해 두어도 누구나 충분히 납득할 만 한 한국 1등, 세계 2등 트로피가 바닥 한 켠의 책더미 위에 놓여져있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라는 것을 보여주는것 같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더 호감이 간다.
챔피언 트로피가 무심히 바닥 한 켠에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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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없도록 강조하자면 소박하다는 것은 편하게 찾아가기 쉽다는 의미이고, 커피 맛이 소박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추구하는 커피가 가향이나 무산소 가공이 도드라지는 임팩트 있는 커피가 아니라는 것은 전체적인 이미지와 일맥상통 하지만, 좋은 산미와 단맛이 발현되는 커피를 직접 로스팅, 추출하여 그 커피의 특징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정인성 바리스타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커피를 어렵게 풀어내지 않는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호감이 높은 포인트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은 때로는 그들의 지식의 양에 파묻혀 조금씩 알아가려 하는 초보자들을 향해 벽을 쌓아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초보자들도 알기 쉬운 브루잉 레시피나 드리퍼 없이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공유 하는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여 전파하고 있다. 따라하기 쉽고 안정적인 이유로 필자 T도 주위에 자주 추천하는데 그 중에도 추천영상을 아래 공유한다.
정인성 바리스타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lull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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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오너가 로스팅과 브루잉을 함께하는 가게를 추천하게 되었다. 매 번 말하지만 한 사람이 공을 들여 변수를 통제한다는 것이 부담도 되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만큼 높은 퀄리티의 커피로 반영이 되는것 같다. 룰커피의 경우엔 부부의 끈끈한 화합도 어우러져 고퀄의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게 5월 말인데 벌써 다들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닐 만큼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정인성 바리스타도 필자도 플루티한 케냐의 커피를 참 좋아하는데, 룰커피에서 시원한 핸드드립 아이스 커피를 마실수 있다는 두근거림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23.05.25 - LULL COFFEE (서초/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