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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es Coffee가 있는 료고쿠라는 동네는 도쿄의 대표적인 시타마치(下町)다. 시타마치라는 말을 그대로 번역하기는 힘들지만, 번화가의 화려함과는 다소 동떨어진 서민적인 주거지역을 일컫는다고 보면 되겠다.
이 카페는 [마을의 로스터리에서 세계로]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 시작한 동네는 보잘것없을지 모르지만 그 마을과 거리의 풍경에 녹아들며 커피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일본의 커피 신을 이해하는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로스터리로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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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의 오너, 이시이씨는 예전에 소개한 Sniite의 칸베씨 못지 않게 경력이 특이하다. 그는 료고쿠에서도 가깝고 일본의 카페 성지로서도 유명한 키요스미시라카와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때는 위에서 말한 시타마치의 특성상 치안도 좋지 않았으며 경찰이 싸움을 말리는 풍경도 허다했다 한다.
그런 곳에서 이시이씨는 옳지않은 싸움을 하지않으려 강해지려 했고 복싱을 배워서 10대에 프로 복서로 데뷔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세계 정상을 꿈꿨지만 부상을 당해 몇 년 뒤 은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후 큰 뜻 없이 시작한 요식업의 세계에서 처음 접하게 된 커피에서 달콤하고 상큼한 과일의 풍미가 느껴지는 것을 경험하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직접 로스팅과 브루잉을 다져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엔 커피로 세계를 재패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여태것 경영하던 여러 음식점을 정리하고 2020년에 Leaves Coffee Roasters를 개업했다.
에콰도르 COE(국가별 커피의 품평회)9위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셨다. 클린컵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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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로스터리가 있는 카페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브루잉(추출)부터 시작했지만, 커피에 대해 알아갈수록 로스팅에 대해서도 더 알게된다면 원재료(커피 원두)의 장점을 살린 커피를 만들고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필자인 T가 좋아하는 [단맛이 있으면서 과일의 상큼함과 클린컵이 부각되는 커피]를 추구한다는 이시이씨의 인터뷰를 본 후로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쿄 중심지의 서쪽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지역을 넘어 이 곳의 커피에 매료된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그 정도의 시간과 노력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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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다소 투박하다. 로스팅도 쉬는 날 이 곳에서 이루어 지기에 머신 두 대도 카페의 한 켠에 놓여있다. 그리고 약 1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벤치와 작은 테이블이 일렬로 들어서 있다.
이 날 아쉽게도 오너인 이시이씨는 없었지만 매일 원두의 품질관리를 하며 거기에 맞춰 커피를 내려주는 프로 바리스타의 홀&카운터 스태프 한 분이 계셨다. 커피의 산지 정보나 아로마, 플레이버 같은 정보를 알려주며 고객의 취향도 참고하여 커피를 추천해 줘서 처음 가더라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비버리지(라떼나 에스프레소 아이스크림 등)도 있으므로 산미가 있는 커피에 아직 거부같이 있는 분들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얼핏 보면 작은 공장같이 보이기도 하는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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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이외에는 산미의 특징이 강한 약해진 원두가 대부분이며 상시 10종류 이상의 산지와 품종이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품평회 상위에 랭크된 원두나 옥션에서 고가에 거래된 원두등 높은 퀄리티의 원두로 내린 커피라는 한 잔에 1000엔 정도, 나머지는 500엔에서 800엔정도다.
각각 2잔씩 마셨는데 고급 라인의 커피는 확실히 특별하다. 특징있는 산미와 마지막 한 방울을 마실때 까지 불쾌한 풍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긍정적인 맛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인상적인 원두는 밑에 사진으로도 첨부한 콜롬비아 타탐보 90+라는 커피인데,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농장에서 출하하는 시점에 ‘이건 90점 이상의 원두가!’라는 의미로 작명했다고 한다. Perfume/Lemon Candy라는 표현처럼 화려하고 강한 산미를 자랑하지만 그 이상으로 깨끗하고 좋은 여운이 남는 뒷 맛이 인상적 이었다. 당장 원두 구입!! 단골 카페인 Sniite에도 원두를 공유하여 나눠마셨는데 다들 너무 좋은 커피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비싼 원두였기에 그 중 한 명은 돈값하네!라고 짧게 평 하기도 )
하지만 낮은 가격대의 커피는 이 날 퀄리티 컨트롤이 실패한 건지 특기로 하는 로스팅의 영역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부정적인 뉘앙스(덜 익은 과일 혹은 샐러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재방문 한 뒤 다시 자체 평가를 해보는게 타당하다 생각했고, 그 뒤 다시 방문해서 낮은 가격대의 커피를 마셔본 결과 그 날은 Leaves가 추구하는 단맛/신맛/클린컵의 밸런스가 잡힌 커피를 맛 볼 수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곳에 로스팅 머신이 두 대나 있다.
고급라인의 커피 중 하나.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의 맛이라고 평가해 90+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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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주택가에 들어선 이 로스터리&카페는 분명 앞으로 더 유명해 질 것이다.
얼마전 오너인 이시이씨는 세계적인 커피 축제가 열리는 밀라노의 행사장에서 본인이 직접 로스팅하고 추출한 커피를 업계인들에게 시연하기도 했으며 최근엔 게스트 로스터&바리스타로서 여러 곳에 초청 받아 본인과 가게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전체적인 퀄리티 컨트롤은 자체 로스팅의 역사가 아직 3년이 채 되지 않았고 새로운 스태프들도 많은 것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개선되어 갈 거라 생각한다. 도쿄의 추천 로스터리&카페 중 하나로 추천 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