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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가 마냥 세련된 고층 건물들로 채워진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지도 모르겠다. 뉴욕이라고 하면 타임스퀘어와 마천루를 떠올리는 것 처럼.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그런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지진이 잦으니 애초에 고층 건물이 드문것이 첫째고 도시 계획상 경관 보존을 위해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상당히 까다롭게 지정하기 때문이다. 오늘 방문한 카야바 커피라는 카페가 있는 야나카라는 동네도 높은 건물이 거의 없다. 전통이 있는 건축물이 많은 것이 아마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이 가게도 상당히 레트로한 외관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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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돌고 돌아 레트로는 트렌드가 된다. 카야바 커피의 전신이 되는 가게는 1938년에 처음 생겼다고 한다. 지역에서 사랑받던 이 가게는 가업을 이을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에 한 번 폐업을 했었다. 폐업을 한 가게가 부활을 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흔하지 않지만, 카야바 커피는 2009년 NPO의 적극적인 지원을 업고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옛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 1차 목표였고 거기서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습을 기대 받았기에, 레트로를 경쟁력으로 하면서 현대에도 먹히는 메뉴를 가지고 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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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으로 알 수 있듯이 가게는 2층으로 되어있다. 1층은 예전에 리포팅했던 하토와 비슷한 느낌. 즉 킷사텐(끽다/다방) 같은 인테리어다. 아쉽지만 사진은 못 찍었다. 여기서 주문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처음 와 본 김에 건물 전체를 둘러봐야 하지않겠는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무척 가파르고 한 명이 지나가면 꽉 차는 느낌이다. 그리고 도착한 2층은 또 다른 느낌이다. 다다미가 깔려 있고 신발을 벗고 낮은 테이블에서 좌식으로 식사를 하는 스타일이다. 신발 벗을 각오로 오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좋지. 마침 배도 고팠기에 음료랑 식사를 같이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정한 메뉴가 [커피 플로트]와 [에그 샌드위치(일본식으로 말하면 타마고 산도)]다. 딱 보기에도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메뉴지만 실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데, 커피 원두는 노르웨이 거점의 카페인 후그렌 커피의 것을 쓰고 초콜릿 관련 메뉴는 bean-to-bar로 유명한 미니멀 이라는 초콜릿 공방의 것을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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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전체적인 맛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단짠이 주역이 되는 구성이랄까. 유명한 에그 샌드위치는 빵에도 약간 다시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고 타르타르 소스도 들어가 있어서 산미와 짭짤한 맛이 느껴진다. 아마 일반적으로 일본 요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상당히 좋아할 맛인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달걀의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산미가 적은 음식을 선호하기에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커피 플로트는 당연하게도 엄청 달다! 애초에 커피 플로트라는게 아이스 커피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띄운 음료이기에 뻔한 감상이지만, 평소에 커피의 복합적인 맛을 즐기는 커피 오타쿠가 마시기엔 달았다. 옆에 앉은 커플이 ‘오이시이!’를 반복하며 먹고 있었고 일본의 유명 음식점 포털에서도 평가가 높은 곳 이기에 퀄리티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음식보다는 인테리어와 역사,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에 높은 평가를 주고 싶은 카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