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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오모테산도의 KOFFEE MAMEYA를 리뷰한 글을 올렸다. 바리스타들이 직접 큐레이터가 되어 커피의 ‘체험’적인 요소를 극대화하여 제공하는 곳. 하지만 그 체험적인 요소를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다른 형태도 나타난 카페가 여기 있다. 이름은 KOFFEE MAMEYA KAKERU. 이름에서 전자를 계승하고 있는 가게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겠다. 그러면 KAKERU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대로 읽으면 ‘카케루’인데 번역하자면 ‘곱하다’라는 의미이다. 즉 어떻게 하면 이 커피라는 상품의 체험을 극대화 하기 위한 요소를 발견하고 합성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내려는 노력이 이 가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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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시너지’란 무엇인가? 첫째로 하나의 커피를 다양하게 즐길수 있는 비교 체험이 존재한다. 같은 원두를 사용하지만 로스팅의 정도가 다르다던지 다양한 기구를 이용해 추출방법을 달리하며 커피의 특성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는 페어링이다. 흔히 와인이나 위스키 같이 고급술을 취급할 때 거기에 맞는 안주를 중요시하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것이다. 커피의 맛을 극대화 하기 위해 혹은 커피와 곁들이는 요리의 맛을 극대화 하기 위한 조합은 무엇이 있고 그것은 어떠한 텍스처를 제공하는가가 이 코스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코스는 세 번째인 커피 칵테일 코스이다. 커피와 술을 조합하여 만드는 칵테일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로 커피 칵테일계의 권위자인 즈시라는 바리스타가 고안하고 직접만드는 칵테일을 세 종류 체험 할 수 있다. 참고로 추가 요금을 내면 최상위 품질의 게이샤를 사용한 메뉴로만 구성된 코스도 맛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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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잔은 Cold brew cocktail. 그렇다 차가운 물에 커피를 우려낸 콜드브루 커피를 이용한 칵테일이다. 빛깔이 영롱하여 신비로움까지 느껴지는 Gin-based cocktail이다. 사일런트 풀이라는 보편적인 진과 라임을 이용한 진토닉 같은 느낌의 술이다. 즉 마시기 쉽고 가벼운 느낌으로 첫 잔을 시작할 수 있다. 앞으로 나올 칵테일들은 더 개성이 짙겠다라고 쉽게 예상할수 있는데, 임팩트가 없다가 보다는 메인요리를 위한 입맛을 돋울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으로 좋은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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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메뉴는 Filter cocktail. 필터 드립을 한 커피와 니혼슈(사케) , 그리고 브랜디를 브랜딩했다. 복잡하지만 조화로움을 알콜향이 먼저 후각을 자극하고 입에 가져다 대려고 할 때 커피 향이 확 올라온다. 차가운 칵테일이 아니라 따뜻하게 제공되고 있는데 추운 겨울 난로가 있는 방의 흔들의자에서 마시고 싶은 한 잔이다. 술을 마시고 있는 건지 커피를 마시고 있는건지 그것도 아니면 차를 마시고 있는건지 헷갈릴 때 쯤 잔은 이미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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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Espresso cocktail. 말 그대로 에스프레소를 이용한 칵테일이다. Black bush라는 아일랜드의 위스키를 사용하고 밀크 폼을 넣어 아이리쉬 커피와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보통 아이리쉬 커피에서 느끼기 쉬운 위스키의 지나치게 쏘는 향이나 커피의 까끌까끌 한 느낌은 전혀 없고 부드러운 폼을 따라 커피향과 어우러진 위스키의 향이 살포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물론 40도가 넘는 술을 사용한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으므로, 마지막 세 잔 째를 비울때는 꽤 알딸딸 한 느낌이었다. 이 가게는 커피에도 진심이고 같이 조화를 이루는 술에도 진심이다. 커피도 술도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너무 만족스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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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일본을 모방의 나라라고 부른다. 모방은 물론 그 모체가 되는 대상과 같은 것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어 그 것을 확립한다면 원본의 가치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재생산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커피 문화는 서양에서 훨씬 빨리 시작되었지만 일본이라는 시장에 들어와 새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진화해 왔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 것있다. 가게의 이름처럼 KAKERU 즉 단순히 무언가를 추가해 가는게 아니라 ‘요소들을 곱하여 시너지를 내는 커피문화란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때 하나의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의 하나가 이 곳이 아닐까 하고 느꼈다. 다음에 올때는 서로 다른 코스나 원두를 시켜 비교할 수 있도록 나만큼 지독한 커피 오타쿠를 데리고 와서 더욱 더 즐겨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포스팅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