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CIBI Tokyo (센다기/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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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BI. [치비]라고 읽는다. 푸글렌도 그랬지만 뒤에 도쿄가 붙어 있다는 것은 아마 해외에 본점이 있는 가게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그렇다. 이 가게의 본점은 호주의 멜버른에 위치한다. 멜버른은 호주의 커피와 카페 문화의 중심지로서 유명한데, 라떼와 비슷하지만 밀크폼의 양이 더 많은 플랫 화이트. 그리고 에스프레소와 물을 섞는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물의 양을 더 적게 하는 롱블랙 등 독자적인 메뉴가 정착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만큼 커피의 스페셜리스트들도 많아서 World Barista Championship이나 World Cup Tasters Championship같은 세계 대회의 랭커들 중 호주 국적의 카페나 로스터리에 소속한 분들도 많다. 현재 부산의 모모스커피에 소속된 추경하 바리스타도 ONA Coffee라는 호주 국적 로스터리&카페 소속으로 세계대회에서 나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지명도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도 많이 있고 글로벌 진출도 진행되고 있다. 이 곳 도쿄에도 호주발(특히 멜버른발) 카페가 많이 들어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CIBI Tokyo다.
밀크 폼이 풍부한 플랫화이트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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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특이한 건 호주의 본점을 경영하는 분들이 일본인 부부라는 점이다. 현지에서 만난 두사람이 본점을 오픈 한 것도 10년 이상 전의 일인데, 멜버른의 문화에서 파생된「It’s about enjoying life」라는 라이프스타일을 모국인 일본에도 전파하고 싶더라는 생각으로 도쿄에도 가게를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가게 치고는 상당히 개방적인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고 커피와 함께 호주의 유명한 문화 중에 하나인 조식 문화도 접할 수 있는 신선한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실은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처음 갔을 때는 시간이 늦어 조식 메뉴를 주문하지 못했다. 도쿄이지만 현재 거주하는 지역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자주 방문하시는 못했는데, 이번에야 말로 조식을 먹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침 8시 30분 오픈 하자마자 돌격했다. 주중 아침에는 그렇게까지 붐비지는 않는데 런치 이후에 방문할 경우 어느정도 웨이팅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CIBI Breakfast. 빵도 직접 가게에서 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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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은 역시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사진 처럼 밸런스 잡힌 영양소가 섭취 가능 한 천연 발효 빵과 아보카도, 샐러드 등이 원 플레이트로 제공된다. 색감도 좋고 물론 맛도 좋았다. 드레싱을 발사믹 소스와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고 있는데 소재의 맛을 살리면서도 식욕을 더 돋구는 좋은 조합이었다.
그리고 음료로 주문한 플랫화이트도 물론 맛있다. 카페 라떼 보다는 에스프레소의 쓴 맛이 덜 느껴지고 밀크 폼의 부드러움이 강조되는 음료라 아직 소화 준비가 안 된 내장 기관을 달래기에는 딱 좋은 조합이었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드립 커피나 에스프레소도 주문 가능하니 그 정도 마시지 않으면 잠이 깨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분이라면 다른 조합도 가능하다.
그리고 카페 이외에 컨셉 스토어의 기능도 가지고 있는데, 직접 로스팅한 원두나 갓 구운 빵의 구매는 물론, 가게에서 사용중인 식기나 오리지널 굿즈 등도 판매하고 있다. 아마 누군가를 집에 초대하여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멋진 식사의 기본이 되는 식기에 눈이 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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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조금 거시적인 관점을 언급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도시의 로컬 커뮤니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웃의 정겨움이나 따뜻함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엔 콘크리트 벽이 물리적인 장벽을 넘어 정신적인 유대마저 끊어버리고 있다고 느껴질지도 한다. 하지만 이 카페가 위치한 센다기라는 지역은 특히 고층 건물이 거의 없고 어딘가 정겨움이 느껴지는 상점가가 있으며, 사람과의 거리도 왠지 모르게 더 쉽게 좁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CIBI의 서비스도 이러한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리하여 거리를 좁히려 하지는 않지만 이웃 같이 다정한 언어로 추천을 해 왔으며 종업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작업장에서의 긴장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느긋하며 여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식재료도 근처에서 조달하는데 우연히 마주친 식재료를 가져다 주는 이웃과의 대화와 미소가 너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역수입이라는건 문화가 퓨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여려 혁신적인 것들이 문화와 문화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생겨나 퍼져나갔듯이 현지 문화에 없는 것들이 융화하면서 자극이 되어 갈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불편함과 편안함의 본질은 시야가 얼마나 넓은지에 기인한다고.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니고 해외에서 거주하다 보면 불편함의 기준은 점점 내려간다. 그렇다고 내 시야가 엄청 넓지는 않고 아직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이 있을거라고 본다.
카페와 커피문화를 통해 이러한 다양성에 대해 지각하고 시야를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겁다. 취미를 누구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어느정도 있으신 분이라면 커피와 카페문화라는 넓은 바다에 뛰어들어 보는 것도 삶의 좋은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입구에 위치한 컨셉 스토어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