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코스피어 (부산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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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가 도쿄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이직이 이유인데 자세한 내용은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에 위치한 카페에 대한 글이 주가 될 예정이며, 여러분이 방문하고 싶어할 카페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오늘 다룰 코스피어는 실은 예전 부산 커피 나들이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땐 첫 방문이라 낯설기도 했고 재방 후 다시 한 번 다루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새로운 게시물을 끄적인다.
이유는 물론 커피가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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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로스터리&카페는 오너가 직접 로스팅&브루잉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예전에 소개한 Sniite나 소개는 아직 못했지만 오사카에 있는 Aoma coffee가 그렇다. 원래 다른 카페에서 일을 하던 경력자들이 독립하여 만든 카페로, 각각 점포는 한 군데 씩 밖에 없으며 로스팅은 100% 오너가, 브루잉도 파트너 한 명을 제외하곤 오너가 직접 한다. 그렇기에 오너가 추구하고 싶은 맛의 발현이나 그 품질 관리가 자연스럽게 까다로워 질 수 밖에 없다.
요리로 치면 원재료의 손질과 요리를 같은 요리사가 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 정보의 공유가 이뤄진 후에는 두 과정의 주체가 달라도 자연스레 연계가 되기도 하지만, 압력이나 보존 기간에 따라 맛이 매일 변화하는 원두를 관리하기는 쉽지않다. 이 과정이 통일되면 자연스레 그 이해도가 높아지며 변수를 조절하기도 쉬워진다. 그러므로 매 번 최상의 요리가 제공될 확률이 높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점포를 확대하며 매상도 높여갈수 있는 가능하면 효율적이라고 하기는 힘들겠다.
코스피어는 코리아 브루어스컵 챔피언인 정형용 바리스타님이 직접 브루잉을 하시고 에스프레소 음료 외에 다른 직원분들이 브루잉을 하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가끔 게스트로 유명 바리스타 분들이 오셔서 시연하시는 이벤트는 있음)
귀국하자 마자 방문했는데 하필 휴일이었다… 아쉬워서 입구에서 사진찍고 추석에 재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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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챔(정형용 바리스타님 애칭)님의 유튜브를 보면, 한 잔 뽑아내려고 이렇게까지 시행착오를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시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초보자를 위한 영상도 있지만 그 것도 지금까지 많은 실험을 한 결과를 토대로 변수 컨트롤을 하기 쉬운 간편한 방법을 도출해 낸 것이다. 이런 분이 직접 내리신 커피가 맛이 없을리가 있을까?
이 날 마신 드립 커피는 PERU LORENZO GEISHA(사진 참조)와 BOLIVIA LOS RODRIGUEZ GEISHA 두 종류 였다. 둘 다 워시드 게이샤라 자스민이나 시트러스 향은 물론 있었지만, 전자는 좀 더 상긋한 라임 과실의 느낌이었고 후자는 워시드 였지만 조금 발효감이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과 같은 풍미가 느껴졌다. 품종과 처리 방식이 같아도 다른 변수로 인해 맛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걸 실감할 수 있는 커피였다.
예전의 게시물에서도 말했지만, 다른 카페들에 비해 기재된 노트가 더 확실히 느껴진다. 아마 스페셜티 커피를 많이 접하지 못하신 분들이 마셔도 느낄수 있을만큼 임팩트가 있는 한 잔이니 꼭 직접가서 마셔보길 바란다.
라임과 같은 좋은 산미와 단맛이 뿜뿜한 페루 게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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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갔었을땐 없던 시그니처 메뉴도 생겼다. 그때 그때 최적이 원두를 사용해서 만드는 카페오레인데 유뷰브에서 보고 꼭 마셔보고 싶었다. 특이하게 핸드드립으로 만든다.
여기에 사용한 것은 특수가공으로 유명한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 농원의 리치-피치향이 특징인 원두인데, 밀크 폼과 곁들이면 특유의 발효향은 더 부드러워지면서 은은한 리치-피치향과 우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낸다. 마시면서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맛있어서 개눈감추듯 마셔버렸다…
다음에 T 혹은 여러분이 방문했을 때는, 아마 또 다른 원두를 사용한 카페오레가 있을지도 모른다. 특징은 다르겠지만 분명 맛있을테니 필터 커피나 아메리카노만 마시지말고 꼭 드셔보시길 권한다.
고소하면서 산미와 단맛도 느껴지는 카페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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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어나 Sniite 같은 가게의 오너는 가게 운영의 거의 모든 것을 도맡아 한다. 아까 말 한 로스팅과 브루잉을 빼도 전체적인 경영 관리나 인테리어, 보수, 채용과 같은 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커피 애호가로서는 역시 이런 가게가 더 늘었으면 좋겠고 다른 가게도 퀄리티 컨트롤을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물론 앞으로는 테크놀로지의 힘으로 여러 점포를 전개하는 카페에서도 제대로 된 품질 관리가 되어갈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효율성과 비효율성의 어딘가에 모두가 만족하는 접점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오늘도 맛있는 커피 한 컵을 마실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과 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