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3일의 연휴가 생기게 되어 시카고로 로드트립을 다녀왔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에서 시카고까지는 차로 7-8시간정도 걸리는 거리로, 중간에 디트로이트가 있어서 제법 지루하지 않게 로드트립을 즐길 수 있는 나쁘지않은 경로이다. 새벽출발을 하게되어 처음으로 커피를 마실 곳을 찾았고 가게 인테리어를 보자마자 여기다! 하고 선택한 곳이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카페 로스팅 플랜트.
디트로이트를 칭하는 모터시티.
조그마한 가게 한 가운데 전자동 원두머신이 놓여있고 이 원두들은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진공관들로 요리조리 바쁘게 이동을 한다. 까페 한 가운데 로스터리 과정을 보여주면서 커피맛에 대한 기대감을 확 끌어올린다.
단순히 이동만하는 것이 아니라 원두볶는일까지 자동이다. 여타할 까페들은 포장된 볶아진 원두를 쓰거나 또는 미리 다른 곳에서 원두를 볶아서 사용하는 것에 반해 재고량에 따라 알아서 원두들이 배합되고 볶아진다. 기계에는 javabot이라는 귀여운이름도 붙여져있다.
로스팅 플랜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커스터마이즈로 원하는 생두를 골라서 섞는 것도 가능하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커알못인 우리는 괜히 잘못섞어 실패한 조합이 생길까봐 쫄아서 기존에 제공되는 메뉴로 커피를 시켰다. 잘 모를 때는 추천 메뉴를 먹는 스타일들이다.
나는 풀바디의 로스팅 플랜트 블렌드를 시켰다. 초콜릿 향, 트러플, 그리고 향신료가 들어간 이 까페의 대표 메뉴라고 한다. 와이프는 균형잡힌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을 골랐는데, 오렌지꽃, 귤, 다크 초콜릿, 그리고 아몬드가 들어간 커피라 그런지 생각보다 산도가 강한 커피여서 블랙으로 마시다 크림을 조금 타서 산도를 낮춰서 마셨다.
작은 로스터리 커피숍임에도 손님들이 쉴새없이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거나 원두를 사가다보니 원두는 쉴새없이 볶아지고 채워지고를 반복했다. 안그래도 갓볶은, 게다가 기계가 볶아서 한치오차도 없이 유지되는 맛일텐데 거기다 빠른 회전률까지 한 몫하니 커피맛이 안 좋을수가 없는 카페다. 무엇보다 눈 앞에서 이렇게 가까이 내가 마시는 커피콩들을 보고있으면 그냥 그 풍경만으로 더 커피맛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에서도 이 진공관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는 만큼보인다고 뉴욕에서 리저브 로스터리를 방문했을 땐 진공관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었다.
맛있는 커피에 기계가 자동으로 원두를 볶는 모습까지 일석이조로 즐길 수 있었던 곳이었다. 미국-캐나다 국경에 바로 위치하는 곳이라 매 로드트립때마다 들르게 될 것같다.
7.
19.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