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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어려울까 쉬울까? 결론을 쉽사리 제시하지는 못할거 같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할 듯 한 애매한 말로 맺어보자면 아마 ‘얼마나 추구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필자도 예전엔 스벅이나 편의점 커피가 충분히 맛있다고 느꼈었고 다른 커피에 대해 더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그 상태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여태껏 내가 올린 글들을 봐 준 분들께서도 느끼듯 이제는 커피 오타쿠의 경지에 이르려 하고 있다. 즉 경험치나 지식도 늘었지만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게이지도 늘었다는 것이다. 아마 2년 전의 내가 ★ 하나에 만족하는 정도 였다면 지금의 나는 ★★★, 즉 3성급이 아니면 만족을 못하는 뇌와 몸이 되어버렸다. 남 탓을 하는건 아니지만 나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이벤트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OGAWA COFFEE LABORATORY라는 카페 혹은 실험실(?)에서의 체험이다.
본점 사진, 출처: 오가와 커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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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커피라는 브랜드는 약 70년 전에 일본 교토에서 탄생했다. 즉 일본에서도 아직 커피 문화라는 것이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을 때에 창업하여 문화를 만들어 온 전통있는 브랜드이다. 지금은 매장은 물론 커피의 수입과 판매 등 업계의 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교토에 있는 본점은 격식있는 호텔의 레스토랑과 같은 느낌을 주며 실제 매장에서의 서비스도 일본특유의 과도하게도 느낄 수 있는 치밀함과 친절함이 느껴지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소개할 도쿄 시모키타자와라는 번화가에 위치한 매장은 LABORATORY라는 명칭이나 [체험형 커피 살롱]이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조금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잠시 그들이 정의한 내용에 대해 보고 가자.
OGAWA COFFEE LABORATORY의 테마는 [체험형 커피 살롱].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한 메소드를 배울수 있는 [실험실] 같은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용하는 기구는 전통있는 것 부터 최신형에 이르기 까지 바리스타들이 애용하는 약 40종을 엄선하여 구비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고객님 스스로 로스팅부터 추출까지 마음껏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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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매장에서는 1. 볶기 2. 분쇄하기 3.물 붓기 4.드립하기 5. 계량하기 라는 5가지 분야로 분류된 40가지 기구들을 직접 선택하여 커피를 제조할 수 있다. 즉 로스팅기/그라인더/드립 포트/드리퍼/커피 스케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뭐야 직접 로스팅해야 마실 수 있는거야? 귀찮아!”라고 생각하신 분. 물론 자기가 체험하고 싶은 분야만 골라서 할 수도 있고 바리스타에게 부탁하여 대신 커피를 내려달라고 하는 것도 가능하다.
커피 추출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괜찮다. 이 모든 기구들에 숙달한(바리스타 왈 카페 오픈 전에 2달 정도 연수하느라 죽는줄 알았단다)들이 모범적인 사용법과 레시피에 대해 알려주며 추출을 도와준다. 이 정도까지 해주면 추가 요금으로 몇 배는 받아도 이상할게 없을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또 중요한 건 합리적인 가격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서의 한 잔의 가격과 거의 동일한 설정이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원두를 100g 이상을 구매하면 추가 비용 200엔 정도로 커피를 추출해 마실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내 예상이지만 아마 각 기구의 브랜드들과 스폰서쉽 계약을 맺은게 아닐까 싶다. “에이 그게 가치가 있을까?”라고 생각한 여러분께 밑에 사진의 그라인더와 드립 포트를 써 보고 제가 직접 구입했다는 사실을 전해드린다. 가격은 귀엽지 않지만 실제 써 보고 구입했기에 엄청 만족하며 사용중이다.
취급하는 기구의 예시①, 출처: 오가와 커피 홈페이지
취급하는 기구의 예시②, 출처: 오가와 커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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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제일 중요한 취급하는 원두 자체의 질도 상당히 높다. 직접 수입하여 로스팅 후 판매하는 싱글 오리진(단일 품종)이 상시 11종, 시그니쳐 블렌드가 10종 있으며 물론 카페라떼나 카푸치노 같은 드립 커피가 아닌 메뉴도 취급한다. 필자는 이미 1년이상 꼬박꼬박 다니고 있기에 위 21종은 모두 섭렵하였고, 그 외에도 Featured Coffees라고 한정판으로 그때 그때 취급하는 원두도 있는데 21+@로 합계 40종 정도 이 곳에서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원두지만 프로세싱 방법이나 배전 정도가 다른 원두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한 잔에 3천엔 정도(ㄷㄷ)하는 고급 커피에 손을 대 보는 것도 가끔은 자극적인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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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커피와 커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설명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가게라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가정보로서 7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재직중인 바리스타 분들의 스킬도 상당히 높다. 공식 바리스타 인증은 거의 모든 분들이 당연히 소유하고 있으며 소속 바리스타 중에는 World Latte Art Championship 우승자인 요시카와씨와 Japan Latte Art Championship 우승자인 에토씨가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과 1on1 으로 대화하면서 다양한 커피관련 기구를 이용해 맛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실험실이라는 컨셉은 다른 카페에서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에토 바리스타가 연초에 직접 그려준 호랑이해 기념 한정판 Latte Art를 보여드리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에토 바리스타의 라떼아트. 매장에서 직접 촬영. 직접 그리는 걸 보면 진짜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