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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 음악은 그런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데 가장 쉬운 촉매제라고 생각 한다. 이 영화는 내가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여러 번 본 영화이자, 나의 풋풋하고 자유로웠던 대학교 1학년, 20살의 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이다. 스스로 Geek이라 칭하는 나에게 마약과 같은 두근거림을 선사해줬던 영화, 바로 ‘트랜스포머’ 이다.
트랜스포머 포스터 -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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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는 내용에 대한 설명은 크게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줄이면 정리가 될 정도니까. ‘착한 로봇(오토봇)과 나쁜 로봇이(디셉티콘) 지구에서 싸우고, 착한 로봇이 승리한다.’ 바로 권선징악. 심플이즈베스트. 즉, 이 영화는 역사적인 배경이나 분위기 또는 배우들의 연기와 심리전 등을 보기 위한 영화가 아닌, 폭발이 난무하고 거대 로봇들이 LA에서 싸우면서 건물들을 부수는 등 영상미가 넘치는 타임킬링용 오락영화가 되겠다.
건물 부수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나온다. / CJ엔터테인먼트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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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킬링 영화라고 하는데, 왜 여러번(실제로 5번 봤다.) 보러 갔냐는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 등 여러번 보면서 숨은 의미나 놓친 장면을 찾아야 하는 영화도 아닌데 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밌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재미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우월한 영상미다.(완벽에 가까운 로봇 CG처리) 솔직히 최근 10년동안 영화를 계속 봐온 사람이라면, 저정도 그래픽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20년전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누가 봐도 저건 CG야, CG 때문에 영화에 집중이 안된다고 할 만큼 CG는 어색한게 많았었다. 반지의 제왕 ‘골룸’(2001), 영화 킹콩의 ‘킹콩’(2005) 등 발전 중이라는 것은 눈에 보였으나,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러던 중, 정말 정교한 로봇 CG를 표현한 영화가 등장한 것이다.
역시 간지 / CJ 엔터테인먼트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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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마이클 베이는 시원시원한 액션과 폭발이 난무하는 젼형적인 할리우드식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나쁜녀석들’, ‘더 록’, ‘아마겟돈’ 등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90년대의 대작들을 여럿 만들었다. 따라서 이런 오락 액션 영화의 감독으로는 적절한 인선이었을 것으로 보이며, 로봇 상태가 아닌 일반 자동차 상태의 연출도 훌륭하게 보여줌으로써 나같은 기계 / 로봇 팬들의 동심을 울린게 아닌가 한다. 내가 여러번 영화관을 찾아가게 만들었던 장면은 바로 아래의 오토봇이 모일 때 처음 변신하는 장면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말 볼때마다 두근거림과 전율이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난 마이클 베이도 로봇 덕후인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인터뷰들을 보니 로봇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애국자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훌륭한 로봇 변신 연출을 보여준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1시간 2분, 오토봇 총출동 변신장면 / CJ엔터네인먼트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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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어린시절, 문방구에서 팔던 3000원짜리 옵티머스 프라임 로봇을 사서 논 기억이 있는 20살 먹은 청년에게,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로봇 완구를 주제로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주었으니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당시 ‘왕의 남자’ ‘괴물’ 등 한국 영화들이 매출 순위 탑을 독식하던 국내 영화 시장에서, 관객수 약 740만명을 동원하며 외화 영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생각보다 나와 같이 로봇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1에서는 상기 언급한 영상미 뿐만 아니라, 미군들(인간)에 대한 적절한 밸런스와 캐릭터들의 입체성(라디오로 말하는 범블비 등)이 흥행의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후 총 5번의 영화가 개봉을 하며, 사람들이 영상미에 대해 익숙해져버리게 되었으며, 아무래도 어린이 완구 로봇 스토리의 한계성에 의한 것인지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정확하게 살리지 못해 나름 선전은 했지만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내사랑 범블비 / CJ엔터테인먼트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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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아이언 맨’, 2009년 ‘아바타’를 비롯하여 이후 더욱 발전된 CG와 모션 캡쳐 기능을 이용한 훌륭한 CG 영화들이 나오며, 최근에는 누구도 CG로 인해 영화를 보기가 불편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게 된 듯하다. 물론 이 영화 이전에도 CG는 꾸준히 발전해왔을 것이며, 그 발전으로 인해 흥행이 크게 성공한 첫 사례가 트랜스포머가 되겠지만 그만큼 당시의 나에겐 충격적인 영화였다. 요즘 너무 훌륭한 CG 영화들을 보다 보니, 지금 다시 영화를 보면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느낀 그 CG의 완벽함의 감동은 느끼지 못 한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CG의 신선한 충격은 내 추억속에선 언제나 두근거림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럼 나에게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은 무엇일까? 바로 이영화의 OST인 ‘What I’ve done’이 되겠다. 나의 추억을 함께 감상해보길 권하며, 이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