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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지-니어스:카니예 3부작 (2022)

Netflix.
군대 상병 휴가 때, 힙합의 ㅎ도 모르는 여자친구(현 와이프)가 제게 생일선물로 카니예 웨스트의 5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줬습니다. 그것도 DVD가 포함된 디럭스 버젼이었죠. 알고보니 FUDIO의 writer중 한 명인 B에게서 추천을 받았더군요ㅎㅎ. 둘이 연락도 잘 안 하면서 저를 위해 물어본 여자친구나, 또 저를 잘 알아서 2010년대 최고의 명반을 추천해준 친구나 고맙고 또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튼 저는 휴가 내내 CD를 틀었고, 몇 개월동안 앨범의 가사들을 곱씹고 악기들을 곱씹고, 전역하고는 비디오들을 곱씹으며 ‘아, 카니예 웨스트는 단순히 관종이 아니라 그냥 천재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시기즈음부터 그의 행보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이 천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대답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지-니어스:카니예 3부작(2022)에서 어느정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Coodie와 Kanye의 첫 만남. Netflix.
1부 비젼, 2부 목적, 그리고 3부 자각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는 당시의 스탠드 업 코미디언이자 채널 제로의 호스트였던 쿠디가 카니예 웨스트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쿠디는 카니예가 스타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그가 성공하는 과정을 담기로 마음먹고는 모든 커리어를 뒤로하고 이 신인 래퍼/프로듀서를 무작정 카메라에 담은 것이 이제서야 세상에 나온 것이죠. 1부 비젼에서는 카니예 웨스트의 프로듀서가 아닌 래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기행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지던 그가, 그저 평범하게 웃고, 낙담하고, 화내고, 또 다시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인정받으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충분히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인물이었음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중산층 동네에서 자랐다는 것으로 래퍼가 될수 없다는 시선이 신경쓰였는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해서 랩을 못 하는 것은 아니라고 끊임없이 아둥바둥 반박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힙합씬에 받아들여지기 전의 열등감마저 엿볼 수 있죠. 자신이 최고라고 믿지만 본인이 원하는 래퍼가 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는, 꿈을 쫓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엇나가지 않게 중심을 잡아준 그의 어머니, 돈다 웨스트가 있었습니다.
MTV.
돈다 웨스트는 카니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필요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되 자만은 하지말라는 교훈도 줍니다. ‘The giant looks in the mirror and sees nothing. Everyody else sees the giant.’ 위대한 사람은 본인이 위대함을 인지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본다라는 말을, 마마 웨스트는 카니예에게 어머니의 사랑으로 전달합니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카니예를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어머니에게 의지했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심장마비로 어머니를 잃었을 때, 카니예는 괜찮은 척 여전히 무대에 올랐지만 사실 그의 내면은 이미 부서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큐멘터리 전반에 깔려있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석을 하려고 해도, 카니예에게 얼마나 많은 돈과 명성이 있어도 자살을 생각할 만큼 세상은 무의미해졌음을 보여줍니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세상에 남아 있을 의미를 잠깐이나마 찾은 것 처럼 보이며 안정적인 날들을 보내지만, 영상속의 그는 여전히 공허해 보입니다.
Through the Wire의 영상 속. Roc-A-Fella. Def Jam.
그가 처음 대중의 관심을 받게된 ‘Through the Wire’처럼 그는 그의 삶, 그의 생각을 앨범에 담아내죠. 어머니의 빈자리를 타인의 사랑으로 채워보려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나고, 그에게 기댈 곳은 종교였죠. ‘The Life Of Pablo’와 ‘JESUS IS KING’과 같이 음악을 통한 메신저를 자처하기도 하며 자신의 조울증을 서스럼없이 세상에 드러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이용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이야기하는 카니예의 행동이 도를 지나칠 때 쿠디는 서스럼없이 카메라를 꺼버립니다. 그의 형제와도 같은 카니예를 지키기 위해서죠. 1부와 2부에서 보는 이와 인간적인 교감을 형성한 이후 3부에서는 이런 카메라를 끄는 상황이 여러번 나옵니다. 쿠디가 카니예를 바라보는 심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카니예 웨스트는 이제 성도 없이 그냥 Ye라고 법적으로 개명을 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또 조울증을 앓는다고 그가 한 행동과 말들이 정당화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어린 래퍼의 고군분투에 크게 시간을 할애한 이 작품을 보다보면, 적어도 지금보다 순수하게 웃던 그의 미소에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최근에 어머니의 이름을 딴 앨범에서조차 잡음을 만들고 있는 그 이지만, 언젠가는 그가 다시 록아펠라의 첫 계약을 따냈을 당시의 순수했던 환한 미소를 다시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