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 Fresh Off the Boat (2015-2020)

Fresh Off the Boat는 미국 ABC 방송국에서 방영된 코미디 시트콤으로, 에디 황(Eddie Huang)의 동명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90년대 대만계 미국인 가족이 차이나타운도 있는 대도시 워싱턴 D.C.에서 백인이 주류를 이루는 플로리다 올랜도로 이주하며 겪는 문화적 충돌과 적응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Lunch Atop a Skyscrapper를 패러디한 포스터. Courtesy ABC.
이 드라마의 제목인 Fresh Off the Boat는 흔히 'FOB'로 줄여 사용되며, 이민자들이 새로운 나라에 도착해 아직 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표현입니다. 저 역시 O.J. 심슨 사건이 미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책으로 읽어 알고는 있지만, 그 시기를 직접 살아보지 않았기에 피부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저와 제 와이프는 아무리 노력해도 FOB accent(이민자의 영어 억양)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고, 제 딸도 친구들과 영어를 주로 쓰기 전까지는 우리가 쓰는 억양을 따라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FOB’라는 단어는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용어가 경멸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에디 황은 이를 재해석하여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반영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American Gothic을 패러디한 포스터. Courtesy ABC.
드라마는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의 일상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며,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에디가 학교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듣고 이에 대응하는 장면은 이러한 노력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인종차별과 문화적 오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아버지 루이스 황이 미국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현지 문화를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가족이 새로운 환경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이 부분이 저에게 특히 공감되었던 이유는, 저 역시 미국과 캐나다에서 비슷한 노력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영어를 학교가 아닌 스탠딩 코미디를 보며 배웠다고 이야기하고, “내 사촌이 김정은이다”라는 식의 농담도 서스럼없이 하면서 그들의 사회에 적응하려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루이스 황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 더욱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작자 에디 황은 드라마가 자신의 실제 경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일부 내용이 소위 '화이트워시'(whitewashing)되어 보편적인 시청자층에 맞춰 순화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이 가진 날카로운 시각과 고통이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주연 여배우인 콘스탄스 우가 직장내 성희롱을 받았다는 논란 등 여러 잡음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즌 6까지 완주하는 동안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웃고 공감하며, 순수하게 즐기기엔 충분한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논란들이 감상에 방해물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Nighthawks를 패러디한 포스터. Courtesy ABC.
Fresh Off the Boat는 미국 방송 역사상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첫 사례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이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처럼, 이 드라마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경험을 조명하며 미국 사회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21세기지만 여전히 주류 매체에서 아시아인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성공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나라를 불문하고 같은 아시아인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주목받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OTT 예고편을 20분 동안 훑어보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가볍게 한 편씩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2.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