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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소년의 시간(Adolescence, 2025)

넷플릭스의 2025년 미니시리즈 소년의 시간(Adolescence, 2025)은 2025년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작품입니다. 원 테이크(onér) 촬영 기법의 대담한 사용, 청소년 범죄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 그리고 젠더와 페미니즘에 대한 거침없는 탐구를 통해, 이 작품은 단순한 폭력 사건을 넘어선 비극의 파장을 시청자에게 깊이 있는 몰입감으로 전달합니다.
원 테이크 기법: 기술적이자 감정적인 성취
대부분의 드라마와 달리 이 작품은 네 개의 모든 에피소드를 하나의 끊김 없는 장면, 즉 원 테이크(onér) 기법으로 촬영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시청 경험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선택이었습니다. 장면 전환이 없다는 것은 시청자가 사건이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흐름에 직접 동참하게 된다는 의미이며, 긴장감과 감정적 몰입이 한층 고조됩니다. 촬영감독 매튜 루이스는 이 촬영 방식이 전통적인 영화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리듬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나의 카메라가 공간을 끊임없이 이동하며 촬영한 덕분에, 편집을 통한 감정적 휴식이나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만들어냅니다. 이 기술은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혼란, 그리고 비극 이후의 참혹한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그리고 아프게 전달합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접근: 시선을 전환하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범죄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범죄의 과정이나 범인의 정체보다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탐구하는 '와이던잇(whydunnit)' 형식을 채택하였습니다. 13세 소년이 동급생을 살해하게 된 사회적·심리적 배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13개월에 걸쳐 서로 다른 하루를 배경으로 한 총 네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범죄가 소년의 가족, 피해자의 주변인들, 그리고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 시리즈는 사건 자체를 자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남겨진 이들의 반응과 슬픔, 그리고 이해하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춥니다. 수사보다는 책임과 여파에 주목함으로써, 시청자는 급진화, 온라인 서브컬처, 그리고 사회적 실패가 청소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페미니즘과 사회적 메시지
작품은 단순히 젠더 기반 폭력을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가 아니라, 여성혐오를 용인하거나 정상화하는 문화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페미니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소셜 미디어의 지배, 인셀(incel) 문화의 부상, 그리고 여성에 대한 종속적 인식을 내면화하게 만드는 남성 사회화 과정을 직설적으로 연결 짓고 있습니다. 가해자를 단순한 ‘괴물’로 묘사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은밀히 작동하며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유해한 젠더 규범을 조명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처럼 작품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비극임을 시청자에게 환기시킵니다. 젠더 기반 폭력과 그 근원이 되는 문화적 여성혐오를 깊이 있게 다룬 이 작품은, 'PC(정치적 올바름)'가 조롱받는 오늘날 더욱 절실한 페미니즘 콘텐츠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소년의 시간(Adolescence, 2025)은 원 테이크 촬영을 통해 감정적 몰입을 극대화한 기술적 걸작이며, 청소년 범죄의 여파와 그 사회적 맥락에 집중하는 작품입니다. 동시에 젠더 폭력의 구조적 뿌리를 조명하며, 오늘날 청소년들이 마주한 위험과 사회적 흐름을 날카롭게 비추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025년이 2분기도 끝나지 않았지만, 저는 감히 2025년의 컨텐츠라고 미리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 소년의 시간(Adolescence, 2025)이었습니다.
5.
7.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