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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경암동 철길마을(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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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약 10년전쯤부터 통영 동피랑 마을을 대표로, 노후된 건물이나 가건물들이 많은 동네에 벽화를 그려서 관광지화를 시키는 곳들이 생겨났다. 실제로 야외 놀거리와 볼거리가 부족한 우리나라였기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성장과 맞물려 엄청난 홍보효과도 함께 누리며 이러한 벽화마을들이 젊은 층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이에 따라 나라 곳곳에 벽화마을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벽화만 있으면 또 식상하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니 이렇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철길 있는 마을을 관광지화 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이 되겠다.
철길마을 광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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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은 비교적 서울에서 가깝고, 오래전 일제강점기의 흔적(일본식 가옥 등)들도 많이 남아 있어 그것들을 이용하여 관광지화를 시키려고 노력 중인 것 같다. 그 관광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이 ‘경암동 철길마을’인데, 일제강점기인 1944년에 신문 제조사에 신문 용지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져서 2008년까지 운행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려 제지 철도, 페이퍼 코리아 선 등의 특이한 이름으로 불렸던 것 같은데, 그러한 철길을 중심으로 철길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실제로 가서 보니 철길에 너무 가깝게 건물들이 지어져 있어서 매우 특이하게 느껴졌다. 철길을 살펴보니, 수많은 사람이 화이트펜으로 추억을 남기고 간 흔적이 있었다. ( 20XX 누구 왔다감! ) 그래서 나도 출석도장을 찍어주고 왔다.
철길마을의 메인거리 밖을 보면 진짜 옛날느낌이 그대로다?!
철길엔 수많은 낚서가 있고, 나도 추억을 남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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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분위기에서 보면 알겠지만 경암동에는 70~80년대의 분위기도 많이 남아있고, 그래서 철길마을의 가게들과 음식점들도 뭔가 레트로스럽게 꾸며져있다. 요즘은 학교 앞 문방구라는 말이 어색할 것 같은데, 여기 가게들은 정말 옛날 문방구스럽게 잘 꾸며놓았다. 쫀디기, 왕소라, 꾀돌이 같은 옛날 과자들부터 딱지, 못난이 인형, 콩알탄 같은 장난감들까지 다양하게 판매 중이었는데, 문득 옛날에 친구들과 장난치고 놀던 시기가 떠올라 살며시 미소짓게 되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없이 지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화이트펜도 여기서 팝니다.
낚서들이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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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가 아무리 유서 깊고 볼거리가 많다고 해도 먹을 것이 빠지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역시 여기 철도마을도 앞서 소개한 문방구스러운 매점들에 이어, 각종 음식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아무래도 철길을 걸어다니면서 먹어야 하다보니, 붕어빵이나 도넛, 과일쥬스와 같은 간단한 간식거리들이 철길 주변에 많았다. 내가 간 시점에는 많이 더웠기 때문에, 아이스 커피와 슬러시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고, 나도 바로 그 고객 중 한명이다. 밖에서는 박스를 깔고 구공탄에다가 쫀디기를 구워먹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이것 또한 이 관광지의 묘미 중 하나가 되겠다. 맛은 뭐... 그냥 그랬다.(추억을 먹었다?) 철도를 중심으로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가게들만 보였으나, 마을 전체적으로 보면 술집이나 밥집도 많으니 먹거리는 충분할 것 같다.
간판이 아주 귀욤 귀욤하다.
철도길에 잘 어울리는 도넛.
당시엔 더워서 아이스 커피 한잔이 절실했다.
열심히 굽는 중.
천연 100%일거라고 믿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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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투어를 하며 찾게된 ‘경암동 철길마을’은 철길과 옛날 건물들만 가득해서 70~80년대 느낌밖에 없을 줄 알았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새롭게 만든 알록달록 진한 원색의 건물들로 인해 뭔가 화사함도 함께 있었다. 마치 내 추억은 이렇게 칙칙하지 않아! 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체적인 먹거리나 관광화의 컨셉이 전주 한옥마을의 구성과 유사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철길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이 분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유명한 국내 관광명소들이 식상하다면,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은 군산으로도 한번 눈길을 돌려보면 좋겠다.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지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