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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될 것이라 꿈도 꾸지 못했던 1990년대 나의 어린 시절, 유료 요금으로 케이블 티비를 신청하지 않으면 영화는 비디오를 빌리거나 명절특선으로 공중파로밖에 보지 못 했다. 그 때 한창 인기가 있고 잘 나가던 영화 중엔 홍콩 영화도 많았는데,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에게도 영웅본색과 첨밀밀 등은 홍콩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물론 티비에선 천녀유혼 같은 판타지물을 더 많이 보여줬던 듯한..?) 일에 한창 치여서 힘들어하던 2014년 어느 날, 홍콩에서 우산혁명이란 것이 발생했다는 기사들이 자주 보였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직접 보고자 하는 치기어린 마음과 어린시절의 향수가 합쳐져서, 홍콩을 둘러보고 우산혁명을 직접 보고자 비행기를 끊었다.(거창하게 이유를 말했지만 실제로는 취소 비행기가 많아 싸서...)
홍콩의 대로. 한글이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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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우산혁명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2014년 9월 발생한 홍콩의 민주화 시위로 중국에서 발표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발(완전 직선제를 요구)하여 홍콩의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난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초기엔 작은 시위였으나, 학민사조(중.고등학교 학생단체)가 동참하여 시위를 하던 것을 홍콩 당국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을 하자, 시민단체가 도심 점거 시위를 개시하면서 10만명이 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확산된 사건이라고 하겠다. 시위는 약 3개월간 지속되어 12월에 종료되었으며, 내가 방문한 시점은 시위 발발 일주일 뒤였다.
코즈웨이베이 거리를 막고 있는 바리케이트들. 당시 트램은 운행 중지였다.
앞에선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위관련 전단지도 나누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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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름 인터넷 기사들은 홍콩 당국의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글들로 가득 했고, 그렇다 보니 내가 홍콩을 가는 것을 반대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름 긴장감을 가지고 홍콩에 도착했는데, 관광객이 매우 많았다... 알고보니 10월 첫주는 중국의 황금연휴 국경절로, 홍콩에 오는 관광객이 매우 많은 기간이며 시위가 있긴 하지만 평화 시위로 알려져서 그런지 취소를 많이 하지 않은 듯 했다. 그래서 숙소도 잡지 않고 출발했던 나는 홍콩 관광 성수기의 물가를 그대로 체험하며 2평짜리 게스트 하우스방을 10만원에 겨우(?) 잡을 수 있었다.(빈 방이 없답니다...)
10만원 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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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혁명의 중심지 중 하나인 코즈웨이베이에서, 한쪽의 수많은 관광객들과 한쪽의 시위대를 보면서 복잡한 마음을 느끼며 시위대에 격려의 말을 전하고 그 자리를 뒤로 했다. 직접 격어보지 못한 사건에 대해, 미디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체감할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아무튼, 인터넷의 기사들과는 사뭇 다른 홍콩 내 분위기로 인해(물론 불안한 느낌이 없진 않았다.), 나는 홍콩 관광과 우산혁명의 목격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었다. 홍콩하면 야경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도시 야경이 유명한데, 예쁘긴 하지만 1900년대 중후반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을지 모르겠으나 훌륭한 도시 야경이 많아진 2000년대를 기준으로 하면 조금 약할지 모르겠다.(부산 마린시티만 해도...)
홍콩의 낮 (침사추이에서 홍콩섬 방향)
홍콩의 밤(침사추이에서 홍콩섬 방향). 저녁 8시에 라이트 쇼(심포니 오브 라이츠)도 한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본 전경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
역시 홍콩하면 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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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관광지들을 소개하진 않았으나, 홍콩에는 유명한 명소들(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빅토리아 피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 청킹멘션 등)이 많아 나름 재밌는 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우산혁명 이후에도 중국과 홍콩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따른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지만, 관광 수입이 작지 않은만큼 관광객들의 안전은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주는 것 같으니 코로나 시국이 안정되면 한 번쯤 고려해볼만한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관광객들이 아무런 불안함 없이 홍콩을 찾을 수 있도록, 국민과 정치권이 모두 행복한 방향으로 홍콩의 정치 상황이 정리가 되길 기원한다.
홍콩 IFC몰 영화관엔 연극무대처럼 스크린 앞 커튼이 열리며 영화가 시작된다. 멋짐.
마무리는 언제나 햄버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