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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잭애스 포에버(2022)

변하지 않은 그들이 반갑다. Paramount.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 즈음에 인터넷이 발달하며, 당시에는 엽기’라는 단어가 유행했었습니다. 그리고 남학생들 사이에서 마치 전설처럼 퍼지던 영화가 있었죠. MTV가 생소했던 한국의 2000년대 초, 잭애스(2002)는 그렇게 남학생들의 입소문만으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죠. 친구의 방에 다같이 모여, 한 시간 반 동안 가학적이고 더럽고 멍청한 짓들만 골라하는 조니 낙스빌과 그 일행들을보여 얼굴은 찌푸리지만 키득거리며 재밌어했죠. 그리고 20년이 지나 살아있는 원년 멤버와 새로운 멤버들을 데리고 잭애스의 4번째 영화를 기어코 만들어 냈습니다.
오프닝의 귀여운 괴수와 조니 낙스빌.
이 영화의 오프닝은 제가 최근에 보았던 어떤 영화의 오프닝보다 기발했습니다. 혹시라도 잭애스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당장에 꺼버리고 싶게 만드는 그런 오프닝이죠. 성기를 괴수로 꾸며(?)놓고 잭애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잭애스 크루가 어떤 놈들이었는지를 잊고있다가도, 단번에 기억을 해내게끔만드는 그런 오프닝입니다. 이들은 자칭, 타칭 수탕나귀=멍청이, 얼간이들입니다.
권투펀치보다 더 아파보이는 것이 영화 안에 있다. Paramount.
시리즈의 4번째를 맞이하는 이들이 보여주는 스턴트들은 황소에게 부딪히기, 가축의 정액 마시기, 급소 보호대 테스트 등 그들이 이전에 했던 스턴트들의 반복이 많습니다. 새로운 멤버들이 있지만, 거기서 신선함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잭애스 포에버(2022)의 메세지는 새로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저씨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 멍청한 이들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감동입니다.
거짓말하면 전기충격주기. 하지만, 이것마저도 더 큰 장난을 위한 큰그림이었다. Paramount.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책임감은 더 많아지고 사회로부터 기대감이라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요즘, 어른이 되어야만한다는 마음에 가슴 한켠이 어딘가 답답하고 억눌러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벌써 6개월이 되고, 저와 제 와이프의 하루를 재단하는 기준은 더이상 몇시 몇분이 아니라, 아이가 밥 먹은지 몇시간이나 지났는지 잠은 얼마나 잤는지와 같이 아이의 루틴으로 시간을 계산하게 됩니다. 우리 부부도 일탈을 많이 했고 함께 소위 미친짓들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예전과 같이 계획없이 훌쩍 떠나거나 무모하게 도전을 할 엄두가 안 납니다. 그래서인지 2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무모하게 스턴트를 해내는 잭애스 크루들은 보고있으면, 어딘가 모를 대리만족이 느껴집니다.
절묘하게 포스터에서 잘라냈다. Paramount.
친구들과 최근의 대화 중, 어딘가 모를 답답함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문든 ‘멍청한 짓’을 해야한다가 해결 방법중 하나로 나왔었습니다. 일차원적이고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 할지언정, 내가 단순히 하고 싶어서 재밌을 것 같아서 하는 그런 멍청한 짓 말입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극한의 체험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해낼수 있는 혹은 남들 눈에는 해내지 못할것이라고 생각되는 아슬아슬한 그 선에 있는 그런 영웅담같은 멍청한 짓을 영화를 보며 잠시나마 꿈꿀수 있었습니다.
함께해서 행복한 이들. Paramount.
Some people never learn. 어떤 사람들은 배우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며 변해버린 본인과 달리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들을 보며, 얼굴을 찌푸리며 holy sh**이라고 얘기하지만 동시에 고마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5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황소에게 들이받아서 날아가는 조니 낙스빌을 보며, 이제 30대 후반으로 들어서는 내가 못 할 멍청한 짓이 어딨겠느냐고 반성과 다짐을 했습니다. 술안주로 철없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 때의 기행을 떠올리며 키득거릴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다같이 할 우리의 멍청한 짓을 기약하며 영화 잭애스 포에버(2022)였습니다.
2023.03.28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