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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설날) 통도사 무풍한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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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부터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이 되면 가족여행을 가곤 했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이렇다할 가족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처음 코로나 사태를 맞이했을 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여행지나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이는 곳은 꼭 피해야할 것만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비행기는 타지 못하고, 특별한 관광지도 갈 수 없었기에, ‘근방에 좋은 산책로라도 다녀오자’로 의견을 좁혔고, 어머니의 추천으로 부산에서 30분만에 갈 수 있는 통도사 무풍한송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지금은 매해 명절 아침마다 가족 산책을 통도사에서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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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한송로. 글자 하나하나를 해석해보니 “춤추는 바람, 차가운 소나무길” 이라고 한다. 통도사 주차장 입구부터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1.6km의 산책로는 온통 소나무로 둘러쌓여 있다. 단순히 소나무가 많다 라는 느낌보단 소나무터널을 지나는 느낌에 가깝다. 산책로라고 하기엔 꽤 넓고, 임도라고 하기엔 아스팔트가 없는 흙길이다.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 왼쪽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윗지방과는 달리 영하의 날씨가 많진 않아서 계곡이 모두 얼진 않지만 설날 즈음에 가면 부분부분 얼어있지만 시원하게 흐르고 있는 계곡을 볼 수 있다.
2021년 추석의 무풍한송로
2022년 신정의 무풍한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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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코스는 간단하다. 통도사 매표소 맞은편에 보면 광활한 무료 주차장이 있다. 자차로 가신다면 그 곳에 차를 세우시라. 무풍한송로는 매표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네이버 로드뷰). 코스는 매표소 → 통도사 기준 약 1.6km / 30분 정도 소요된다. 통도사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둘러보는 시간과 돌아오는 길 까지 감안한다면 1시간 30분 정도를 잡으시는게 좋겠다. 이 시간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통도사 일주문 앞에도 주차장이 있으니 이용하면 되겠다. 다만, 경험상 명절에 일주문 앞 주차장은 주말 강남(혹은 서면)급이니 가능하면 매표소에 세우고 걷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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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몇차례 배우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 까먹으셨을거니 간단히 설명드리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삼국 신라시대 646년(선덕여왕 15) 에 자장율사가 창건했으며,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 후 가져온 불사리(부처님의 사리)와 가사(스님이 어깨에 걸치는 법의), 대장경을 봉안하고 창건했다고 한다. 참고로, 불사리는 아직 봉안되어 있으며, 때때로 봉안당 안쪽으로 진입 후 기도도 드릴 수 있다. 여러가지 문화재도 있고 국내 절 중에는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니(이 세손가락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자세한건 한국민죽문화대백과사전 을 참고하자. 무풍한송로의 끝자락에 갈 수록 커다란 바위에 옛 선조들의 이름으로 보이는 각인이 새겨져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요즘으로 치면 김철수 왔다감 같은 것이지 않을까?  
한자를 잘 모르지만 .. 어디에 누구누구 이런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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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한송로를 걷다보면 일반적인 산책과는 다른 느낌을 받곤 한다. 명절의 느낌 혹은 오래되고 유명한 사찰의 일부에서 오는 기분일 수도 있으리라. ‘산책로를 걸으면서 나무와 계곡, 석등을 구경하고 찬찬히 걷자니 눈과 귀는 주변을 보고있지만, 정작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지 않았나’ 라고 느꼈다. 왕복 3km가 넘는 길이지만 경사도 없고 길이 험하지도 않다. 자연스레 걸을 수 있고 주변의 자극도 없다. 무풍한송로 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람소리와 나무 소리, 물 소리가 적당히 백색 소음으로 다가오고 사람이 많더라도 누구 하나 큰 소리로 떠들지 않는다. 요즘 말로는 ‘시간과 정신의 방’ 에 한시간 반 동안 잠깐 들어갔다 온 기분이다. 으레, 나를 포함 사람들이 산책을 즐겨하는 이유는 건강도 있지만, 머릿속 복잡함을 정리하기 위함이 크다고 생각한다. 깊은 고민으로 답답하다면 잠깐 무풍한송로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영축촉림 통도사 무풍한송로가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걷기 전 보다 한결 가벼워진 자신을 기대해도 좋다. 직접 찍은 몇가지 사진을 마지막으로 무풍한송로에 대한 간단한 소회는 마무리하려 한다.
통도사 경내
무풍한송로의 소나무와 계곡
통도사 경내
통도사 경내
돌에 글자를 새길 수 없으니 내 폰에 사진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