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지금 근무하는 조선소가 있는 거제도는, 조선 산업의 도시로도 유명하지만 의외로 관광지도 많아서 매년 따뜻한 계절이 되면 관광으로 거제도를 찾는 사람도 많다. 서울과 같이 평소에 바다를 볼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탁 트인 바다의 느낌을 주는 곳이며, 바다에 익숙한 부산 사람들도 섬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장면은 또 다른 보는 재미가 있어서 생각보다 많이 오는 것 같다.(물론 거가대교로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있다.) 나는 내가 살고 있고 일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관광을 잘 다니지는 않는데, 이렇게 한번씩 차를 타고 둘러보면 참 좋은 곳이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게 ‘거제도’이다.
바람의 언덕 앞 벤치에서. photo by ‘블루’
[2]
거제도 명소라고 검색을 해보면, 제일 먼저 뜨는 곳이 몽돌해수욕장이다. 부산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동글동글한 몽돌들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으로, 거제에는 여러 포인트가 있지만 제일 유명한 곳은 ‘학동몽돌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인만큼 나름 규모가 있어서 그런지 여름이 되면 해운대처럼 파라솔도 쳐지고 고무보트, 튜브 등도 빌려줘서 북적북적하며, 실제로 여름이 아니더라도 물놀이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북적이는 것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한적한 시기에 몽돌해수욕장을 찾는다. 파도와 몽돌들이 만나서 생기는 독특한 돌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멍~하니 있으면 뭔가 마음이 가라앉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한번씩 가볍게 드라이브로 가기도 한다.
부산은 모두 모래 해수욕장인데 여긴 몽돌이라 처음엔 신기했다.
간이 선착장도 있는데 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몽돌탑이 보인다.
[3]
실제로 거제 투어를 하면, 대부분의 명소는 섬의 동해안을 따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가대로를 타고 거제도로 넘어와서 동해안을 따라 몽돌해수욕장을 지나서 더 내려오면, 아마 거제도 관광지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바람의 언덕’이 있다. 아무래도 섬이다보니 가는 길이 왕복 2차선에 꼬불꼬불해서 차가 많이 막히기도 하는데, 최성수기인 휴가시즌과 봄철만 피하면 웬만하면 괜찮다.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리는만큼, 그렇게 높지 않은 언덕인 것 같은데 올라가보면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이름값 하는 느낌?) 그래도 올라가보면 여기가 진짜 섬이구나 싶은 뷰포인트가 이어지고, 어느새 상징이 되어 버린 풍차를 함께 보고 있으면 약간 외국스러운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바람의 언덕 상부
바람의 언덕 하부
[4]
거제도로 놀러올 땐 1박 2일이나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제일 유명한 ‘바람의 언덕’을 찍고 나면 보통은 다시 귀가길에 오른다. 실제로 제일 유명한 ‘몽돌해수욕장’과 ‘바람의 언덕’이면 잘 보고 갔다고 할 수 있는데, 조금 더 내려오면 ‘다대갯벌체험마을’이나 ‘여차몽돌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갯벌 체험을 하러 오는 가족단위의 손님들도 많지만, 거제도의 남해안을 따라서 해안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한번쯤 둘러봐도 좋은 곳이다. 하지만 섬을 따라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귀가에 필요한 시간도 길어지니 주의는 필요하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해안산책로.
뭔가 한적~하다.
[5]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섬은 제주도이다. 하지만 제주도를 가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 되지만, 거제도는 거가대교가 있어서 차로도 쉽게 올 수 있고 섬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도 어느 정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으면서 크고 시커먼 배들과 철판들만 자주 보다보니 잊고 있지만, 한번씩 나들이로 와서 기분전환을 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기분전환 겸 드라이브가 생각난다면,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꼬불길이라 나름 운전하는 재미도 있다.)
오늘도 한적한 몽돌해수욕장. photo by ‘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