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 메니에르 증후군

[1] 2년 반 전에 처음 발병했다. 대부분 병이 그렇듯 나에게 예고없이 찾아왔다. 첫 증상은 기압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귀 먹먹함이 오른쪽 귀에서만 생겼는데, 이게 당최 풀리지 않았다. 왜그렇지 하고 그날은 그냥 지나갔던 것 같다.
[2] 다음날, 오랜만에 술자리에서 만난 형으로부터 귀에 문제가 생기는건 가능한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저녁이라 병원에 갈 수 없었고, 다음날 오전에 회사 출근 전 근처 이비인후과에 갔다.
[3] 메니에르 증후군 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우선 '증후군' 이라는 단어에 당황했다. 원인이 불명확하고, 치료법도 불명확하다는 것으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스테로이제, 이뇨제를 처방받았다. 스테로이드제를 의식하고 처방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선생님께서 나머지 설명을 해주셨는데 가볍게 말씀하셔서 새겨듣지는 않았다.
[4] 투약 후 하루 정도만에 귀 먹먹함이 사라졌다. 약은 일주일치를 처방받았지만 3일 정도 투약하고 더이상 증상이 없어 약을 먹진 않았다. 이게 지옥문 급행열차일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
[5]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과음 후 다음날에도 술이 깨지 않고 세상이 핑핑 돌면서 속이 메슥거리는 증상이 하루종일 이어졌고,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왠만한건 참고 다 하는 성격인데 하루종일 토했다. 먹은것도 없는데 단순히 어지럽다는 이유 만으로 .. 약은 이미 버리고 없었다. 급한대로 멀미약을 먹었지만, 크게 듣지 않았다. 참는 수 밖엔 없었다.
진짜 뒤질 것 같은 메슥거림이다.. 생각도 하기 싫다 / 출처 : https://steemit.com/kr/@uchaanp/tip
[6] 다음날 병원에 누구보다 빨리 갔다. 선생님께선 증상과 재발 주기를 여쭤보셨다. 메니에르 증후군이라고 이번엔 확실히 말씀주셨다. 청력 검사를 진행해야 하고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하셨다. 급하게 반차를 내고 청력검사를 진행했다.
[7] 오른쪽 귀의 고주파대역 청력이 좌측에 비해 떨어져 있었다. 소리에서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 전에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소리의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나는지 알 수 없었고 일상 생활에도 불편함이 따랐다. 하지만 그걸 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어지럼증이 심했다. 선생님께서 메니에르 증후군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주셨다. 내림프 수종에 의한 질병(쉽게 말해서, 귀의 감각 기관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물이 차는 질병) 으로 이명, 돌발성 난청, 회전감각 상실 로 증상 발현, 지속될 경우 영구적인 청력 손실 혹은 청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셨다. 이 때 알았다. ㅈ댓단걸... 지난번 술자리에서 만난 친한 형이 대학교 때 한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나에게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했단걸 그제서야 이해했다.
좌측은 정상적인 내이기관, 우측은 메니에르 증후군의 내이기관 / 우측 그림에서 내림프기관이 부어있어 반고기관과 달팽이관, 청신경을 압박,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청력, 회전 감각이 맛이 가버리는 것이다. / 출처 : https://www.pacificheadandneck.com/ears-hearing-balance/menieres-disease/
[8] 약물 치료법 외에도 내림프낭에 스테로이드 직접 주입 혹은 수술을 통한 절제를 통해 내림프낭 감압술을 진행할 수 있으나.. 아주아주 최후의 방법이라고 말씀주셨고, 어디까지나 '증후군' 이기 때문에 치료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하셨다. 약물 치료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스테로이드 복용을 통해서 신진 대사를 끌어올려 압을 낮추고, 마찬가지로 이뇨제를 써서 체내 나트륨 수치를 의도적으로 낮추어 압을 낮추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커피 줄이라고 하셨다.(가능한게 아닌데 이건)
[9] 메니에르 증후군에 대해서 찾아봤다. 10만명중 4명이 앓는 희귀성 질환이라길래 '아씨발 왜 나한테' 라고 생각했다. 연예인들도 언급되고 있었다. 한지민, 문근영, 유지태, 배일호, 박원숙. 예전에 한지민이 활동 중단하고 몇년 쉬었던 적이 있었는데 메니에르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 이 정도면 무조건 활동 중단 해야한다라고 공감했다. 제시 제이도 메니에르 증후군으로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토하면서 앓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뉴스 기사처럼 진짜...아주 지독한 병이다. 고통 끝판왕.. / 출처 :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뉴스 검색 결과
[10] 진단 시점엔 안팎으로 매우 바쁘던 시기였다.( 3년차 였고, 한달에 최소 한번 은 대만, 일본으로 미친듯이 일하러 다니던 시기였다). 국내에 있을때는 병원에 가면 되지만, 문제는 1년에 30% 정도는 해외 체류였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발병이 무서웠다. 병원 상담 후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아 상비약으로 항상 들고다녔다. 한달에 두세번 정도는 돌발성 난청 + 어지러움이 왔었고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럽다 말고는 다른 말로 표현이 안된다. 그렇다고 휴직을 할 수도 없고.. 그냥 아파도 참고 일했던거 같다. 지금같았으면 그냥 휴직 갈겼겠지만 왜 그 때는 미련하게 살았는지 지금도 후회된다. 평생 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무서움도 싫었다. 선생님께서 말씀주시길, 발병 주기가 짧아질수록 청력 영구 손실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하셨다. 마치 카펫트 위에 의자를 오래 올려두면 의자 다리 모양으로 접혀서 복구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그래서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관리 열심히 하라고 신신당부 하셨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그 당시에 가장 열심히 운동했었고 20킬로 정돈 뺐었지. 물론 지금은 다시 쪘다.. )
[11] 정말 다행이도.. 마지막 증상 발현 후 1년 정도 지났다. 난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완치되었다고 판단할 수 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나트륨 많고 커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은 인생이 지속되고 있어서 다시 저 지옥문이 열릴까 무서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