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는 삼시세끼 다양한 미역국을 제공하는 산후조리원이 없습니다. 출산을 하고 24시간 동안 산모와 아이의 건강상태를 체크한 뒤 병원에서 퇴원해도 좋다는 사인이 떨어지면, 그대로 집으로 . 그래서 아내는 본인이 살아 남기위해 병원에 가기 전 미역국을 잔뜩 끓여 냉동실에 얼려놓았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출산후 병원에서 먹은 3번의 끼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것은 병원에서 영양사들이 산모를 위해 영양소를 계산해서 제공한 매우 균형잡힌 한 끼 식사입니다.
출산 직후 저녁
22시간만에 유도분만으로 어렵게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제공되는 균형잡힌 첫 끼입니다. 옥수수와 으깬 감자로 탄수화물을, 살짝 구운 브로콜리로 식이섬유를, 그리고 구운 닭다리살로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저녁이 나왔습니다. 음식들은 따듯하게 데워서 나왔으며, 옥수수와 으깬 감자는 냉동제품을 해동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식감과 맛이었습니다. 닭다리살에는 살짝 간이 되어있었고, 그릴 마크를 남기며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음식을 즐길수 있습니다. 음식의 양은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 할거 적당히 먹고 모든 영양소를 소화시켜 화장실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위해 노력한 병원 측의 배려가 느껴집니다. 캐나다 넘버원인 Tetley의 Orange Pekoe 블랙티가 제공되며, 아마도 산모의 몸을 더욱 따듯하게 해주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디저트로 제공된 바닐라 푸딩은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다이어트 제품으로, 탄수화물로 보충된 당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을 막아주는 섬세함도 엿볼수있었습니다.
낯선 병원밥에서 내가 학생 때 자주먹던 냉동식품의 향기가 느껴졌다.
식빵 한 조각… 식빵이 한. 조.각.
출산 다음날 아침
갖 태어난 아기와 산모를 2시간 마다 한번씩 체크하기때문에, 거의 날을 새다시피한채로 아침을 맞았는데요. 역시나 치밀하게 계산된 아침 식사가 나왔습니다. 잠을 못 자 피곤한 산모를 위해서 175ml의 커피가 제공되었습니다. 메인 메뉴로는 오트밀과 토스트 한 조각에 땅콩버터가 나왔는데요. 찬우유에 시리얼이 나오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따듯한 오트밀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118ml의 오트밀이 소화에 용이하지만 이미 탄수화물 초과이기때문에, 식빵은 흰식빵대신 통밀식빵 그것도 한 조각이 제공되었습니다. 지방 섭취량을 조절하기위해 탈지우유가 나왔네요.
이 나라에서 야채를 찾아먹지 않으면 정말 먹기 힘들다.
출산 다음날 점심
아쉽지만 이제 한 끼만 남았습니다. 따듯한 음식으로는 치킨 수프가 나왔습니다. 북미 사람들은 몸을 회복할 때 치킨수프를 참 좋아합니다. 치킨은 한 덩어리가 들어있었고, 크래커를 토핑으로 넣어먹으라고 줬지만 이 크래커는 어떻게 포장을 할래야 할 수 없을정도로 맛이 없었습니다. 참치 샌드위치는 참치에 마요네즈만 들어있는 심플푸드의 극치를 보여줬는데요. 이번 식단에서 야채는 치킨수프에 들어있는 당근이 전부였지만, 모자란 식이섬유를 디저트로 제공된 과일에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총평
다시는 병원의 균형잡힌 식사를 맛 보고 싶지 않은데요. 병원의 의료진들조차 영양은 충분하지만, 맛은 없으니 밖에서 사 먹어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했죠. 그리고 환자가 소화하기 쉬울만큼의 양이 제공되기때문에, 집에서 가져온 간식으로 배를 더 채우게 되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병원밥을 구원하기위해 한국에서 김밥천국 아주머니들을 모셔올 수 있다면, 아마도 다양성과 퀄리티가 훨씬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