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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외여행지에 대해 열심히 글을 써왔는데, 이번에는 국내의 여행지에 대해 한번 써보려고 한다. 일본의 겨울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분명 국내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겨울의 아름다움도 있지 않겠는가. 오늘 글의 주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한 번쯤은 가 보았을 법한 ‘한라산의 등반기’이다. 차이가 있다면, 눈으로 겁나 덮혀 있는 한라산이다.
맛보기 사진! 오늘 소개할 한라산의 겨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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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해발고도 1,947m로 대한민국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그만큼 등반로도 다양하다. 이 중 내가 선택한 등반로는 성판악 등반로인데, 나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이며 느즈막히 일어나서 등반을 시작해도 당일치기가 가능해서 선택했다. (기본 편도 4시간 소요 ) 참고로 2/3 지점에 있는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12:00(겨울 기준)까지 통과를 해야지만 백록담으로 올라갈 수 있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 가는 구간은 아래 안내지도에서 보듯 ‘어려움’ 코스로, 날씨가 너무 안 좋거나 눈이 내릴 때는 입산통제가 되어 못 올라 가는 경우도 생기는데, 다행히 전날 눈이 많이 내리고 당일은 날씨가 좋았다.(오전까지는!)
성판악 등반 안내도. 2개의 대피소가 있다.
친절하게 초입에 입간판이 있는데, 시작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11:50분에 진달래밭 대피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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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라산은, 기본적으로 아이젠이 필수다. 나는 정말 아무생각없이 그까이꺼라고 하며 여름 운동화로 등반을 했는데... 절대 하지마라. 무조건 아이젠이다. 올라갈 때는 사람들이 밟아서 다져진 눈길을 ‘뭐 이정도야’ 하면서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는 한발 디딜 때마다 1미터씩은 미끄러진 것 같다. 해도 지고 있었는데, 같이 내려오는 사람들이 붙잡아주고 하지 않았으면 못 내려왔다. 무조건 아이젠 착용 바람! 젊은 날의 혈기는... 좋지 않다.
내 발만 불쌍할 뿐. 다들 등산복에 풀무장이었는데 난 청바지에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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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가 길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해보자. 등반 초입은 등반 안내도에서 보듯이 완만하고 평화롭다. 길이 다 눈으로 덮혀 있다보니, 저렇게 가이드 레일을 쳐서 길을 표시해 두었다. 분명 여기가 돌길이었을텐데, 겨울 한라산은 모든 길이 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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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고도가 높을 수록 눈이 많이 쌓이는지, 등반로 옆의 나무들의 눈쌓인 상태를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등반 고도에 따라 순서대로 사진을 나열하였으니 재미로 한번 보면 좋겠다.
등반로 초입(약 30분 등반)
등반로 중반(약 1시간 반 등반)
등반로 중후반. 진달래밭 대피소 주변(약 2시간 등반)
등반로 후반(약 3시간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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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완만한 길을 따라 2시간~2시간 반정도 걸어 올라가면 12:00 이전 통과해야만 하는 진달래밭 대피소가 나오는데, 점심시간이었지만 군것질을 하면 입산통제 시간에 걸려서, 매점은 그냥 통과했다. 보통 7~8시쯤 등반을 시작한 사람들은 여기서 점심을 먹고 백록담을 올라간다.
진달래밭 대피소가 보인다. (11시 45분 사진! 시간이 아슬아슬)
여긴 길이 아니다. 누군가 사진찍으러 들어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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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등반 코스도 후반으로 진입하여,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백록담에 이르는 ‘어려움’ 코스이다. 실제로 경사가 많이 가팔라지고 눈길이다 보니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길은 눈이 단단하게 밟혀서 안정적이었고, 등반객들이 많아서 그렇게 위험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단, 사진을 찍기 위해 등반 코스를 벗어날 경우 1미터씩 푹 빠지거나, 살얼음을 밟으면 깨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도중 길을 벗어나지 말라고 주의 표지판들이 하나씩 있었는데, 하지 말라는건 하지 말자. (내가 당해보고 쓰고 있다.) 이 코스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풍경은 예쁘지만 올라가기 빡센 코스다. 사진으로 감상해보자.
정상까지 등반객들의 긴 행렬이 이어진다.
가이드레일 이었던(?) 것이 바닥에 보인다. 이정도로 눈이 쌓이면 사람들이 밟은 곳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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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덮힌 한라산’ 등반 코스의 하이라이트! 백록담에 도착했다. 춥고 힘들었지만, 그 모든 것을 잊을만큼 정상에서의 풍경은 감미로웠다. 평소엔 구름이 짙게 깔리고 녹음이 우거졌을 눈아래 풍경이, 파란 하늘과 하얀 바탕으로만 구분이 되었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겨울산을 찾는게 아닌가 한다.
행렬은 그치지 않는다.
백록담(정상) 간판을 만났을 때의 감동이란...
백록담 테두리. 모두 눈으로 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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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올라가면 내려와야 한다. ( 하... ) 빨리 올라오긴 했지만 그래도 3시간을 넘게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려니 나처럼 등산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텐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으므로, 또 열심히 내려왔다. 등반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하산이 아닐까?(정신적인 의미에서?)
내려올 때 먹은 진달래밭휴게소에서 파는 육개장 컵라면. 진짜 개꿀맛이다.
분명 아침엔 맑았는데... 내려오는 길엔 눈이 함께 했다.
등반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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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겨울 여행기들에 이어, 오늘은 ‘눈내린 한라산’의 등반기를 작성해 보았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국내에도 좋은 관광지, 여행지가 많다고 생각한다.(내가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긴 하지만 국내 여행은 배로 많이 다녔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나가지 못 하는 건 분명 아쉽겠지만, 국내의 숨은 명소들을 찾아다니는 여행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이 시기에, 한번쯤 ‘눈내린 한라산’ 등반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 단, 등산복,아이젠은 꼭 챙겨가자.(젊은 날의 혈기 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