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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금봉텐동(인천)

[1]
인천의 친구집에 놀러가서 점심을 어떤 맛있는 걸 먹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숨은 맛집을 알려주겠다며 따라와 보라고 했다. 친구가 이렇게까지 맛집이라고 칭찬하는 일이 잘 없었기에, 기대를 품고 친구를 따라 십분정도 걸어가다보니 도착했다고 하는데... 응? 주변에 밥집이라고 보이는 곳이 없는데 도착했다니?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친구는 웃으며, 여기! 여기! 라고 했다. 오피스텔 건물과 공인중개사 사무소 등이 나란히 있는 곳 가운데 빨간색 간판. 심지어 한문에 영어.(구석에 한글 있긴 함) 입구에 세워진 식사 메뉴들의 플랜카드들을 보고 여기가 밥집이란 것을 이해했다. 기대와 걱정을 안고 나는 가게로 들어갔다.
뭔가 눈에 띄긴 하는데 밥집인지 인식하지 못함.(사장님 죄송합니다.)
[2]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좁은 입구에 비해 나름 넓은 가게 내부가 보인다. 그리고 누가봐도 이 가게 이름의 유래가 된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금방망이가 있다. 아마 어린시절 동화책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하는 도깨비 방망이에서 가게 이름이 유래된 것 같으며, 곳곳에 사이즈별(?)로 금방망이가 놓여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촌스러~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계속 보다보니 나름 귀여운 매력이 느껴졌다.
오른쪽에 금방망이가 보이는가(^_^?)
[3]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식 텐동을 메인으로 하고 있으며 소바, 우동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일본 음식과 일본식 양념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먹는 만큼, 그쪽으론 나름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다. 그런데 처음 메뉴를 보자마자 제일 놀랐던 것은 가격 책정이다. 부산이나 서울에서 텐동을 먹으면 기본 9,000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기본텐동이 6,500원이었다. 그래서 가격이 싼만큼 내용이 부실하려나 걱정을 하고 있는 와중 사진이 포함된 테이블용 메뉴판이 도착했는데, 사진을 보자마자... 만약 사진과 실물이 같다면 이건 말도 안되는 가격 책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과대광고에 익숙한 우린 표지에 속지않는다.(알만큼 알잖아 이제? 그렇지?) 잠깐의 고민 후, 난 8,000원짜리 금봉텐동을 주문했다. 기본텐동과 구성은 거의 같은데 튀김이 한두개 추가된 메뉴이다. 텐동만으로도 식사는 충분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소바라 소바도 같이 주문했다.
기본 메뉴. 밑에는 귀여운 마네키네코들과 키티 인형 등이 장식되어 있다.
메뉴판을 직접 쓰신 듯. 먹는 방법도 친절히 소개되어 있다.
뭔가 특이한 소바인것 같아서 함께 주문 결정.
[4]
개장 시간 직후에 도착해서 그런지 손님이 많지 않아서 빠르게 음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다른 의미에서 놀라웠던 것은 실물과 사진이 거의 99% 일치한다.(이럴수가) 따라서 비주얼도 훌륭한데 양도 많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가격도 훌륭한데, 비주얼도 좋다. 가게에 들어오기 전 간판에서 느낀 충격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만약 여기서 맛까지 좋으면, 이건 뭐... 엄지척 아닐까.
가장 기본인 키츠네 소바.
정말 메뉴판 사진과 똑같이 생긴 텐동이 나왔다.
[5]
주문한 메뉴는 모두 나왔고, 메뉴판의 먹는 방법에 따라 먹어보았다. 혹시나 텐동을 잘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텐동은 일본어로 텐푸라(튀김) + 동(덮밥)의 합성어로 튀김 덮밥이라고 보면 되겠다. 튀김을 앞접시로 다 옮기고 나면 밑에 간장 계란 밥이 나오는데, 적절히 익힌 계란과 절묘한 간장의 양 조절이 훌륭했다. 이미 간장계란밥인 것만으로도 밥한끼는 뚝딱인데, 여기에 바삭한 듯 촉촉한 듯 훌륭하게 조합된 튀김과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한 튀김 간장 소스의 조합이 또 한 번 입맛을 사로 잡았다. 함께 시킨 소바는 텐동의 양념에 비해 간이 약하다보니 살짝 맛이 밀리는 느낌도 있었으나, 건면이라 그런지 기존과 다른 특이한 식감을 늘낄 수 있었고 짭쪼름하면서도 깔끔한 국물맛이 또다른 매력을 주어 함께 즐기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오늘의 점심 한끼는 이거다!
보기만 해도 침이 나온다.
간장계란밥 한숟갈에 튀김을 얹어주면 완성!
[6]
역시 친구가 추천할만 했다. 이건 뭐 더이상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도 방문 리뷰를 꽤 찾을 수 있는데, 오히려 상대적으로 너무 안 알려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듣기로는 인천 시청 앞 쪽이라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이 많다보니 평일에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로써, 너무 알려지면 줄을 오래 서야 되니 암묵적으로 더 홍보하지 않는다는 소리도..(^_^)
처음 소개할 때 보여준 것처럼, 가게 입구와 간판 만큼은 요즘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사장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일본식으로 꾸며진 내부와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곳곳에서 보이는 도깨비 방망이로 인해 가게이름이 머릿속에 각인이 된다. 또한 그 이상으로 훌륭한 텐동의 비주얼과 맛, 그리고 말도 안되는 가격. 여긴 한번이라도 와본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의 시내 중 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구월동의 메인 거리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는 곳이긴 하지만, 다른 친구와 놀러갈 일이 생긴다면 꼭 함께 가고 싶다.
인테리어는 대부분 일본 인형들로 꾸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