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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9)

제 동생은 두 남자아이들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짧게나마 이 두 아이들을 데리고 육아의 간접경험을 하고나니, 새삼 동생네가 존경스럽고 또 숙연해 지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동시에 모리스 샌닥의 동명의 동화인 'Where the Wild Things Are'을 원작으로, 존 말코비치 되기(1999)와 그녀(2013)로 유명한 스파이크 존즈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생각이 났습니다.
Maurice Sendak
이 이야기는 7살짜리 맥스의 이야기입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맥스는 친구들과 노느라 바쁜 누나, 그리고 일하느라 남자친구와 시간보내느라 바쁜 엄마, 그 누구도 놀아주지않아서 항상 외로운 아이입니다. 그리고 그런 외로움을 털복숭이 늑대 옷을 입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등 말썽으로 풀죠. 동시에 맥스는 가끔 엄마가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그자리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줄 수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맥스가 화를 주체하지 못 하고, 엄마에게 먹어버릴꺼야라고 얘기해버리고는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러곤 쫓아오는 엄마를 피해 배를 타고 멀리 항해를 나가 괴물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게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Warner Brothers Pictures
실제 동화는 굉장히 간결하고 단순한 내용으로 되어있어서, 영화를 먼저 본 뒤 동화를 접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미 영화를 볼때 '이게 애들 동화원작이라고?'하며 봤는데, 역시나 동화가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다면 영화는 어른을 위한 해설책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동화에서의 맥스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그저 화가나면 말썽을 부리는 어느 7살의 아이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맥스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아이로 설정이 들어가 있죠. 가족으로부터의 관심을 원하지만, 가족들은 맥스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에서 맥스가 화를 내며 날뛰는 모습이 가여워 보이는 것이죠. 여기서 원작 동화와 영화 사이의 큰 차이가 생깁니다.
Maurice Sendak
원작 동화를 다 읽는데는 5분이 채 안 걸릴 정도로 짧습니다. 말썽을 피우는 동화 캐릭터를 부모와 아이가 같이 보면서 아이가 말썽이라는 행동에 대한 객관화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여지를 모두 설정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유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는 동화의 괴물들에게는 없었던 성격이 부여되면서 갈등이 생기고, 그리고 갈등을 겪음으로부터 어떻게 맥스가 성장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원작 동화에서는 '날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곳 그리고 맛있는 것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란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지만, 영화에서는 앞서 얘기한 갈등으로부터 가족들이 그리워지는 감정을 가지고 섬을 탈출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들도 우리도 가족이 보고싶어서 집에 가는데에 특별한 이유가 필요없을 텐데 말이죠.
Warner Brothers Pictures
원작 동화가 아이들을 위한다면, 'Happiness isn't always the best way to be happy'라는 영화 속에서 지나가듯한 대사의 의미를 어른이 돼야 알 수 있는 것처럼, 영화는 어른들에게 '아이가 이런 생각과 상황을 겪고 있을 수 있으니 조금 더 관심을 주세요'라고 어른이 됐기에 간과하는 것을 일깨워주는 느낌입니다. 이번에 7살과 4살 남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쟤네는 왜 이렇게 어른들을 힘들게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이유'를 찾으려 할 때 이 작품이 떠오르며 더욱 사랑을 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더군요. 그것이 힘들것이란걸 알면서도 계속 다짐해야겠죠. 그것이 우리 부모님이 우리에게 해준 것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