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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멜랑콜리아 (2011)

우울증을 대표하는 영화를 꼽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2011)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영화를 단순히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위기를 그린 SF재난 영화라고 소개를 하기엔, 딥 임팩트(1998)나 아마겟돈(1998)과는 재난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나도 다르기도하죠. 문제적 감독이 그린 어둡지만 아름다운 영화, 멜랑콜리아(2011)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Magnolia Pictures.
1부는 저스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스틴은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녀의 우울증에 대한 원인을 짐작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영화는 그녀의 가족 문제, 직장 문제 그 어떤 것들도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영화 1부가 관객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기 때문이죠. 가장 “행복”해야할 결혼식을 1부의 배경으로 설정한 점이 역설적으로 저스틴의 우울증을 더욱 잘 보여줍니다.
Magnolia Pictures.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하지 못 하기때문에, 그런 공격성이 자신을 향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인간의 기본 욕구인 공격 욕구가 자기 파괴 욕구로 전환되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기 파괴 욕구는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자기 파괴에 목적은 무엇일까요? 자신 안에 밀려오는 우울감을 잠시나마 떨쳐낼 수 있다는 데에 있겠죠. 저스틴을 통해 영화에서 보여주는 증상들은, 섭식장애, 알코올 남용, 성 중독 등이 나옵니다. 이 밖에도 자해와 약물중독 등이 있고, 자기 파괴 행동의 마지막은 자살시도로 이어집니다.
영화의 2부는 클레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부가 우울증을 겪는 사람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보통 사람이 다가오는 우울증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제목이자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의 이름이 멜랑콜리아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구, 즉 사람에게 점점 더 다가오는 소행성 멜랑콜리아, 즉 우울증인 것이죠. 클레어는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구 종말이 다가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 하고, 극도로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데요. 영화에서 소행성이 궤도를 빗겨나갈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말도 이미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Magnolia Pictures.
2부에서의 저스틴은 점점 무너져가는 클레어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초연한 모습니다. 저스틴에게는 죽음의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아서일 수도있고, 혹은 우울증도 그녀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서일 수도 있습니다. 밤에 홀로 나체로 누워 온전히 푸른빛으로 내리쬐는 우울감으로 마치 샤워라도 하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이는 우울증은 달빛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니 우리는 이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감독의 연출로 보입니다.
Magnolia Pictures.
커스틴 던스트가 64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녀의 연기를 인정받았지만, 클레어를 연기한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연기도 동시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커스틴 던스트가 보여준 우울증의 차가운 부분을 연기한 것과 상반되게,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우울증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불안감의 뜨거운 온도를 연기했는데요. 보통의 관객들에게 더 설득력있게 전달해 낸 배우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Magnolia Pictures.
인간은 누구나 나약하고 불안정하고 취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까지만해도 평범하게 웃고 있던 사람도 내일 갑자기 우울증에 걸릴수도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있다면 해결하면 되지만, 경험상 놀랍게도 우울증은 이유도 없이 왔다가 본인도 모르게 사라집니다. 그렇기때문에 감독이 보여주는 거대한 멜랑콜리아라는 소행성이 지구에 언제 부딪힐지 모르는 세계가 더 공감되는 것 같습니다. 우울해도 괜찮으니 그 감정을 쳐내려하지말고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극복해낼 수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하루에 한 번 작게나마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이죠. 이상 멜랑콜리아(2011)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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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