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영화가 나왔습니다. 빅쇼트의 감독인 애덤 맥케이가 다시 한 번 제대로 약 빨고 만든 돈 룩 업이 2012년이 끝나가는 12월에 공개가 되었죠.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빅쇼트가 어떤 영화였느냐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초호화 주/조연과 까메오를 풀로 활용하면서 리먼 쇼크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제대로 깐 블랙코미디였습니다.
‘뭐야 경제 이야기야? 벌써 하품 나는데?’ 라고 생각하신 아직 영화를 못 본 당신! 순서는 상관 없으니 돈 룩 업과 함께 꼭 시청하시기를 바랍니다. 절대 어렵지 않고 유쾌하며 물 흘러가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는게 신기할 정도로 명작입니다. 물론 사건 자체의 규모를 생각하면 임팩트 있는 씬도 많죠. 하지만 돈 룩 업은 스케일이 더 커졌습니다. 그도 그럴게 지구 멸망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썸네일만 보셔도 무시무시한 캐스팅이란걸 새삼스레 말 할 필요도 없을 듯 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등 말하자면 입 아픈 명배우들이죠. 그리고 조연/까메오로 요즘 제일 핫 한 티모시 샬라메와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트 블란쳇도 출연하죠. 물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위 배우들의 여태까지의 선구안과 흥행지수를 생각하면 대본이 재미없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레버넌트 처럼 너무 작품성에 치중한 작품이 아닐까? 라는 걱정이 되지만 감독이 애덤 맥케이라면 No Problem이겠죠.
일단 스포를 포함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공식 줄거리를 잠시 보겠습니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구를 파괴할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다가온다는 불편한 소식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 투어에 나선 두 사람, 혜성 충돌에 무관심한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의 집무실을 시작으로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이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 출연까지 이어가지만 성과가 없다. 혜성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24시간 내내 뉴스와 정보는 쏟아지고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푹 빠져있는 시대이지만 정작 이 중요한 뉴스는 대중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세상 사람들이 하늘을 좀 올려다볼 수 있을까?!
최신 밈을 인용해 본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겠죠.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X 같이 멸망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침착맨 유튜브
대충 알 것 같죠? 지구가 멸망할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수 많은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충돌이 일어나고, 그 결과 공멸을 향해 가는 바보같은 짓 만 골라서 하는 정치인, 미디어, 과학자, 기업인 들을 모두 적나라하게 까버립니다. 네 남김없이 다 깝니다. 예외는 없어요.
==여기서부터는 큰 스포일러입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절취선까지 넘겨주세요.==
아시다시피 디카프리오는 영화배우 이면서 사회운동가 이기도 하죠. 아프리카의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기부와 캠패인등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결과, 최근 디카프리오의 이름을 딴 나무의 이름이 생겼을 정도로 진심이며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언제나 기후 변동을 좌시하며 머지않은 미래에 닥쳐올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고를 하죠. 그리고 엔딩을 해설하는 디카프리오는 이런 예기를 합니다.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응? 지구 멸망을 다루는 영화 아니었어? 라고 생각한 당신. 다른 영화를 본 건 아니니 안심하시기를. 멸망을 향해 다가간다는 것이 교집합이라는 의미로 비유한 것이고, 실질적으로 감독이 전하고 싶어한 메시지에도 함축되어 있다는 거니까요.
영화에서 천문학이라는 순수 과학을 하는 학자들이 혜성 충돌로 인한 지구 멸망의 시나리오와 그 긴박함에 대해 아무리 전달을 해도, 정치인들과 미디어들은 지지율과 시청률 이라는 자기들의 눈 앞의 지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만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점을 흐려서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라는 태도를 취합니다. 에이 영화니까 그러지~라고 가볍게 넘기기엔 여태껏 있었던 무수한 스캔들을 생각하면 영화 밖에서도 일어날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가볍게 풀어가지만 보는 우리는 소름이 끼치죠.
환경 문제도 산업 혁명 이후 꾸준히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위험성에 대해 발신 해 왔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하루하루를 살기 바쁜 우리는 물론, 자신들의 이익의 총량만 생각하는 각종 이익단체와 협회 등 에게 그다지 와 닿지는 않죠. 애초에 진실이 왜곡되는 것도 그렇지만 진실이 눈 앞에 있다고 해도 우리가 정말 믿을 수 있을까요? 믿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요? 그 때 참고할 확실한 레퍼런스는 있을까요? 작중 배쉬의 경영자 겸 과학자인 피셔(마크 라이런스 분)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가 겸 테크놀로지를 맹신하는 과학자라는 이중적인 인물상을 대표하고 있지만, 학문에만 열중하는 과학자인 민디와 케이트가 이상적인 인물상으로 그려지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대중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없었고 거기에 절망하고 타협하며 잘못된 길에 들어서는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죠.
즉 감독이 모두를 까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옳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과 이타적인 노력 외에도 우수한 커뮤니케이터 혹은 번역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라고 느꼈습니다. 모든 이가 모든 부분의 전문가가 될 수 없고 항상 옳은 판단을 할 수 없는 한, 분야를 넘나드는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이루어 져야 하며 그 촉매제가 되는 지식의 가교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에 대한 대우와 인식개선도 필요하겠죠.
밑의 캡쳐는 영화속 방송국이 실시간으로 소셜 미디어의 반응을 살피며 주목도를 파악 할 때 예시로 나온 자료입니다. 소비를 위한 소비가 반복되고 심플하게 정보를 원하며 자극적이지 않으면 금방 식어버리는 현대인들의 패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은 지구 최고의 과학자이자 기업가인 피터는 민디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했고, 정치적인 힘을 이용해 살아남은 미합중국의 대통령도 자기 자신이 외계 생물체에 씹어 먹히는 결말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하기만 한 진실은 결코 없으며 테크놀로지를 맹신하는 사회에서 데이터는 모든 측면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복잡하고 어려운 것에도 눈길을 줄 수 있는 여유와 끈기. 그리고 그런 것들을 가지지 못 한 이들도 포용하는 가진 자들의 포용력. 테크놀로지의 진보라는 파도에 묻혀 망각하고 있는 이러한 시점들은 어떻게 다뤄져야 할까요? 실은 오늘 당장이라도 여기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자문자답이 저 자신에게도 필요하다는 걸 느끼며 영화 돈 룩 업의 리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