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산책로

[1]
나는 산책 마니아다. 분당 생활, 용인 생활, 그리고 부산으로 이어지는 생활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던 것이 ‘산책’ 이었다. 처음엔 다이어트 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가, 점점 친구도 없어지고(...) 나중엔 건강도 건강이지만,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꽤 걸었다. 산책의 빈도,시간과 머리의 복잡함에는 일종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부산 생활을 2년 가까이 이어오면서, 자주 찾게 된 산책로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이 길을 어떻게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나 조차도 때에 따라 기분에 따라 다르게 부르곤 하는데, 이 글에선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산책로 라고 부르기로 하자. 잠깐 블루라인 파크에 대해 소개하자면 스카이캡슐, 해안열차로 구성되어 있는 관광 전철 인프라라도 할 수 있다. 스카이캡슐은 4-5인 이하의 소구성 단위로 하늘자전거 같은 길을 달리는 열차, 해안열차는 말 그대로 해안열차인데, 좌석이 바다 방향을 보고 있는 특이한 구조의 열차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철길을 따라서 구성되어있는 산책로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블루라인 파크의 스카이캡슐과 해안열차길 / 출처 : https://www.bluelinepark.com/booking.do
철길은 엘시티 옆 미포 - 청사포 - 송정으로 이어진다. 철길처럼 산책로 역시 미포에서 송정까지 이어진다. 이 철길은 과거 무궁화호가 지나다녔던 것 같은데, 학생 때 소풍간다고 요 기차를 한두번 타본 적이 있다. 당시엔 내륙지방(?)에 살아서 기차 창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멋졌던 것 같은 기억도 있고.
[3]
산책로로 가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지만, 블루라인 파크 정거장으로 가는 방법이 가장 쉽다. 총 3개의 정거장(미포 정거장, 청사포 정거장, 송정 정거장) 이 있는데, 대중 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면 해운대와 가까운 미포 정거장을 추천한다. 나머지는 대중교통으로 갈 순 있지만, 해운대와 멀어지는 나머지 두 정거장으로 갈 이유가 딱히 없어보인다. 나는 주로 자차 이동하여 청사포 정거장으로 향한다. 아침 이른 시간에는 청사포 근처 주차장이 대부분 비어있기에, 맘 편하게 주차하고 청사포 정거장 쪽으로 걸어간다.
미포로, 혹은 송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청사포 정거장의 장점이다. 나는 주로 미포쪽으로 걷는 편이다. 사람은 좀 더 많지만, 풍경이 상대적으로 더 아름답기도 하고 코스도 조금 더 길어서 운동에도, 생각 정리에도 좋다.
코스 흐름. 앞으로도, 뒤로도 가능하다. / 출처 : https://www.bluelinepark.com/tourFacilityList.do
[4]
요즘 부산에서 왠만한 걸을 만한 곳엔 ‘갈맷길’ 스티커가 붙어있다. 여기도 갈맷길 1코스의 일부였다. 크지 않은 도시에 산, 바다, 강, 들이 있어 그런지 생각보다 걷기 좋은 길이 많은 것도 부산에 머무르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일할 수 있는 기업만 좀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갈맷길좀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동쪽만 조졌네. 올해는 서쪽으로! / 출처 : https://www.busan.go.kr/galmaetgil0101
[4]
성인 걸음 기준으로 청사포-미포 왕복은 4-50분 / 청사포-송정 왕복 30-40분 정도 소요된다. 아주 천천히 걸어도 무조건 1시간 이내엔 돌아올 수 있고, 걷기 위험하거나 경사도 없다. 길을 설명하기엔 어색할 수 있지만, ‘단정하다’ 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백번 재미없는 글로 설명하는 것 보단 몇장의 사진이 더 설득력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직접 촬영한 사진 몇장으로 이 길에 대한 나의 애정을 대신하고자 한다. 어제 이 산책로를 걸으면서 들었던 노래도 슬쩍 끼워두었다.
청사포 주차장에서 바라본 송정 방향. 송정 다릿돌 전망대가 살짝 보인다. / 직접 촬영
청사포-미포 방향으로 걸으면서 볼 수 있는 풍경. 저 멀리 광안대교도 보인다. / 직접 촬영
미세먼지가 많으면 광안대교가 뿌옇게 보인다. / 직접 촬영
어느 날 아침의 청사포 주차장에서 바라본 바다. 먹을게 있나, 새들이 많이 앉아있다. / 직접 촬영
봄철의 청사포-송정 방향 산책로. 벚꽃이 펴있다. / 직접 촬영
엊그제의 청사포 주차장. 아침 일찍 가서 그런지 차도, 사람도 거의 없다. / 직접 촬영
엊그제의 청사포 주차장. 일출 시간이 꽤 지났는데, 구름 덕분에 해를 기분좋게 볼 수 있었다. /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