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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스위니 토드 Sweeney Tod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뮤지컬 업계를 논할 때 양대 산맥과 같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영국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미국의 스티븐 손드하임입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와 같이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면, 스티븐 손드하임은 그 대중성을 파괴하는 형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프랑스 예술가의 예술에 대한 고충이, 어린이 동화 속 캐릭터로 그리는 육아에 대한 고민이, 그리고 미쳐버린 이발사를 통한 죽음에 대한 변주곡이 있었습니다. 2021년 11월 26일 향년 91세로 타계한 그를 그리며,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의 대표작 중 성공적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2007)에 대해서 풀어보려고 합니다.
Warner Brothers Pictures. DreamWorks Pictures.
스티븐 손드하임은 리프라이즈를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리프라이즈란 같은 테마의 곡을 극중에서 분위기를 바꾸거나, 다른 배역에게 적용시키는 뮤지컬 작법으로, 관객들에게 익숙한 멜로디로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있는 극적 장치입니다. 웨버가 효과적으로 잘 쓰는 것으로 유명했죠. 하지만, 평소에 리프라이즈를 즐겨쓰지 않던 손드하임이 그의 작품 스위니 토드를 통해 리프라이즈에 대한 본인만의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말그래도 ‘죽음’을 변주하면서 말이죠.
McGill, Craig M. (2014). It might have been sophisticated film music: The role of the orchestra in stage and screen versions of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Studies in Musical Theatre. 8. 10.1386/smt.8.1.5_1.
스위니 토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죽음’을 알아야합니다. 디에스 이레이(Dies iræ)는 라틴어로 ‘진노의 날’로 번역이 되는데, 이는 레퀴엠에 딸린 부속가 중 첫번째 구절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멜로디는 보통 대중문화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스타워즈:새로운 희망(1970)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가족을 잃었을 때, 라이온 킹(1994)에서 심바가 무파사를 잃었을 때 이 디에스 이레가 나옵니다. 그리고 손드하임은 스위니 토드에 나오는 대부분의 뮤지컬 넘버들은 이 데이스 이레이를 직접적으로 쓰거나, 한 음을 바꾸거나, 아니면 음표를 뒤집거나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뮤지컬 전체가 '죽음'의 변주곡인 셈이죠.
Warner Brothers Pictures. DreamWorks Pictures.
Warner Brothers Pictures. DreamWorks Pictures.
뮤지컬에서 카메라 워크는 관객들의 눈이지만,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죠. 그리고 팀 버튼은 이런 손드하임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전체의 색감을 빼면서 캐릭터들의 주변을 맴도는 죽음을 표현하고 있고, 피는 더 붉게 표현하면서 죽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작이 가지고 있는 블랙 코미디스러운 부분 역시 이 색감을 통해서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캣츠(2019)가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의도를 간과하고 인간+고양이인 그 무언가를 표현하는데에 온 힘을 쏟아부은 결과, 희대의 괴작이 되어버린 반면 팀 버튼은 무대에서 은막으로 잘 옮겨졌다고 손드하임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브로드웨이의 많은 배우들이 모여 손드하임의 자전적 이야기와도 같았던 ‘조지와 함께한 일요일 공원에서’의 수록곡 Sunday를 부르며 그를 기렸습니다. 단순히 소비만되는 음악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티븐 손드하임은 그의 음악에 더 복잡한 무언가를 넣길 원했고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화두를 던져주기위해서 였습니다. 그가 만든 음악 속에서 퍼즐 조각을 찾아내며 즐거워했던 많은 이들이, 그를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