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하나만 이야기하라면 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미니언을 뽑겠습니다.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데뷔 작품인 슈퍼배드(2010)에 등장한 캐릭터로, 2등신의 노란색 피부를 가진 귀여운 친구들이죠. 창작 캐릭터가 점점 더 귀해지는 상황에 미니언의 등장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들의 엄청난 인기는 마치 창작 캐릭터의 한줄기 빛을 보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본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 미니언즈2(2022)와, 이 사랑스런 악동들에 대한 저의 생각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Illumination.
최고의 악당을 보스로 삼고 싶어한다는 특이한 본능을 가진 미니언들은 귀여운 모습에 그렇지 못한 악동같은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줍니다. 그들의 언어는 관객이 이해할 수 없고, 오로지 슬랩스틱으로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헐리우드 초기의 무성영화 코미디를 연상시키는데요. 애니메이션 캐릭터만이 가질 수 있는 카툰적 허용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과장된 액션을 보여준다는 점이 루니툰즈 시리즈나 톰과 제리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추격과 대립적 사건 상황을 채택해서 재미를 주는 앞의 두 작품들과는 다르게, 미니언은 오히려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슬랩스틱에 더 가깝다는 점이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제가 이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슬랩스틱 코미디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고, 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데요. 이를 증명하듯 슈퍼배드(2010)가 개봉됐을 당시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미니언들이라는 평가들이 지배적이었고, 제작사도 이를 의식한듯 속편에서는 미니언들을 둘러싼 이야기로 진행되었습니다.
Illumination.
그럼에도 슈퍼배드 시리즈는 그루가 주인공이기때문에 1편에서는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겪는 그루, 2편에는 파트너쉽을 이해하는 과정의 그루, 3편에서는 악당에서 은퇴하는 그루를 표현합니다. 그래서 제작사는 미니언즈(2015)라는 제목으로 본격적인 캐릭터의 스핀오프를 만들게 됩니다. 제가 이 스핀오프에서 기대했던 것은 앞서 이야기한 시대를 뛰어넘는 무성영화 시절의 슬랩스틱 코미디였습니다만, 제작사는 단편이 아닌 장편 영화로 만들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는지 인간 캐릭터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제 기대를 깨는 것은 물론 작품 자체도 좋은 평가를 거두지는 못 했습니다. 미니언들의 단편적인 소동 소동들을 유기적으로 합치지 못 한 이야기의 부재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것이죠. 아쉬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11억달러를 벌어들이며, 캐릭터의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Illumination.
Illumination.
그리고 올해 스핀오프의 속편이 개봉했습니다. 여전히 제가 바라는 방향은 아니지만, 충분히 개선된 이야기를 보여주며 즐겁게 극장에서 나올 수 있었는데요. 여기에는 전편의 부족한 이야기를 미니언들의 슬랩스틱에 추격과 대립적 사건 상황을 접목시키며 절충안을 낸것이 성공적으로 작용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극장에서 이 캐릭터들을 다시 보는 것이 슈퍼배드3(2017) 이후 5년 만이기에 그 사이에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자랐다라는 의미와 애니메이션을 정장을 입고 보러간다는 아이러니를 표현한 ‘젠틀미니언’이 유행했는데요. 마치 마블 영화나 스타워즈 등 팬들이 코스튬을 입고 극장에 방문하는 것처럼 영화를 즐기는 방법중 하나라는 의견이 있는데 반해, 일부 사람들이 극장에서 미니언들처럼 행동을 하는 사건도 있어서 정장을 입은 그룹은 출입을 금지시킨 영화관들도 있었습니다.
극장에서 미니언들의 슬랩스틱을 보고 꺄르르 웃는 어린아이들의 반응 덕분에 저와 제 아내는 더욱 영화를 즐길 수 있었는데요.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 즐길수 있는 사랑스런 캐릭터의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 미니언즈2(2022)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