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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아직 삐로나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5월의 어느날. 필자는 일본의 가장 긴 연휴인 황금연휴(통칭 GW)를 맞아 어떻게 해야 멋진 비일상을 즐길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일본의 한 책방에서 여행가이드 시리즈로 유명한 [지구를 걷는 법]이라는 책을 살펴보는 중 체코/오스트리아/폴란드가 세트로 되어있는 편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리고 책장을 휙휙 넘기며 풍경을 보던 와중 여기다! 라는 필이 꽂혔다. 그 때 보았던 사진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객관적인 근거는 모르겠다)이라는 체코의 작은 마을 ‘체스키 크롬로프’의 전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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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6일정도 여행기간을 잡고 방문하였기에 이 곳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에 도착하여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기 까지 여러 곳을 방문했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따로 다뤄볼까 하지만 너무 방대해지기에 할애하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확실히 가장 임팩트가 있었고 언젠가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꿈에서 나올 정도로) 이 아름다운 도시(마을?)에 대하여 끄적여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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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3시간정도 달렸을까? 비가 내리던 오후 정오가 넘은 시간, 체스키 크롬로프에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에 짐을 풀러 숙소에 갔는데, 숙소는 일부러 호텔이 아닌 민박 느낌이 나는 곳으로 잡았어썩 혼자 묵기에 너무 아까울 정도로 운치가 있는 좋은 숙소였다. 깔끔하고 레트로한 감성도 느껴지는 숙소는 이 마을에 묵는동안 내 감성을 더 자극해주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보통 바쁜 여행객들은 당일치기로 묵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 곳을 만끽하고 싶었기에 처음부터 1박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조금 아쉬웠지만 불평을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한국인은 여행에서 누구보다 바쁘지. 바로 간단히 짐을 꾸려 호스트에게 추천 음식점을 물어본 후 바로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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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머무르지 않는 하이킹을 목적으로 한다면 3-4시간이면 아마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아담한 마을이다. 롤플레잉 게임 매니아라면 중세풍의 마을을 상상할때 떠오르는 그런 마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을 중앙에 사람들이 모이는 공터나 마켓이 있고 언덕 위에는 성이 있으며 외곽에 주택가가 있고 고딕풍의 성당도 있다. 그리고 마을을 둘러싸듯 강이 흐르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디부터 둘러볼 것인가? 나의 선택은 ‘높은 곳에서 마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인 언덕 위의 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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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썩 좋진 않았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돌아다니는 곳마다 포토제닉이다. 걸으며 사진을 찍고 있지만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랄까. 지금 사진을 보아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꼬박꼬박 사진을 남기고는 있었지만 멍 때리고 있는 시간이 더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여행객도 엄청나게 많지는 않아서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배는 채워야한다. 나 같은 경우 엄청나게 걸어다니며 타입이기에 그 것을 위한 체력 비축도 필요하다. 그리고 식도락의 가치를 충분히 느끼는 사람 중 하나이며 먹은 것과 풍경을 합쳐서 하나의 기억으로 남기는 게 더 오래간다 생각하기에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은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먼저 내가 방문한 곳은 체스키 크롬로프에서 제일 유명하고 오래 전부터 존재한 양조장 겸 레스토랑인 Pivovar(맞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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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해리포터에 나올거 같기도하고 오래된 학생식당 같기도 했다. 맛을 기대해도 될것 같은 분위기. 체코하면 필스너의 고향이니 이 양조장에서 직접 만든 필스너를 주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안주로 선택한 것은 체코를 포함해 옆나라인 폴란드나 동유럽의 토착음식인 [굴라쉬]를 주문했다. 간단히 묘사하면 소고기 토마토 스튜랄까? 책에서 이 요리를 접하고 ‘맛이 없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맥주랑 궁합이 찰떡일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물론 최고였다. 맥주는 알콜도수가 낮아 마시기 쉽지만 향이 뛰어나 충분히 밸런스가 잡혀있었고 굴라쉬는 부드러운 고기와 토마토의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 입에서 살살 녹았다. 하지만 이때까지 난 몰랐다. 이 곳의 굴라쉬가 맛있는거지 맛이 없을수가 없는것은 아니라는거(오스트리아 편을 적는다면 그 때 먹었던 다른 굴라쉬에 대해 적어보겠다). 아무튼 배가 찼으니 다시 걸어야지.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