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파이더맨의 홈커밍 시리즈가 막을 내렸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2016)에서부터 시작된 MCU의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 되는 탄생과정을 건너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변종거미에게 물리는 신체변화의 탄생과정만 건너뛰었을 뿐이지, 홈 시리즈 3편에 걸쳐 이제와서야 완성형 스파이더맨이 되었습니다. MCU 홈 시리즈의 완결편이자 앞으로의 스파이더맨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노 웨이 홈(2021)입니다.
Sony Pictures.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시빌워(2016)에서 처음 등장했을때, 토니 스타크는 스파이더맨을 어린이 속옷 브랜드인 underroos라고 부르며 어린아이처럼 대하고, 솔로 영화에서도 계속 Kid라고 불려지며 그저 어린아이처럼 다루어집니다. 그리고 그런 나이가 어린 피터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 면죄부가 주어진 것도 사실이죠. 홈 시리즈에서의 기본 플롯 구성이 피터가 일들을 저지르고 그것들을 수습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집이라는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에서의 피터(홈커밍)가 그 울타리를 벗어나(파 프롬 홈) 이제는 그 울타리가 없어지는 과정에서(노 웨이 홈) 책임감을 깨우치며 스파이더-키드가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커튼콜을 내리며 한 챕터를 마무리 짓습니다.
Sony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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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 웨이 홈(2021)은 MCU 스파이더맨에서의 토니 스타크라는 흔적을 지우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첫 단독 영화 홈커밍(2017)에서는 토니 스타크로부터 수트와 정체성에 대해서 배웠고, 파 프롬 홈(2019)에서는 토니가 피터에게 남긴 유산과 그의 부재를 이겨내는 피터 파커를 보여줬습니다. 이렇듯 MCU의 스파이더맨에서 토니 스타크는 등장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캐릭터와도 같았으며, 늘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노 웨이 홈(2021)에서는 토니가 남긴 나노 슈트를 입고 시작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가선 누구의 도움없이 본인이 재봉틀로 직접만든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고 뉴욕을 활공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여기서부터는 큰 스포일러입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절취선까지 넘겨주세요.==
그리고 영화의 쾌감은 우리가 사랑해 마지 않는 스파이더맨들의 힐링에서 옵니다. 기본적으로 피터 파커는 행복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영화에서도 서로에게 있었던 불행한 일들을 공유하며, 피터의 친구 네드가 그들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이 개그로 쓰이기도 하죠. 하지만 노 웨이 홈(2021)에서는 스파이더맨 혹은 피터 파커로서 누군가를 지키지 못 한 죄책감으로부터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며, 관객들이 그들이 구원받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공감하고 행복해 할 수 있었습니다. 노 웨이 홈(2021)이 가지는 특별함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3명의 스파이더맨들을 한 스크린에서 본다는 기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거죠. 빌런에게 제 2의 기회를 주듯이, 스파이더맨들에게도 치유받을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MCU의 스파이더맨은 선배 스파이더맨들로부터 같은 잘못을 저지를 뻔함에서 구원받게 되죠.
================스포일러 절취선 ================
COVID-19이 시작된지 어느덧 꽉채운 2년동안 극장가는 안팎으로 힘들었습니다. 많은 영화들이 다양한 이유로 개봉을 연기하기 일쑤였고, 사람들은 극장에 가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그런와중에 극장에서 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은 홈 미디어가 아닌 극장에서 타인과 함께 영화를 보며 특별한 순간을 나누는 경험에 대한 흥분감을 다시금 일깨워준 작품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뜻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크리스마스 기준 월드와이드 1조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였습니다. 최근 마블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단 한 편의 영화가 향후 5년 정도의 기대치를 채워주는 것을 경험하며,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2022년에도 마블의 승승장구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