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MBTI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혈액형 성격설의 확장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고, 전 세계의 인구수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끔은 16가지 유형으로 나눌수 있다는 단순함이 편하기도 하고 재밌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참고로 저는 ENFP입니다. 외향>내향, 직관>감각, 감정>사고, 인식>판단이라 분류되는거죠.
두 번 테스트 해 본 결과 두 번 다 같은 유형이 나왔으니 분명 이런 특징이 있긴하겠죠.
왜 갑자기 MBTI를 공개했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여행을 다닐때 가장 ENFP스럽기 때문이며 이번 오사카 여행도 무계획, 마음가는대로, 우당탕탕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2]
나름 중장거리 여행인데 출발 3일전 까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일정을 정하지 못한게 아니라 애초에 오사카에 갈지말지, 간다면 몇 일 있을지, 어디에 묵을지 등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었죠.
서울에 있는 친구 부부가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한다고 했을때 그들의 일정에 동참하는게 시발점이었는데 친구들의 계획도 출장+여행에서 원래 출장 목적이 바뀌어 내가 가야하나? 라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전날까지 미야자키 출장을 갔다가 밤에 돌아와서 일정이 상당히 타이트 했죠.
하지만 3일전에 출장중에 그냥 기분이 내켜서 가기로 했습니다. 네 제가 그렇습니다.
도심인 우메다 거리에서
[3]
큰 목적은 없고 지인들을 만나고 즐기다 오는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맛난 음식과 커피는 먹고 와야겠다는 작은 목적이 있었습니다.
친구 부부도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현지에서 오랜만에 보기로 한 지인도 바리스타라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권장 소비량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재방문하고 싶었던 글리치 오사카에서 고오급 커피도 마셨고 혼자 돌아다니면서 마을 한켠에 있는 조그마한 로스터리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힐링하기도 했습니다.
글리치 바리스타 분의 허락을 맡고 찍은 사진. 지인이 섭외에 도움을 줘서 함께 방문.
PAUHANA COFFEE. 주차장의 한켠에 위치한 독특한 카페이지만 직접 로스팅하는 원두로 내린 커피는 일품.
[4]
오사카는 대도시라는 점에서 제가 살고 있는 도쿄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우리나라도 서울과 부산이 다른 매력을 지녔듯이 식문화를 비롯해 사람들의 성향이나 거리의 분위기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한 도시에 정착해서 살다보면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차이점을 명확히 느낄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다시금 느낍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면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피부로 느끼는 오사카스러움이 존재합니다.
사진으로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혼돈스러우면서도 활기차고 도회스러운 면을 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오사카스러움이 가장 잘 느껴지는 거리인 신세카이.
[5]
쿠이다오레(먹다가 쓰러짐)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꼭 고급 요리가 아니더라도 싸고 맛있는 음식이 많습니다. 한국분들이 여행지로 선호하는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하겠죠.
타코야끼나 오코노미야끼가 대표적인 음식이지만 그 외에도 거리를 돌아다니며 즐길수 있는 캐주얼한 음식들이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타코야키 전문점 중 하나인 하나다코. 폰즈+네기마요 타코야키를 추천드립니다.
오사카 명물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조식을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오니기리 미토호.
교토 못지 않게 브런치나 모닝이 맛있는 킷사텐도 있는데 분위기와 맛 모두 좋았던 Cafe TOKIONA.
[6]
사진과 커피라는 취미는 여행이라는 취미와 어우러져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있는 저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합니다.
실은 제가 회사원으로서 하는 일이 감성보단 이성을 우선시 해야하며 계획적으로 진행해야하는 요소가 많아, MBTI를 따르자면 저는 제 성향과 상반되는 직업을 가졌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저의 직업을 사랑하고 성향에 100% 부합하지는 않더라고 성과를 내고 있으며, 즉흥적인 경험을 사생활 속에 녹여내면서 제 삶의 밸런스를 맞춰가고 있습니다.
빛나는 인생의 이미지는 모두에게 같을 수 없습니다. 깊은 터널을 헤메고 있으신 분들은 더 밝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끝맺으려 합니다.
2024년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