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오징어 게임 시즌2(2024)는 전작에 비해 다소 기복 있는 후속작을 선보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충분히 즐길 만한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전작을 클래식에 오를 만큼 높이 사지 않았던 저의 낮은 기대감도 한몫했겠지만, 오징어 게임다운 독특한 분위기와 참신한 게임 요소는 여전히 돋보였습니다. 다만, 느린 전개와 부차적 스토리라인이 단점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느낀 장단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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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성기훈은 막대한 상금을 이용해 게임의 배후를 추적하며, 프론트맨의 동생임을 숨긴 황준호와 협력합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섬에 잠입하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기훈은 본인의 의지로 다시 게임에 참가하게 됩니다. 동시에 황준호와 그의 팀은 기훈을 찾기 위해 움직입니다.
시즌2에서 많아진 캐릭터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너무 많은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시즌1에서는 기훈, 상우, 새벽, 오일남 정도로 이야기가 집중되었고, 이들의 서사는 관객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다양한 동기를 가진 참가자들, 병정들의 이야기, 황준호와 그의 팀 등으로 이야기가 분산되었고, 이들 사이의 연결점이 유기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시즌이 끝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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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릴로지에서 2편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1편은 세계관을 구축해야 하고 3편은 이야기를 잘 마무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2편은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즌2는 클리프행어식 결말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캐릭터들이 어떻게 하나로 모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자아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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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중이 얼굴을 알 만한 유명 배우들로 조연을 채운 것은 아쉬운 선택이었습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몰라도, 국내 관객들에게는 이들이 초반에 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이 긴장감을 떨어뜨렸습니다. 저와 아내도 “저 팀에는 누가 있어. 에이, 안 죽겠네”라며 추측했고, 우리의 의견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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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릭터 개개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노모와 아들, 임신한 여성, 무당, 병든 딸을 둔 아빠 등 각자의 스토리는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박성훈 배우가 연기한 특전부사관 출신 트랜스젠더 캐릭터는 등장할 때마다 빛을 발했습니다. 그러나 투표 장면에서 많은 캐릭터들이 곁다리처럼 느껴졌습니다. 투표라는 갈등 요소는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좋은 장치였지만, 7편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즌을 느슨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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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의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은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기훈의 캐릭터가 복수심에 불타는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고, 그의 복수는 순수하게 그가 아직 사람들에게는 인간성이 있다는 것을 믿고있기때문에 그런 인간성을 짓밟게 판을 깐 게임 주최측으로 향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치밀한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기훈이 게임에서 우승한 것은 인간성에 대한 믿음과 운이었기때문이지, 절대 그가 똑똑하거나 잘나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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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특이한 분위기의 게임들이었습니다. 5인 6각 근대 5종 경기와 짝짓기 게임 등 새로운 게임은 긴장감과 흥미를 더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스토리 속에서도 드라마가 가장 빛난 순간은 참가자들이 생사의 기로에 선 게임을 할 때였습니다. 천진난만한 배경이 점점 피로 얼룩질 때, “아, 우리가 오징어 게임을 보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박수치며 키득거리며 긴장하며 감정의 널뛰기를 경험하며 이 장면들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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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 시즌2(2024)는 충분히 흥미로운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전작의 마법 같은 매력은 다소 희석되고 에피소드마다 편차가 있지만, 여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오징어 게임 IP가 넷플릭스에 귀속되어 황동혁 감독이 흥행에 상응하는 보상을 얻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의 크리에이터로서의 프라이드가 시즌3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독과 관객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길 바랍니다.
12.3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