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Le Saint-Amour

11월 1일부터 해외여행 규제가 완화됐다고 합니다. 만약 드라마 '도깨비(2016)'로 유명한 캐나다 퀘벡 주의 주도(州都) 퀘벡 시티로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이 있다면 다운타운의 Le Saint-Amour[르 생-아무르]를 꼭 한번 방문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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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주는 프랑스어 생활권이라서 캐나다의 다른 주에서 이 곳으로 여행을 간다면, 좀 더 특별한 장소를 방문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먹거리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되죠. 몬트리올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거리의 퀘벡 시티는 정말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만큼 눈 닿는 모든 장소가 포토 스팟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퀘벡 시티를 방문해서 놀라는 것이 생각보다 이 곳의 정취를 느낄만한 레스토랑을 찾기 힘들다는 점인데요. 'Cochon Dingue-미친돼지'의 바베큐와 토끼 고기를 다루는 다른 레스토랑들도 좋지만, 그래도 퀘벡에 왔으니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을 즐겨보고 싶어서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곳이 이 '르 생-아무르'입니다. 그리고 이 곳에는 상시 메뉴도 있지만, 셰프 Jean-Luc Boulay가 지역 재료를 참고해 만든 비밀 코스 요리가 저의 관심을 확 잡았습니다.

구운 굴 요리로 에피타이저가 시작되었습니다. 신선한 굴에 레몬이 살짝 들어갔고, 석류로 마무리를 한 요리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요리의 에피타이저하면 푸아그라도 빠질 수 없죠. 셰프에게 푸아그라를 처음 먹어보니 잘 즐길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먼저 네모나게 잘린 가공된 푸아그라를 한 입 먹어보고, 준비된 잼, 트러플 버터, 소금, 치즈, 꿀 등을 하나씩 곁들여 먹어보는 것이 정석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푸아그라의 맛은 특이했습니다. 달달하면서, 내장의 맛이 나는듯한데, 또 식감은 부드러웠죠. 어딘가 푸석한 푸딩을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버에게 부탁해서 가공된 푸아그라말고 생 푸아그라를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니 물론이라며 스테이크처럼 구운 요리도 준비해 주었습니다. 이건 또 맛이 다르더라고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메인 요리는 세 번에 걸쳐서 나왔습니다. 그 첫번째는 관자 세비체. 생각보다 푸아그라의 맛이 진하게 남아있었는데, 정갈한 맛의 세비체가 입을 전체적으로 상쾌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먹는다면 역시 전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세비체가 딱 그 역할을 해 줘서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참치 타다키. 미트 소스와 퓨레를 곁들여서 먹는 요리인데, 새삼 퓨레가 요리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를 느꼈습니다. 참치 타다키만으로는 느끼하고, 미트 소스는 거기에 강한 맛을 얹는데, 퓨레가 그 사이를 잘 메워주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송아지 요리가 마지막 세번째 메일요리를 장식했습니다. 참치 타다키와는 또 다른 맛의 미트 소스와 퓨레 그리고 얇게 썰린 무가 함께 나왔는데요. 고기를 씹는다는 표현보다 입 안에서 녹았다는 표현에 더 가까울 정도로 부드러운 스테이크였습니다. 이 스테이크만으로도 이미 저와 제 와이프는 너무 좋아서 뒤로 넘어가는데, 여기에 고기를 썰어 퓨레와 미트 소스 그리고 무를 함께 먹으니. 퀘벡 시티의 풍경은 차치하더라도 이 요리만을 위해서 여행을 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미 배는 부르지만 마무리는 해야죠. 디저트로 복숭아 파이와 상큼한 아이스 티가 나왔습니다. 앞서 먹은 무거운 요리들의 남아있는 맛들을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주었습니다. 한 입 크기라서 더 좋았습니다.

퀘벡 시티 맛집을 검색해보면 나오지 않는 장소이지만, 퀘벡 시티 다운타운에 있으니 다른 관광지들을 다니는 도중에 꼭 방문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혹시 푸아그라가 부담스러운 분들은 다른 요리고 교체도 가능한 점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코스 요리를 구성하는 디쉬들은 지역 재료의 상황에 따라 매번 바뀌기때문에 저와 같은 요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도 또 없기도 하지만, 셰프와 서버들을 믿고 프랑스 코스 요리를 한 번 즐겨보세요.